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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원

산부인과 의사, 분만취약지 의료원장 왜 탈락?

郡, 의료원 내 전문의 2명 근무 중이고 면접 점수 나빴다

청양군보건의료원장직 공모에 지원한 의사 2명이 탈락하고 공무원이 최종 선정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지원한 의사 2명 모두 산부인과 전문의인 것으로 알려져 관내에 산부인과 의원이 전무한 분만취약지인 청양군 보건의료원장직 공모에 산부인과 의사를 탈락시킨 것은 부적절한 처사라는 지적이다.

충청남도 청양군(군수 이석화)은 지난달 21일부터 한달 여 동안 청양군보건의료원 개방형직위(의료원장직) 채용시험을 진행한 결과 의료원에 30년 근속한 공무원 J씨를 최종 임명했다고 25일 밝혔다.

현재 11명의 진료의사가 근무하고 있는 청양군보건의료원장직 공모에는 총 5명이 지원했는데 이중 2명은 의사이고 나머지는 의사가 아닌 일반인이었다.

의사 지원자가 2명이나 있음에도 이들을 탈락시키고 공무원을 임용한 청양군의 결정에 의료계는 즉각 반발했다.

대한평의사회는 청양군에 “의사 지원자가 있음에도 공무원을 의료원장에 임용한 비상식적인 결정을 즉각 취소하라”고 촉구했고 충청남도의사회는 청양군보건의료원장 임용절차에 대해 공익감사를 청구하기 위한 작업을 현재 진행 중이다.

현행 지역보건법 시행령 11조에 따르면 보건소장은 의사 면허를 가진 자 중에 시장, 군수, 구청장이 임용하되 의사 지원자가 없을 경우 보건의무직군의 공무원을 임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의료계는 보건지소에 입원기능을 더한 보건의료원도 당연히 보건소에 준하는 지역보건 의료기관이기 때문에 지원자가 있다면 당연히 의사를 의료원장에 임명해야 하고 설사 입법미비가 있더라도 지역보건법 시행령 11조를 준용하는 것이 상식적인 처사라는 입장이다.

특히 청양군은 관내에 산부인과 병의원이 전무한 상황이기 때문에 의료원장직에 산부인과 전문의가 지원했음에도 이를 탈락시킨 것은 너무나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청양군은 지역별 의료 수요와 공급 불균형이 심각한 충청권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분만상황이 취약한 지역이다.

민주당 최동익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충남 청양군은 충남 태안군, 충북 괴산군, 단양군, 영동군과 함께 산부인과의원이 전무한 ‘무산촌’으로 이 지역 산모가 아이를 낳으려면 수 킬로미터 떨어진 다른 시·군·구로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청양군은 이번 결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청양군 관계자는 “현재 청양군보건의료원에는 이미 2명(공중보건의 1명, 기간제 채용의사 1명)의 산부인과 전문의가 근무하고 있어 산부인과 의사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또한 “지원자의 최종 면접점수가 의사 지원자보다 공무원 J씨가 훨씬 좋았기 때문에 의사라고 무조건 임용할 수만은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지원자들은 파워포인트를 통해 앞으로의 의료원 운영 계획과 현재 농어촌의료의 취약점 및 개선방향에 대해 10분 동안 발표하도록 했는데 이 중 J씨가 가장 뛰어난 모습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어 “탈락한 산부인과 의사 지원자의 경우 면접을 위한 설명 자료를 성실히 준비하지 않았고 답변도 충분치 않았으며 자기주장만 일방적으로 전달하려는 모습도 보여 면접관들의 반응이 좋지 않았다”며 “심지어 면접에 참여한 의사 면접관조차 이 모습에 실망해 점수를 가장 낮게 줬다”고 전했다.

의사 지원자의 불성실한 면접 태도가 최종 선정 결과에 영향을 미처 결국 탈락하게 됐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또 산부인과 전문의치고는 상대적으로 낮은 청양군보건의료원장직의 연봉도 의사 지원자들의 사기를 떨어트리는 원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통상 전문의라면 연봉이 2억원 정도 되지만 청양군보건의료원장의 경우 공무원 보수체계 내에서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1억원 남짓한 수준밖에 안된다”며 “그에 반해 진료와 행정업무 등 원장이 해야할 일은 굉장히 많고 통솔해야 하는 직원 수도 매우 많아 업무가 과중한 편에 속한다”고 전했다.

이어 “사실 전임 의료원장도 세 차례나 공모한 끝에 의사를 구하지 못해 도에서 파견 온 보건행정공무원이 맡았지만 운영을 아주 잘해 의사가 아닌 일반 공무원이 의료원장을 맡아도 잘 할 수 있을 것이란 확신도 있었다”고 솔직한 심경을 전했다.

비의사 출신 전임 원장의 치적이 꼭 의사가 아니라도 원장직을 잘 수행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심어줘 이번 청양군보건의료원 최종 선정 결과에 영향을 주기도 했다는 것이다.

청양군 관계자는 “의료원장직 공모를 세 차례나 낸 끝에 이번 공모에 의사가 지원했기 때문에 당연히 우리도 면접 점수만 충족한다면 의사를 뽑으려고 했지만 의사 지원자의 면접 점수가 너무 낮게 나와 규정상 어쩔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한편, 청양군보건의료원장에 최종 선정된 J씨는 예정대로 1일 취임해 공식 업무에 들어간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