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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원

한국 보건의료 종사자 업무만족도 ‘매우 낮아’

주 48.9시간 노동…타 업계는 줄어드는데 2시간 증가

우리나라 보건의료 종사자들이 느끼는 업무만족도가 높은 노동 강도 때문에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의료노조는 2014년 3월 20일부터 5월 20일까지 1만 8,263명의 전국 보건의료산업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보건의료산업 종사 노동자들이 1일 평균 근로시간이 9.8시간에 달하고, 주당 평균 노동시간이 48.9시간에 이르는 등 장시간 노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부터 보건의료산업 종사자들의 노동시간을 출퇴근시간과 평균 점시시간 및 인수인계시간을 포함하는 방식으로 추계 조사한 결과, 전년대비 2시간 가량 더 증가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보건노조는 이와 관련해 “이는 주5일제가 도입되던 2004년 당시 47.4시간이던 노동시간이 줄어들기는 커녕 오히려 더 늘어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보건현장의 노동 상황은 이러하지만 사실 우리나라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지난 10년간 계속해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04년 3월 47.8시간을 기록했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이 2014년 3월 기준으로는 약 5시간 감소해 42.9시간을 기록했다.

이 기간 동안 보건의료노동자들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오히려 증가한 것이다.

특히 보건의료산업 노동자들 중 52시간 이상 장시간노동 비율은 19.6%로 전산업 평균인 11.3%, 정규직 평균인 7.7%에 비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결과 장시간 노동을 수행하고 있는 직종은 경비안내(53시간), 의무기록사(51.6시간), 조리배식(51.2시간), 안경사(50.3시간), 사무행정(50.5시간), 운전(50.5시간)이며, 간호사는 49.1시간으로 나타났다.

보건노조는 “이처럼 노동시간이 늘어나고 있는데 비해, 평균 근속년수는 10년이 채 안된다”고 지적했다.

2014년 기준 보건의료산업 종사자들의 평균 근속년수는 9.5년으로서 근속년수가 10년이 넘는 노동자는 40.4%에 불과했다.

특히 3년 미만 22.5%, 3-6년 미만 20.1%, 6-9년 미만 14.2%, 9-12년 미만 9.7%, 12-15년 미만 8.7%, 15년 이상 24.7%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편, 병원 노동자들의 평균 근속기간이 간호사의 경우 7.5년, 비간호사는 12.8년으로 각각 나타나, 간호사들의 근속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병원 노동자의 1주일 평균 근로시간이 최근 몇 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는 최근 병원 및 의료기관에서 토요 근무의 확대 등과도 관련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주 40시간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의료기관의 2/3 가량에서 일부 부서나 외래 등에서 토요근무제(66%)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노조 조사결과 ‘토요근무제 시행 및 예정’은 보건의료산업의 주 5일제 산별 합의 이후 최근 더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는데, 공공병원 47.1%(특수목적공공병원 53.3%)에 비해 민간병원은 무려 73.9%(사립대 73%, 민간중소 76.3%)로 1.5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조사결과 보건의료산업 종사자들의 1년 평균 개인 연차는 17.7일이었고, 사용 연차는 12.3일로 미사용 연차가 5.4일(소진율 69% 수준)이었다. 일상적으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현재 병원 노동자의 64.3% 정도가 연차 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보건노조는 이에 대해 “근로기준법상 연차 사용이 허가제가 아닌 사전 통보제 형식임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연차휴일이 사업장에서 강제지정(13.5%)되거나 반 강제지정(45.8%)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병원 현장에서는 미사용 연차를 법률대로 보전 받지 못하고 있는 비율 또한 20.9%(전부 소멸 7.6%)나 되며 법에 따라 연장근무에 대해서는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하는데도 연장 근무에 대한 법적기준에 부합하는 보상은 16.2%(정액 및 정률 인정 8%, 일부 시간 인정 19.6% 제외)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보건의료산업 종사자들의 직장생활 만족도도 낮게 나타났다.

직장생활 만족도에 대한 설문결과 다소 불만족(45.1점, 2013년 45점, 2012년 46점)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러한 불만족의 이유로 노동시간을 1순위(35.8점)로 꼽았다.

다음으로 인사노무 36.8점(2013년 37.4점, 2012년 32.6점) > 임금수준 38.2점(2013년 36.4점, 2012년 39.3점) > 복지후생 2014년 39.7점(2013년 39.2점, 2012년 38점) 순이다.

보건의료산업 종사자들의 장시간노동, 교대업무 등의 격무가 이렇게 높은 원인에 대해 응답자들은 병원 운영 실태를 지적했다.

현재 노동자들은 해당 병원이 의료공공성(31%)보다는 영리 경영을 추구(37%)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병원 조직운영이 비민주적(경영불투명성 38.2%, 인사정책 패쇄적 42%, 직원통제 36.3%)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생각하여 병원에 대한 신뢰도(19.7%)는 낮은 편이며, 내부 구성원과의 의사소통에 대해 불만족하는 것(44.4%)으로 나타난 것이다.

병원의 이윤추구 경향은 노동조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 노동자들은 최근 몇 년간 노동조건은 악화(57.5%) 되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이러한 이윤추구 경향에 따라 ▲업무량 증가(65.2%) ▲승급, 승진, 인사승진 동기유발 희박(56.6%) ▲근로조건 및 처우 미흡(46.9%)하다는 응답을 보였다.

현재 이직을 고민하는 비율이 절반(54.1%)을 넘어서고 있으며 이 결과 현재 이직을 고민하는 비율이 절반(54.1%)을 넘어서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보건노조는 “이처럼 보건의료산업 종사자들은 근로시간 특례업종으로 분류되어 법적으로 보호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 설문조사 결과는 OECD 국가 평균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인력부족 상태가 노동현장에서 어떤 악순환을 만들어내고 있는지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인력부족으로 인해 장시간 노동이 계속되고, 이로 인해 당연히 발생하는 직장생활에 대한 불만은 이직의사로 표출되며, 이러한 잦은 이직은 다시 인력부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보건노조는 “그럼에도 정부는 인력확충을 위한 법․제도적 장치마련보다 간호사에 대한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대 방안 등 고용을 더욱 유연화하여 보건의료산업의 일자리의 질을 떨어뜨리고, 의료민영화․영리화 정책을 통해 병원의 영리추구행위를 더욱 가속화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병원 인력확충은 환자안전과 의료서비스 질 개선, 노동자들의 근로조건 개선, 양질의 좋은 일자리 창출 등 3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최고의 정책”이라며 정부에 “보건의료산업에 OECD국가 수준의 인력을 확충하기 위한 예산 등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