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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심평원 빠진 건보공단 주최 토론회 결과는?

‘공단에 청구권 이관’ 주장에 의사협회 등 크게 반발

건강보험 재정누수를 방지하기 위해 현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담당하고 있는 진료비 청구업무를 건강보험공단으로 이관해야 한다는 주장이 공단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다수 제기됐다.

서울대학교 간호대학 김진현 교수는 3일 오후 2시 건보공단이 주최한 ‘진료비 청구 지급체계 정상화 방안 토론회’에서 발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현행 법률에 따르면 요양기관은 환자의 본인부담금 외 건강보험 진료비를 심사평가원에 청구하고 이에 따른 진료비는 건보공단이 지급하는 이원화된 구조를 갖고 있다.

진료비 관리체계 일원화로 건강보험 재정누수 막아야
김진현 교수는 “건강보험 진료비 청구와 지급이 심평원과 공단으로 분리됨으로써 의료비 관리의 효율이 떨어지고 형평성 문제가 발생해 보험자와 가입자 또는 보험자와 요양기관 사이의 갈등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자인 공단이 청구권을 갖지 못하고 요양기관에 진료비를 선 지급한 후 부당지급액을 환수하는 사후관리체계로 인해 요양기관의 허위부당 청구 등 부적절한 청구 건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건보재정의 누수가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현행 진료비 관리체계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공단이 건강보험, 의료급여, 산재보험, 자동차보험, 국가보훈 등 사회 보험적 성격의 진료비를 총괄 관리해 지출과 효율을 극대화하고 심사평가원은 진료비 심사와 평가를 전문화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우리보다 먼저 건강보험 제도를 도입한 외국의 진료비 관리체계를 조명하며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의 경우 진료비 청구와 지급이 일원화 되어있어 건보재정이 효과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밖에 건보재정 누수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으로 “건강보험 자격유무 확인을 법제화하고 대만 등에서 실시하고 있는 IC카드(전자건강보험증)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건강보험 진료비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요양기관에 대한 공단의 현지조사 권한을 더 높여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 교수는 “요양기관의 증가에 비해 공단의 담당업무인력이 부족해 현지조사에 많은 시간이 걸리는 현실이다. 요양기관이 폐업하거나 증거인멸 우려가 높아 환수가 곤란한 경우도 많다”며 “시행령을 신설해 공단에 현지조사 권한을 위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진현 교수는 “건강보험공단이 진료비를 청구시점부터 관리하면 효율성이 극대화되어 건보재정 누수를 방지하고 절감된 재정이 모든 국민과 다수의 정직한 의료인에게 돌아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보장성 확대와 의료서비스 질 개선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의 발제가 끝나고 이어진 토론회에서도 각 발표자들은 건강보험 진료비 관리체계를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영석 부원장은 “김진현 교수의 주장에 100% 동의하며 건강보험뿐만 아니라 민간보험자료도 건강보험과 공유하면 더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2000년 건강보험을 통합할 당시 건강보험 재정상태와 별개로 독립적으로 심사할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심평원과 공단을 분리했지만 사실 그때도 논란이 많았다”며 “당시 결정이 과연 합리적이었는지 다시 한번 판단할 시기가 왔다”고 말했다.

다만 “공단으로 진료비를 청구하면 건강보험 자격관리와 재정누수 문제 등이 한 번에 해결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며 이는 별도의 문제인 것 같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건강보험재정 누수의 원인은 다양하다. 이를 해결하려면 청구 순서만 바꾼다고 될 일이 아니라 건강보험 관리운영 체계의 전반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청구권 공단에 이관 넘어 공단과 심평원 통합해야"
건강보험 진료비 청구업무를 공단에 이관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아예 공단과 심평원을 통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신현호 변호사는 “지난 2000년 겅강보험 통합 당시 제기된 문제들이 지금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어떤 형태로든 이제는 시스템을 바꿔야 할 시기가 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무엇보다 “심평원에 대한 건보공단의 견제기능이 부족하다”며 “현재 건강보험과 심평원 어느 한쪽의 독주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사무장병원, 보험사기, 무자격수급자 등의 문제가 급증하고 있지만 이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해 국민이 납무한 소중한 건강보험료가 새어나가고 있다”며 “보험사기의 경우 발생 시 심평원과 공단이 반드시 검찰에 고발하도록 하는 의무조항을 신설하는 방안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현호 변호사는 “지난 2012년 감사원 감사에서도 심평원이 공단에 심사세부내역을 제공하지 않아 불필요한 이의신청을 야기한다고 지적당했듯이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고 그 갈등해결을 위해 또 다른 비용이 지급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이제 끊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사협회, “건보공단이 청구권 갖는다고 뭐가 나아질지 의문이다”
건강보험 진료비 관리체계를 일원화해 재정누수를 방지해야 한다는 발표자들의 주장에 의료공급자 측에서 나온 발표자들은 크게 반발했다.

