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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학회

심장스텐트 급여 개수 제한 폐지에 학회 반발

심혈관학회, 왜곡된 해석으로 진료의 질 떨어질까 우려

심장스탠트 급여 개수 제한을 폐지하기로 한 보건복지부의 결정에 의료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9월 30일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 개정안을 고시한 바 있다. 개정안에 의하면 오는 12월 1일부터 중증의 관상동맥질환의 심혈관 스텐트 시술 시 건강보험 적용을 받으려면 심장통합진료를 거쳐야 가능하다.

심장통합진료 시 순환기내과 전문의 및 관상동맥우회로술을 실시하는 흉부외과 전문의는 각 1인 이상으로 구성하되, 각 전문의의 숫자는 같은 수로 구성된다.

기존의 고시안과 비교하면 지금까지는 스텐트 시술 환자는 평생 3개에 한해 스텐트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었으나 개정안에서는 이러한 개수제한이 없어졌다. 대신에 심장통합진료를 전제로 한다는 조건을 덧붙였다.

복지부는 “환자가 이제 개수제한 없이 스텐트 시술을 받을 수 있게 되었으며, 최적의 환자 진료를 유도하기 위해 중증도 질환의 경우 심장통합진료를 통해 치료 방침을 정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심혈관중재학회는 “심장통합진료가 왜 최적의 환자 진료가 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설명한 바가 없다”고 지적했다.

복지부에서 근거로 제시한 유럽의 가이드라인에서는 다혈관 복잡 병변에 대해 스텐트 시술을 할 때에는 흉부외과의들과 협진해 볼 것을 ‘권고’하고 있으나 보건복지부에서는 이것을 그대로 급여기준에 반영함으로써 ‘강제’로 변모시켰다는 것이다.

학회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어디에도 이러한 권고사항을 보험기준으로 적용하는 나라는 없고 협진이 반드시 필요한 필요조건이라면 그들로서도 보험기준에 넣지 않을 이유가 없으며 권고사항을 보험 기준에 적용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권고사항을 보험 기준에 넣기 어려운 첫 번째 이유로 어느 나라나 전국적으로 흉부외과의와 협진을 강제화 할 수 있을 정도의 시스템과 여건이 조성되지 않았고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건강보험공단에서 발표한 2012년 국내 주요수술통계에 의하면 관상동맥 스텐트 시술 건수는 총 5만 1539 건, 관상동맥 우회로술의 건수는 3,308 건 이루어졌다.

또한 전국의 스텐트 시술을 시행하는 150개 병원이며, 이 중 대한심혈관중재학회 중재시술 인증기관의 수는 97개 병원이다.

반면 우회로술의 경우, 단 몇건의 실적이라도 우회로술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병원의 수는 전국에 72개이나 흉부외과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질관리 시스템이 없어 제대로된 수술팀을 운영하고 있는 병원의 수는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

미국에서도 일반적으로 약 연 400건 이하의 스텐트 시술을 하는 병원의 과반수는 수술팀이 없다. 의무적인 심장통합진료팀을 구성하려면 스텐트 시술을 받고자 하는 환자의 협진을 수용할 수 있는 흉부외과팀이 어느정도 비슷한 수술실적, 인력과 규모를 갖추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병원에서 심장내과 팀과 흉부외과 수술팀을 동등하게 유지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심혈관학회는 “개정안에서는 병원간 진료 협약(MOU)을 통해 통합진료를 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 경우 환자는 자기가 다니는 병원에서 보험 적용을 받기 위해서는 마냥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다리는 것이 싫으면 동네에서 많이 떨어진 스텐트 시술과 관상동맥 우회로술 모두 시행하는 큰 병원에 가야한다. 모든 중소병원에서 수술팀을 신설하지 않는 한, 본 개정안은 대형병원에게 유리한 내용임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로 학회는 “환자의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데 주치의의 의견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주치의는 환자를 치료하고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개정안에서는 협진이 필요할지 말지를 국가에서 정해준다는 지적이다.

학회는 특히 “여러 가지 복잡 다양한 임상 상황은 무시하고 10줄도 안되게 질환을 설명한 뒤 이러한 경우는 무조건 협진을 받으라고 하고, 나머지는 사례별로 협진이 필요한지, 불필요한지의 여부를 심평원에서 결정하겠다고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더욱이 어렵게 협진을 했다 하더라도 심장내과 전문의와 흉부외과 전문의를 동수로 구성하게 함으로써 의견이 불일치 할 경우에 대한 대책도 없어 이러한 부담은 온전히 환자의 몫이 됐다는 지적이다.

학회는 “보험 문제만 생기면 의료인의 전문가적 견해는 인정하지 못하겠다고 하고 사무실에 앉아서 하루에도 수천건의 진료 기록지를 평가하는 심평원 직원들에게 의학적 판단을 맡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고시 개정이 지나치게 급속히 이우러졌고 공정성을 잃었다는 비판도 제기했다.

심혈관학회는 “심사평가원은 본 고시 개정을 위해 두 달도 안되는 시간동안 단 세 차례의 전문가 회의를 소집했고 그나마도 한 쪽의 일방적인 의견만 수취했으며, 심혈관중재학회와 심장학회에서 우려하는 사항에 대해서 반영하기는 커녕 제기한 문제에 대해서 단 한번도 공식적으로 답변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개정안의 근거가 되는 유럽의 가이드라인도 심장내과 의사들이 만든 것이기에 그들의 입장에서 협진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아니어서 오히려 문제는 이러한 권고 사항을 왜곡되게 해석해 보험급여기준에 적용함으로써 책임소재의 문제, 환자의 자기결정권 및 의사의 진료선택권을 흔들고 환자의 안전과 적절한 치료에 집중하여야 할 의사로 하여금 의학적 판단의 제약을 두어 치료 외적인 부분에 더 신경을 쓰도록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대한심혈관중재학회와 대한심장학회는 “이번 고시가 갖고 있는 논리적 결함과 법적 문제성에 대해서 이미 여러차례 학회 의견서를 보냈다”고 강조했다.

사실 이번 개정안으로 일각에서는 스텐트 개수 제한을 폐지함으로써 보장성 강화의 명분은 살렸지만 아마도 실질적인 보험급여 재정은 더 줄어들 것이라는 것과 찬바람이 불던 흉부외과에 일자리 창출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은근한 기대감이 피어오르고 있다.

이러한 말들이 오고가는 배경에 대해 학회는 “스텐트로 인한 보험재정에 부담을 느낀 복지부와 상대적으로 환자유치가 쉽지 않은 흉부외과계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상황이 깔려있다”고 풀이했다.

이러한 미묘한 관계로 인해 정작 스텐트시술을 집도하는 심장내과 의사들의 의견은 무시된 채 스텐트 급여기준이 설정되었다면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 혹은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라 이라는 것이다.

대한심혈관학회는 “한정된 재정에 맞춰 보험기준을 개정할 때에는 무엇보다 필요성과 논리적 증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개정안의 배경에는 정부의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계획’에 따른다고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개정안이 스텐트 시술을 받는 환자에게 이득이 될지 의문이며 오히려 이번 고시 개정으로 불필요하게 제한을 받음으로써 실질적으로 환자 입장에서는 질병 치료의 보장성 강화가 현저히 약화되는 결과가 초래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