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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고법, 해파리 상처에 알코올 소독 사망원인 아냐

현재 의료수준, 의사의 지식경험에 따른 정당한 의료행위

해수욕장에서 해파리에 쏘여 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다 환자가 사망함에 따라 유족들이 ‘의사의 알코올 소독 치료로 사망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고등법원 제17 민사부(주심 이창형)는 지난 2012년 8월 해수욕장에서 해파리에 쏘여 병원으로 후송되어 의사로부터 알코올로 상처부위를 소독받는 등의 응급처치를 받다 환자가 사망해 유족들이 병원을 상대로 ‘의사가 어떤 종류의 해파리에 쏘였는지를 확인하지 않고 소독해 사망케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가 1심에서 패소해 항소 제기한 사건에 대해 최근 원심 판단을 유지하여 기각시켰다.

A씨는 지난 2012년 8월 인천의 한 해수욕장에서 수영을 하던 중 해파리에 쏘여 인근의 모 의원에서 치료를 받고 근처의 대학병원 응급실로 이송됐지만 치료를 받고 얼마되지 않아 같은 날 사망하고 말았다. A씨가 어떤 종류의 해파리에 쏘인 것인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당시 소방관 B씨는 상처부위를 바닷물로 씻고 식초가 들어있는 분무기를 뿌리는 등의 응급조치를 실시했고 A씨의 부모는 A씨의 상처를 수돗물로 씻었다.

이후 인근의 모 의원에 후송되어 의사 C씨는 A씨의 상처부위에 해파리의 촉수가 남아있는지 확인한 후 진통제로 타이레놀을 처방했으며, 같은 날 진료를 인계받은 의사 D씨는 소독용 알코올로 A씨의 상처 부위를 소독했는데 그 과정에서 D씨는 A씨가 어떤 해파리에 쏘였는지를 확인하지 않았다.

A씨는 의원에서 휴식을 취하던 중 갑자기 구토 증상을 보여 대학병원으로 후송되었는데 후송되는 동안 가슴통증 등을 호소하며 의식상태가 옅어지고 산소포화도가 떨어지는 증상을 보였다. A씨가 응급실에 도착했을 당시 심폐소생술 및 기관삽관 등의 응급조치를 받았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결국 폐부종, 급성호흡곤란증후군(의증) 등에 의한 저산소증, 심정지로 인해 결국 사망했다.

이에 유족들은 병원 의료진이 A씨에 대해 적절한 응급치료를 하지 않아 A씨가 사망했다며 의료상 과실로 A씨와 유족들이 입게 된 재산적,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해파리에 쏘였을 경우 해파리의 종류에 따라 처치방법이 다르므로 치료 시 신중을 기해야 하며 특히 해파리에 쏘인 부위를 알코올로 소독하게 되면 독성이 심하게 퍼져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알코올로 소독해서는 안되는데도 불구하고 피고 병원 의료진이 A씨가 어떤 종류의 해파리에 쏘였는지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알코올로 소독했고, 그 결과 병원에 도착했을 당시까지만 해도 의식이 멀쩡했던 A씨의 몸에 독이 퍼지게 되어 사망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유족들로부터 사건 진정을 받은 인천해양경찰서 수사과는 해파리에 쏘인 경우 올바른 응급처치방법 및 의료진이 망인에게 알코올을 사용한 것이 적절했는지 여부에 대해 경상대학교 수의과대학,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학부에 업무질의를 하고, 대한의사협회에 감정촉탁을 의뢰했다.

하지만 경상대, 국과수, 의협 모두 “해파리에 쏘인 상처에 알코올 처치를 하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의견을 나타냈다.

경상대 수의과대학 독성학교실 교수는 “독성 해파리에 쏘인 경우 식초나 알코올이 독액의 추가방출을 유발할 가능성은 있으나 초기 세척에 의해 해파리의 촉수와 자포가 제거됐다면 사용상에 문제는 없다“고 회신했다.

국과수 법의학부는 “병원에서 소독용 에탄올을 거즈에 묻혀 닦아준 것은 환부의 소독 및 촉수가 남아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함이었던 것으로 보이고, 상황상 필요한 조치였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 역시 “해파리 독성 정류는 다양하고 사고 시 어떤 해파리에 의해 규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관련 참고 문헌의 수가 그리 많지 않고 응급처치 요령에 대해서도 이견이 많이 존재한다. 이 사건의 응급처치과정에서 A씨를 사망에 이르게 할 정도의 과실은 지적하기 어렵다”고 회신했다.

이에 따라 인천해양경찰서는 의료진의 혐의가 없다며 내사종결 처분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유족들의 항소를 기각하면서 “의사가 의료행위를 할 당시에는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을 기준으로 삼되, 그 의료수준은 통상 의료행위 당시 일반적으로 알려져 시인되고 있는 것을 뜻하므로 진료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해 규범적인 수준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또한, “의사는 환자의 상황과 당시의 의료수준 그리고 자기의 지식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방법으로 진료할 수 있으므로, 의사의 판단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니면 특정한 진료방법을 선택한 결과가 좋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의료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이 사건에 관련해, “피고 병원 의료진이 어떤 해파리에 쏘였는지를 확인하지 않고 소독용 알코올로 상처 부위를 소독한 것도 현재 일부 연구에서는 알코올이 몇몇 종류의 해파리 자포에서 독소의 분비를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일차적인 치료법으로는 권장되지 않는다는 견해를 취하고 있는 사실은 위에서 인정한 바와 같다”고 판시했다.

다만 권장되지 않는 치료법임에도 불구하고 기각 결정을 내리게 된 이유에 대해 “해파리에 쏘여 사망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고 해파리에 쏘인 상처를 알로올로 소독하는 것이 주효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현재도 논란이 있어 현재 임상의학 수준에서 금지된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에서 최근 배포한 ‘해파리 접촉피해 응급대처법’에는 알코올로 상처 부위를 소독하라는 종전의 내용이 삭제되기는 했지만 이를 알코올 사용을 금지하는 취지라고 보기는 어려운 점, 인천해양경찰서의 진정사건 조사과정에서 의협 등 전문가들도 의료진의 알코올 소독이 부적절한조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표시한 점 등을 항소를 기각하게 된 주요 이유로 설명했다.

결국 A씨가 어떤 종류의 해파리에 쏘인 것인지 명확히 알 수 없고, 아직까지 항독소 이외에 해파리의 종류에 따라 유의한 차이를 보이는 치료법 역시 존재하지 않으며, 일부 연구에서 알코올 사용이 부적절하다는 견해를 취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알코올로 상처부위를 치료한 의사가 당시 의료수준, 자신의 지식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범위를 벗어났다고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서울고등법원은 제1심 판결 중 피고에 대한 부분에 있어 이같이 결론내려 당시 의사가 조치한 의료행위가 정당하다고 판단하고 원고의 항소에 대해 이유가 없다며 기각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