대한의사협회 서인석 보험이사는 “재정누수의 원인을 단순히 요양기관이 심평원에 진료비를 청구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하고 있지만 공단으로 청구한다고 해서 거짓부당청구, 의료인력, 보험사기, 사무장병원 등의 문제가 지금보다 더 관리가 잘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도 의료기관은 인력신고를 매우 상세하게 하는 등 공단에 협조하고 있지만 계속해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요양기관의 문제라기보다 공단에서 체납자 관리 등 주어진 업무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서인석 이사는 “공단도 구조조정 등 자구책 마련할 의지를 보인 후에 이 문제가 논의돼야 한다”며 “심평원에서 진료비 청구업무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처럼 이야기가 되고 있지만 정말 그렇다면 심평원에 더 많은 자료를 충분히 제공하고 인력 역시 더 늘리면 된다”고 주장했다.

대한한의사협회 전은영 보험이사는 “건강보험 재정누수 방지를 위해 사전관리체계를 도입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막상 시행되고 나면 생각지 못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면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전은영 보험이사는 “사실 굳이 진료비 지급체계를 일원화하는 등 큰 틀의 변화를 가하지 않아도 재정누수를 방지할 여러 가지 방안이 있다”며 “먼저 현 시스템 내에서 가능한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또한 IC카드(전자건강보험증) 도입과 관련해 “당연히 이로 인해 건강보험이 효율적으로 관리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늘 지적돼 온 것처럼 개인정보 유출 위험성이 항상 도사리고 있어 이 문제를 간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요양기관 범죄자 취급…심평원 관계자 참석 전무…공단이 주최한 토론회 한계
지난 2000년 건강보험 통합 이후 건강보험 업무가 건보공단과 심평원으로 분리된 후 14년이 흘렀지만 진료비 청구·지급체계 개선방안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토론회가 갖는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현재 진료비 청구·심사·평가 업무를 맡고 있는 심사평가원 관계자가 단 한명도 참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큰 아쉬움을 남겼다. 결국 공단에서 주최한 토론회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해 시작부터 균형성을 잃고 말았다는 지적이다.

신영석 보사연 부원장은 “건강보험 진료비 관리에 있어 공단과 심평원이 충돌되는 부분이 많은데 이러한 문제를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자리에 심평원 측 토론자가 없어 아쉽다”고 지적했다.

서인석 의협 보험이사 역시 “오늘 이 자리에 건강보험 진료비 관리체계에서 현재 청구심사업무를 맡고 있는 심평원 관계자가 반드시 나왔어야 했다”고 말했다.

건보공단이 건강보험 진료비 관리체계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근거를 세우기 위해 지나치게 요양기관을 범죄자 취급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공단은 토론회를 개최하기에 앞서 지난 3일 '건강보험 재정누수 사례분석' 자료집을 발간했다. 이 자료엔 건강보험 진료비 허위부당청구와 보험사기, 사무장병원 등 26개 유형, 84개의 재정누수 사례가 담겨있다.

이날 토론회의 좌장을 맡은 정형선 연세대 보건대학 교수는 “사례집을 구축한 것은 의미 있는 작업이지만 의료공급자 입장에서 도둑놈 취급당한다는 느낌이 분명 들 것”이라면서 “이런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단은 이날 토론회 시작과 함께 “건강보험 재정누수 방지를 위한 진료비 청구·지불 체계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내용의 동영상을 상영했다.

이 동영상은 “진료비 청구·심사·지급체계 주축은 보험자인 건보공단이며 보험운영원리에 맞게 건강보험 진료비를 공단으로 청구하면 재정누수를 예방할 수 있다”며 “의료비 걱정 없는 세계 1등 건강나라를 만들겠다”고 밝혀 청중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건보공단이 주최한 이 토론회가 처음부터 특정한 목적을 갖고 기획됐음을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건보공단 김종대 이사장은 토론회 말미에 강평을 통해 “세계가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에 주목하고 있지만 진료비 부과체계와 진료비 청구·지불체계는 아직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이를 공론화해 모든 당사자가 머리를 맞대고 개선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