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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학회

한해 암검진비용 5000억원…과연 필요한가?

암검진 항목 추가 목소리 높지만 효과성 잘 따져봐야


한해 국가 암검진에 소요되는 건강보험 지출이 약 5천억원에 이르는 가운데 검진의 손해와 이익에 대한 정확한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명지병원이 암 통합치유센터 개소 3주년을 기념해 지난 17일 개최한 ‘암 치료 및 암 환자 관리 정책 심포지엄’에서 이희영 가천대 길병원 암관리사업부 교수는 이같이 밝혔다.

우리나라는 위암, 대장암, 간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등 5대 암종에 대해 국가 암 조기검진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1999년 의료급여수급자를 대상으로 위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국가 검진을 실시한 것을 시작으로 2004년 대장암과 간암이 추가됐으며 현재는 상위소득자 50%까지 10%의 본인부담금만 내면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확대됐다. 주요 생애주기인 40세와 66세엔 전액 무료로 암검진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국가 암 검진에 소요되는 건강보험 지출은 한해 약 5000억원에 달한다. 지난 2012년의 경우 국가 건강검진에 소요된 약 1조원의 건강보험 재정 중 절반을 차지하는 액수가 암검진에 지출됐다.

암검진 중 건강보험재정이 가장 많이 지출된 것은 위암 검진으로 약 2766억원에 달하며 그 다음은 간암(약960억), 자궁암(약345억), 대장암(약322억), 유방암(약220억) 순이다.

이희영 교수는 “국가가 비용을 들여 5가지 암종에 대해 검진을 실시하는 국가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면서 “국가 암검진 덕분에 우리나라의 암사망률이 줄어든 것은 분명하지만 이제 15년이 된 만큼 그 실효성을 좀 더 엄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암조기검진의 근거에 대한 논쟁이 있음을 전하며 “지난 10년간 국가 암검진 프로그램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지만 각 의학회가 제시한 암검진 권고안은 바뀐 적이 있다. 국가암검진 권고안과 각 학회의 권고안이 상한연령과 검진 주기 등에서 불일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가정의학회는 ‘한국인의 평생건강 관리’, 대한소화기학회는 ‘대장암 검진에 대한 검사 방법별 근거 평가 및 권고안’, 대한흉부영상의학회는 ‘폐암검진 권고안’, 대한부인종양학회는 ‘자궁경부암검진 권고안’을 개발해 제시한 바 있으며 이밖에 각 암검진에 대한 효과 분석과 암검진 권고안에 대한 방법론도 계속해서 연구되고 있다.



이 교수는 “외국의 경우 대장내시경 검사 주기는 5-10년인 반면 우리나라는 매년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상한 연령이나 검진 주기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암조기검진 근거에 대한 논쟁이 있지만 현재의 5대 암종 외에 폐암, 전립선암, 갑상선암 등 암검진 항목을 추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특히 매년 국회 국정감사 때마다 새로운 암종을 추가해야 한다는 요구는 단골메뉴로 등장하고 있다.

이희영 교수는 이와 관련해 “사실 갑상선암의 경우 전통적인 검진기준에 따르면 검진할 필요가 없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은 무엇보다 남은 시간 동안의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나 기대수명이 길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한다”며 “새로운 암검진을 추가해야 하는지 필요성과 효과성을 엄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검진을 바라보는 시각이 계속해서 달라지고 있다. 생존률이 눈에 띄게 높아지면서 어느 정도까지 생존률이 늘어났을 때 검진을 하는 비중을 바꿀 수 있을지 논란이고 생존자 삶의 질까지 검진에서 고민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이제 정말 신뢰할만한 검진인지, 또 검진에 대한 근거가 정기적으로 산출되어 공개되는지, 양적으로만 성장한 낮은 질의 검진은 아닌지 등 검진의 질에 대해 잘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사후관리에 있어서도 “암 검진 유소견자의 확진검사 의료이용이 적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예를 들어 대장암 검진 분변잠혈검사의 경우 양성자의 약 50%만 검진프로그램에서 대장내시경 또는 조영술을 받고 있다”면서 “이는 국가 암검진에서 이탈하는 문제가 있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극단적인 사례로 대변 검사 시 100% 양성인 지역이나 의료기관이 있는데 이는 100% 양성결과가 나와야 건강보험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문제와 관련해 “아직까지 우리나라가 대변검사를 할 때 예전 기생충 검사할 때 쓰던 봉투에 대변을 담아 검사를 하는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다. 그렇게 되면 대변이 촉촉한 상태가 아니라 굳어버린 상태이기 때문에 정확한 검사가 이루어지기 힘들다”고 국가검진의 질에 대한 엄밀한 평가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암검진 프로그램을 평가할 때는 ▲관리체계 ▲전달체계 ▲근거체계 ▲질관리체계 ▲사후관리체계 등 5가지 운영체계를 살펴보고 접근성 및 형평성, 검진사업 효과성, 검사의 기술적 질, 효율성 등의 성과를 중간평가한 후 최종적으로 질병부담이 얼마나 감소했고 이환율, 사망률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만족도는 얼마나 상승했는지를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우리나라는 암검진의 근거와 효율성과 형평성 측면에서 계속 논란이 있다며 “검진의 중장기 성과가 정기적으로 평가되고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체계적인 자료 구축과 표준화된 방법을 통해 정기적인 산출이 필요하며 현재 관련 연구 및 제도개선이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이 교수는 “무엇보다 검진의 이득과 손해에 대한 근거마련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더 나아가 환자에게 선택권을 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희영 교수는 “증상이 없는 질병이 발생하기 전에 검사를 받는 검진에서 환자에게 정보를 알려주고 선택하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아직 국내에서 이런 여건이 성숙되지 않았지만 검진에 대한 환자의 건강정보 이해능력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