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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에볼라 의료진 파견 결정 직후 마음먹었다”

신형식 에볼라 대응 긴급구호대 1진 팀장


“정부에서 에볼라 의료진을 파견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당연히 자원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에볼라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서아프리카 시에라리온에 파견된 정부 에볼라 대응 긴급구호대에서 1진 팀장을 맡았던 신형식 국립중앙의료원 감염센터장은 지난 2일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우리나라 감염병 관리 중추기관인 국립중앙의료원에서 감염센터장을 맡고 있는 의사로서 자연스럽게 내린 결정이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중순 정부가 WHO로부터 의료진 파견을 긴급히 요청받고 당시 일정은 매우 급박하게 돌아갔다. 정부는 한달도 채 안된11월 초까지 의료진을 모집한 다음 11월 말경 출발하기로 결정했다.

▲다음은 신형식 센터장과 1문 1답.

1. 당시 상황이 왜 그리 급박하게 돌아갔나?

전대 미문한 전염병 사태로 인해 대규모의 국내 의료진이 해외에 파견 나갔던 적은 우리나라 역사상 한번도 없었던 일이기 때문에 정부가 서둘러 일을 진행했다.

2. 정부에서 의료진 파견을 결정했을 당시 본인이 파견 나갈 것이라는 예상을 했나?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에볼라를 포함한 신종 감염병 관리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감염병센터장이자 감염내과 의사로서 당연히 가야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다른 대학병원 의사들은 자원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여건 상 어렵다.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병센터장으로서 당연한 결정이었다.

3. 개인적으로 많은 부담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에볼라 창궐 지역에 의료진으로 파견된다고 하니 가족들 반응은 어땠나?

당시 이미 많은 해외 의료진이 에볼라에 감염돼 사망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많은 부담이 됐던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민간 간호사 중 한분은 유서까지 쓰고 활동하기도 했다. 특히 저는 1진 의료대장으로 파견될 상황이었기 때문에 제 자신뿐만 아니라 파견 의료진 10명이 모두 안전하게 활동을 마치고 귀국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책임이 있어 막중한 부담감을 느꼈다.

파견이 결정됐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너무나 바빠 가족들에게 이야기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가 막판에 이야기했다. 하지만 워낙 평소에 워낙 위험한 일을 하기 때문인지 아내는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 반대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기독교인이기 때문에 “하나님께 기도하면서 기다리겠다”는 말만 했을 뿐이다. 의사라면 당시와 같은 상황에서 누구나 같은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 생각한다.

4. 정부에서 의료진을 모집한다고 발표했을 때 너무나 위험해 지원자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예상보다 훨씬 많은 의료인들이 지원해 국민들이 큰 감동을 받았다.

민간 의료인 145분이 지원해 그 중 9분이 최종 파견됐으니 상당한 경쟁률을 기록한 셈이다. 사실 저희들도 많이 놀랐다. 이는 의사와 간호사들이 갖고 있는 인도주의적 사명감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에볼라로 고통 받는 환자들을 제대로 치료해 보겠다는 의료인들의 도전의식도 큰 작용을 한 것 같다. 사실 우리나라에 에볼라 환자가 유입된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에볼라 파견 의료진들은 의료인으로서 값진 경험을 한 셈이다.



5. 막상 현지에 도착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시에라리온에 들어가기 위해 오른 150석 비행기에 일반인은 거의 없고 영국, 노르웨이, 중국 의료진으로만 가득 찬 것을 보면서 가슴이 매우 벅찼다. 하지만 공항에 내리자마자 실시된 엄격한 검역활동을 보면서 그 때부터 “내가 바로 시에라리온에 와있구나” 하는 두려움이 들었고 에볼라 치료소에 들어가자 그 두려움은 더 커졌다. 여기저기 뿌려지던 소독약 속에서 고군분투하며 진료하는 의료진들을 보면서 이게 현실이라고 느꼈다.

사실 돌발 상황이 벌어질 것 수 있다는 우려도 매우 컸다. 시에라리온에 파견되기 전 국내에서 뉴스를 통해 에볼라 환자들이 치료소를 탈출해 여기저기 거리를 돌아다니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고통 받고 있는 환자들을 맞딱드리니 피가 거꾸로 쏟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두려움은 다 사라졌다. 오직 환자를 치료해야 한다는 ‘의료인의 본능’만이 남아 열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었다.

6. 의료진 파견 당시 우리나라 감염안전관리 대책에 대한 우려가 매우 많았는데?

이미 국경없는 의사회도 진료 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우리나라 의료 수준 역시 상당히 높기 때문에 충분히 안전하게 대처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개인보호장구 착용에 신중을 가했다. 국경의사회의 경우 환자 치료 시 의료인의 안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정맥주사 치료를 지양하는 등 가장 보수적인 치료방법을 선택하도록 한다.

7. 우리나라 의료진의 에볼라에 대응책은 확실했나?

사실 우리나라 의료진은 가을철 한국에서 유행하는 신증후군출혈열을 치료했던 경험이 있어서 다른 나라 의료진에 비해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 신증후군과 에볼라의 임상 증상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8. 생사를 넘나들면서 값진 경험을 했다. 이번 에볼라 의료 활동이 어떤 의미를 갖는가? 앞으로의 우리나라 전염병 관리대책을 재설정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가?

두려운 상황을 이겨내고 이렇게 많은 수의 전염병 환자를 치료했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기회가 오지 않는 값진 경험임에 틀림없다. 처음엔 너무나 거추장스러운 개인보호장구였지만 점점 익숙해져 입고 벗는 게 자연스러워진 것처럼 값진 경험을 살릴 수 있게 하는 국가적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어떤 전염병이든 때를 가리지 않고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대비를 확실히 해야 한다’는 평소 생각을 더욱 굳건히 하게 됐다. 특히 이를 위해 우수한 국내 의료진들에게 외국에서 전염병 진료 경험을 더 쌓고 올 수 있는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