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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왕의 남자 당선으로 순천의대 유치 탄력?

이정현 순천·곡성 재보선 당선자 선거공약 주목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야당 텃밭인 호남권에서 새누리당 국회의원 후보로 나서 승리하는 이변을 연출함에 따라 의료계에서는 ‘왕의 남자’로 불릴 정도로 현 정권의 강력한 실세로 알려진 그가 내세운 순천대 의대 유치 공약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 30일 치러진 7·30 순천·곡성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개표 초반부터 우위를 점하면서 49.4%의 득표율을 얻어 40.3%에 그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여유있게 따돌리고 당선됐다.

새누리당 후보가 호남지역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것은 지난 1988년 소선거구제가 도입된 이후 20여년 만의 일로 그의 당선은 7·30 재보선의 ‘최대이변’으로 손꼽히고 있다.

현 정권에서 정무수석과 홍보수석을 연이어 지낸 이정현 당선자는 정치권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통할 정도로 대통령의 신임이 매우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지난 18대 국회를 제외하고 16대 총선부터 19대 총선까지 광주 서구 을에 3번 출마해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이번 선거는 4번째 도전으로 야권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적자로 역시 ‘왕의 남자’로 불리는 서갑원 후보를 당당히 누르고 당선된 것이다.

왕의 남자 당선으로 의대유치 선거공약 현실화 될까?
이정현 당선자가 드라마틱한 승리로 7·30 재보선의 주인공이 됨에 따라 지금도 현 정권의 실세로 통하는 그의 정치적 입지는 호랑이에 날개를 달은 듯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곡성이 고향으로 당을 떠나 지역일꾼을 자처한 이 당선자는 후보시절 선거유세를 통해 “어느 누가 우리 지역에 예산폭탄을 안겨드릴 수 있겠느냐. 바로 이 사람밖에 없다”며 “곡성·순천 지역에 예산 폭탄을 안겨드리겠다. 예산 1조원 시대를 열어 지역발전을 획기적으로 이루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현 정권 실세인 점을 내세워 많은 예산을 끌어들일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며 호남지역민들의 표를 끌어모은 것이다.

이렇듯 파격적인 ‘예산폭격론’을 약속했던 그의 공약에 따라 의료계에서는 자연스럽게 그가 주요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던 순천대 의대 유치가 현실화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 후보는 순천에서 고흥에 이르기까지 대학병원이 없어 큰 병이 생기면 광주까지 가야하는 지역주민들의 고충을 덜어내겠다며 순천대 의대 유치를 약속했다.

이를 위해 당선되자마자 우선 순천의료원을 최대한으로 확장·리모델링하고 향후 순천대에 의과대학이 유치되면 의대 부속병원으로 쓸 것이라는 구체적인 계획을 밝혔다.

또한 여천, 여수, 해룡, 광양공단에 많은 산업재해가 예상되기 때문에 이 지역에 제대로 된 산재병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정현 당선자는 순천대 의대가 유치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다른 병원의 분원을 순천에 유치하는 방안까지 함께 검토 중이다.

이 당선자는 “이미 서울의대 교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며 “서울대병원 분원을 순천에 설치하거나 불가능하다면 다른 의대 분원을 설치하고자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순천대, 이미 오래 전부터 의대 유치에 사활
순천대학교의 경우 이미 오래 전부터 자체적으로 의대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어 이정현 후보의 당선으로 오랜 숙원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한껏 부풀어 오른 상태다.

순천대는 전국 16개 시·도중에서 전라남도만 유일하게 의과대학이 없는 ‘무의대촌’ 지역이라는 점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의대설립추진위원회를 발족시키고 지역주민들을 상대로 지지성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특히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서남의대 사태가 결국 의과대학 폐지로 결말이 날 경우, 이는 타 대학 의대신설로 이어져 서남의대 신입생 정원인 40명을 그대로 끌어와 의과대학을 이전·신설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매우 큰 상태다.

현재 전남지역에서 순천대와 목포대가 의대 유치를 놓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데 전라남도와 전라남도교육청까지 나서 전남지역 의대유치를 적극 지원하고 있는 모습이다.

의료계는 이미 의대·의사 공급과잉이라는 입장…의료질 하락 우려
우리나라에서 대학이 의과대학을 보유하는 것은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큰 강점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오래 전부터 많은 대학들이 의대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현재 많은 대학들이 의대 유치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특히 목포대학교, 안동대학교, 공주대학교 등이 적극적으로 경쟁에 뛰어들고 있으며 이 지역 국회의원이나 지자체장, 지방의원 등이 나서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들 대학들은 모두 의과대학이 없는 지역의 지방국립대학이라는 공통점이 있어 의대 유치의 명분을 더한다.

하지만 이런 기대와는 달리 의료계는 더 이상 의과대학이 신설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의 의사 수 증가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준이기 때문에 현재 추세라면 앞으로 약 10년 후에는 OECD국가의 인구대비 평균 의사수를 넘어서버려 이는 곧 의료 질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의사의 숫자가 많아짐에 따라 의사나 병원간 경쟁이 심화되어 의료서비스의 문턱이 낮아져 서비스 공급이 확대되고 의료의 질 역시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지만 의료계의 입장은 그와 정 반대다.

의사 수 증가가 과잉진료와 진료비 증가를 야기시키고 지역별 또는 진료과별 격차가 더욱 커져 오히려 의료의 질이 하락하고 의료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내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의 최근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의사 밀도(국토면적 대비 의사수)는 지난 2010년을 기준 1㎢당 0.95명을 기록해 벨기에(1.0명)에 이어 세계 2위다. 지난 10년간 의사 수 역시 40% 이상 증가했는데 이는 인구증가의 5배에 이르는 수치이다.

이런 우려와는 달리 현 정권 실세의원이 호남지역에서 극적인 승리를 이뤄내 순천의대 설립을 위한 작업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대신설을 반대하는 의료계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힐 것으로 보여 앞으로 어떻게 합의가 이뤄질 수 있을지 추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