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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학회

“치매특별등급에 한의사 포함시키면 안된다”

최경규 교수, 학회가 ‘싸움’보다 ‘학술’에 집중할 수 있어야


“회원들이 우수한 논문을 해외에 선보일 수 있도록 학술활동을 강화하고 대국민홍보를 통해 신경과에서 어떤 질병을 다루는지 국민들이 잘 알 수 있도록 하고자 합니다.”

지난 4월 대한신경과학회 회장에 취임한 최경규 이대목동병원 신경과 교수(사진)는 최근 기자와 만나 학술활동과 대국민홍보를 강화할 것이라는 운영방향을 밝혔다.

사실 학회(學會)는 학문을 더욱 깊이 있게 연구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공부하는 사람들이 만든 모임을 말한다. 따라서 학회가 학술활동을 열심히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책임이자 의무일 것이다.

하지만 학회하고 해서 학술활동에만 집중하기에는 대한민국 의료현실에서 너무나 어려운 일이 돼버렸다. 현대의학은 점점 더 발전하며 세분화되고 있어 더 많은 투자와 노력이 요구되는 반면 의료자원은 한정돼있어 의사들이 끊임없이 파이싸움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그 상대는 정부가 될 수도, 타 직역이 될 수도 있으며 때로는 같은 의사들끼리도 싸워야 한다. 신경과학회 역시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아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치매특별등급제도에 한의사가 포함된 것 역시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생각할 수 있다.

대한신경과학회는 지난 7월 1일부터 시행 중인 ‘치매특별등급제도’에 한의사도 포함시킨 것과 관련해 정부와 한의계를 상대로 싸움을 벌여나가고 있다.

한의사가 치매특별등급 소견서 작성하는 건 크게 잘못된 일
최경규 교수는 “모든 의사에게 치매특별등급 소견서를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문제가 없으나 한의사까지 포함된 것은 크게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치매특별등급제도는 그동안 중증치매환자에게 부여됐던 1, 2, 3등급 치매환자보다는 상대적으로 경증이지만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겪고 있는 치매환자들에게 특별등급을 부여해 지원하는 제도이다.

최 교수는 “누가 봐도 치매인지 확실히 알 수 있는 1-3등급의 중증 치매환자를 진단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특별등급에 해당하는 치매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의학적 지식을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최경규 교수는 “치매는 여러 진단기기에 의한 검사를 통해 진단을 해야 하는데 한의학 교과과정에는 이러한 과정들이 없다”고 지적하며 “양의사가 침시술을 할 수 없는 것처럼 한의사도 의료기기를 사용해선 안된다”고 덧붙였다.

학회학술활동에만 전념할 수 없는 현실…이럴 때일수록 학문적 위상 찾아야

“예전 학회성격과 너무나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과거 학회 내에서 가장 큰 위원회는 단연 학술위원회로 7-8할을 차지했지만 요즘은 어느 학회를 막론하고 가장 큰 숫자를 차지하는 위원회는 대부분 보험위원회입니다. 의사들이 뭔가를 얻기 위해 싸울 일이 많아지면서 학회성격이 학문적이라기보다는 정치적으로 많이 바뀌었죠.”

최경규 교수는 최근 의학회 활동의 전반적인 흐름을 이같이 전했다.

대한신경과학회 내에도 대한치매학회와 대한뇌전증학회 등 6개 분과학회가 있는데 이 분과학회들이 신경과 특정질환과 관련한 학술활동에 주력한다면 대한신경과학회는 신경과학회 전체의 대외업무에 주력하는 식이다.

의료계가 보건복지부 정책에 휘둘리게 되면서 의료계의 비전을 세우는 것보다 투쟁하는 것이 주 업무가 돼버려 학술활동보다는 신경과 의료행위에 상대가치점수를 최대한 높여 다른 과의 점수를 떨어트리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 된 것이다.

의학회가 학술활동에만 전념하며 의료적 가치를 세우기만은 어려운 현실이 됐지만 최경규 교수는 “이럴 때일수록 의학회가 진정한 존재의미를 갖고 오랫동안 존속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학문적 위상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정공법의 해결책을 제시했다.

따라서 “이를 위해 신경과 질환을 국민에게 알릴 수 있도록 최소 1년에 1번은 홍보이벤트를 기획하는 등 대국민홍보를 강화하는 한편 회원들이 해외논문을 많이 쓰고 세계적인 학회를 유치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경과 명칭변경보다는 대국민홍보가 더 효과적
신경과가 어떤 질병을 다루는지 국민들이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이유로 뇌신경과 또는 신경내과 등으로 명칭을 변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하지만 최경규 교수는 “이제 신경과도 설립 31주년이 지나면서 인지도가 꽤 높아졌다”며 “명칭을 변경해야 한다는 요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대신 그는 신경과가 어떤 질병을 다루는지를 널리 알릴 수 있는 대국민홍보활동을 강조했다.

최 교수는 “지난 4월 한 달 동안 전국 병원에서 파킨슨병에 대한 강의를 진행했는데 반응이 매우 좋았다”며 “몇 년 전부터 진행하고 있는 ‘뇌졸중의 날’ 역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으며 치매도 서울시 25개구에 치매예방센터를 운영하며 대중적 인지도를 많이 높였다”고 전했다.

대국민홍보만 활발히 진행해도 신경과가 무슨 일을 하는지 국민들에게 충분히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최경규 교수는 “3개의 질환(파킨슨병, 뇌졸중, 치매)의 홍보효과를 크게 높인 만큼 이를 거울삼아 다른 질환도 선정해 대중강의 등 이벤트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SSRI(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억제제) 처방 규제 풀어야 환자 불편 줄인다
최경규 교수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억제제(SSRI) 처방 규정을 하루 빨리 폐지해야 환자의 불편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신경과 의사들은 SSRI 처방이 60일 이내로 제한돼 있다. 이 때문에 환자들을 치료하는데 많은 제약이 있어 처방규제를 풀어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지만 정신건강의학과 측에서 크게 반대해 신경과와 정신건강의학과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경규 교수는 “치매, 파킨슨병 환자들은 우울증을 동반하고 있어 SSRI 처방이 꼭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불합리한 처방규제 때문에 불편한 몸을 이끌고 정신과 진료를 2개월마다 따로 진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하루빨리 처방규제를 풀어야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과 불편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