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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의사(醫師)’…양의사들만의 전유물인가?

한의협, ‘의사’=‘양의사’라는 일제 잔재 청산해야

한의계가 의사(醫師)라는 단어가 양의사에게만 쓰이는 것은 일제시대의 잔재라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광복 70주년을 맞이하는 올 해, 참으로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의 보건의료제도는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못했다”면서 “한의와 양의로 의료가 이원화되어있는 우리나라에서 한의사와 한의학은 법과 제도적인 부분은 물론 관련 명칭에서조차도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부당한 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의협은 “일제강점기 이전, 우리나라에서 ‘의사’는 오늘날 한의사만을 칭하는 단어였다. 당시 대한제국 황실에서 발행한 관보(官報)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의학에 통달해 진맥과 침, 뜸, 한약을 처방하는 자’가 바로 ‘의사’였다”고 강조했다.

당시 활동했던 대표적인 한의사가 바로 ‘종두법’으로 유명한 지석영 선생(훗날 의생면허 6번)이라는 것.

한의협은 “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의 모태라고 할 수 있는 관립의학교가 지석영 선생의 청원으로 설립됐으며, 그는 이 학교의 교장으로 재임했다”며 “현재 우리나라 양의사들이 정통성의 뿌리로 생각하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이 한의사의 손에 의해 건립되었다는 것은 참으로 흥미롭지만, 거의 알려지지 않은 역사적 사실”이라고 밝혔다.

구한말인 1900년 1월, 대한제국이 추진한 근대화 개혁에서 비로소 의사규칙이 제정 공포되며, 서의(양의사)는 동의(한의사)와 구별 없이 모두 의사로 규정됐고, 궁내부 내의원에서 동의와 서의가 함께 의사로 일했으며, 위생국장과 병원장은 동의가 담당하게 됐다는 것이다.

한의협은 “그러나 경술국치 이후, 일제의 민족말살정책이 시작되며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한민족의 얼을 담은 것이라면 모두 없애려는 일본의 계략에 따라 4000여 년 동안 한민족과 함께한 한의학이 억압받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한 “일제는 통감정치를 시작하며 광제원에서 한의를 모두 쫓아냈고, 대한제국의 국권을 강탈한 후에는 공식적인 제도와 기구에서 한의를 모두 배제시켰다”면서 “이로 인해 한의사 제도는 폐지됐고 한의사들은 한시적인 의사자격인 의생(醫生)으로 격하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제는 메이지 유신 이후 자신들이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양의학을 본격적으로 식민지인 우리나라에 이식했다”면서 “이 과정에서 한의사와 한의학은 온갖 핍박과 억압을 받게 되며, 반대로 양의사들은 막강한 기득권층을 형성하여 자연스럽게 ‘의사 = 양의사’, ‘의학 = 양의학’이라는 인식이 국민들 사이에 형성되어 오늘에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의협은 “국어사전에서 ‘의사’를 찾아보면 ‘의술과 약으로 병을 치료, 진찰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 국가시험에 합격하여 보건복지부장관의 면허를 취득하여야 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즉, 의사는 양의사만을 지칭하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의료인인 한의사와 양의사, 치과의사를 통칭하는 중립적인 단어를 뜻하는 것이며 우리나라 국어사전에는 ‘서양의 의술을 베푸는 사람’이라는 뜻의 ‘양의사’라는 단어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의협은 “‘양의사’와 ‘양의학’이라는 표현은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닌 정확한 표현이며, 오히려 양의사와 양의학만을 ‘의사’와 ‘의학’으로 지칭하는 것이 틀린 표현”이라고 주장했다.

한의협은 ‘의사 = 양의사’라는 의료계 주장에 대해 “일제 민족말살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한 우리 보건의료체계의 부끄러운 민낯”이라면서 “우리와 비슷한 역사를 가진 중국은 이미 의사(의학)를 ‘중의사(중의학)’와 ‘서의사(양의학)’로 나눈 중립적인 용어를 통해 보건의료체계를 바로잡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의협은 “‘언어가 인식을 지배한다’라는 말이 있듯이 이제부터라도 ‘한의사와 양의사’, ‘한의학과 양의학’, ‘한약과 양약’의 바른 용어 정립을 통해 한민족의 잃어버린 역사를 되찾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