의료분쟁사건 발생 사유, 절반이 ‘설명의무’

2020-01-04 05:40:00

최근 4년간 2102건…전체 47.7% 차지

중재원의 조정신청 사건 중 절반은 설명의무 분쟁인 것으로 나타났다.


‘설명의무’란 의사가 환자에게 질병의 증상, 의료행위의 필요성과 방법, 이에 따르는 위험성과 예후 등을 설명해야 할 의무를 말하고, 이를 환자가 이해한 후 자율적인 자기결정으로 의료행위를 승낙하는 것을 ‘자기결정권’이라고 한다.


최근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공개한 ‘의료사고예방 소식지 2019년 12호’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개년 간 감정완료한 4405건의 사건 중 설명의무에 대한 쟁점이 있는 사건은 2102건으로 47.7%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명의무 분쟁사건의 진료과목별 분포를 보면 수술, 시술 등이 많이 행해지는 외과 분야에서 설명의무 분쟁 발생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났다. 정형외과가 546건(26.0%)으로 가장 높은 분포를 보였고, 신경외과 308건(14.6%), 치과 233건(10.6%) 순이었다.


사고내용별로는 증상악화가 554건(26.4%)으로 가장 높았으며 신경손상 225건(10.7%), 감염 197건(9.4%) 순으로 나타났다.


의사의 설명의무는 진료의무와는 별개의 독립된 의무이므로, 진료행위에 과실이 없어도 설명의무 위반이 인정되면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한다.


2016년 12월 개정된 의료법 제24조에 따르면 의료인은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 등을 하는 경우 설명 및 동의를 받아야 한다. 설명의무와 환자의 자기결정권의 중요성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백경희 교수는 의사의 설명의무와 환자의 자기결정권과의 충돌 사례를 설명하고, 충분한 설명의무 이행이 의료분쟁 예방의 첫걸음이 된다고 강조한다.


백경희 교수는 “의사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보호하기 위해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침습적 의료행위를 수행하기 전에 환자의 질환이 무엇인지, 치료방법이나 예후, 부작용이 무엇인지를 설명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다”며 “그런데 의료현장에서는 환자가 종교적 신념이나 자신의 주관을 이유로 자기결정권을 주장하며 의사의 의료행위를 거부하거나 지시에 불응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게 된다”고 말했다.


여호와의 증인이었던 환자가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따라 타가수혈을 거부해 무수혈 방식의 방법으로 인공고관절치환술을 시행하던 중 환자가 사망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의사는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진료행위라면 환자가 선택한 진료방법이라고 하더라도 중단이나 제외할 것인지 여부를 극히 예외적으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며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유효하기 위한 조건을 명시했다.


환자의 자기결정권의 행사가 유효할 경우라도 특별한 사정이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생명과 대등한 가치를 갖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 사안의 경우 망인의 생명과 자기결정권을 비교형량하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있었고, 제반사정에 비춰 피고인이 자신의 직업적 양심에 따라 망인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 타가수혈없이 수술을 진행한 것에 의료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백 교수는 “의사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환자가 자기결정권을 이유로 선택을 잘못해 악결과가 발생했을 때, 과연 의사가 설명의무 위반으로 책임을 부담해야 할 것인지 환자가 위험을 감수하고 의사의 지시를 거부한 측면을 강조해 의사가 면책되는 것인지에 대해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가 논의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의사의 입장에서 의료행위에 관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고 민·형사상 책임을 부담한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겠지만 환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신체와 생명에 직결되는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지를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의사가 제공하는 의료행위의 필요성과 위험성에 관한 정보는 자기결정권의 행사를 위한 불가결한 전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끝으로 백 교수는 “의사의 설명의무는 의료분쟁의 시발점이 될 수 있고, 실제 의료사고에서도 이를 다투는 사안이 적지 않다”며 “의사의 충분한 설명의무 이행은 침습적 의료행위가 형사 처벌이나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지 않는 근거이기도 하다. 동시에 의료사고 발생 시 환자와의 의료분쟁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중요한 첫걸음이 된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손락훈 기자 kuni1202@medifonews.com
< 저작권자 © Medifonews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본 기사내용의 모든 저작권은 메디포뉴스에 있습니다.

메디포뉴스 서울시 강남구 논현로 416 운기빌딩6층 (우편번호 :06224)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서울아 00131, 발행연월일:2004.12.1, 등록연월일: 2005.11.11, 발행•편집인: 진 호, 청소년보호책임자: 김권식 Tel 대표번호.(02) 929-9966, Fax 02)929-4151, E-mail medifonews@medif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