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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PA제도, 개원의·전공의와 교수 입장차 극명

수가개선으로 해결해야 VS 현실적으로 양성화 불가피

PA제도를 양성화해야 한다는 대한의사협회 학술이사의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 내에서도 이에 대한 입장차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어 주목된다.

의사의 ‘의사보조인력’을 말하는 PA(Physician Assistant)는 현행 의료법상 엄연한 불법의료인력이다. 하지만 복지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에도 1000명 이상의 PA가 있을 것으로 추정될 정도로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하고 있다. 해외에는 이미 PA 제도가 양성화된 경우도 많다.

많은 대학병원들이 전공의 수급이 어려운 외과나 흉부외과를 중심으로 PA를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며 의대교수들은 업무에 익숙하다는 이유로 전공의보다 오히려 PA를 선호해 간단한 처치뿐만 아니라 의사가 해야 할 봉합과 초음파 등 고난도 시술을 맡기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 때문에 전공의들이 선배의사나 교수가 아닌 PA로부터 시술을 배우는 경우도 많다.



의협 학술이사인 순천향의대 외과 신응진 교수는 지난달 30일 외과의료 미래전략포럼에서 “의료계에서는 PA가 향후 의료영역을 침범할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지만 어쩔 수 없는 흐름이고, 특히 외과계열이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PA와 협력 파트너 관계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의협 현직 학술이사가 현행 의료법상 불법인 PA제도를 합법화시켜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하자 의료계는 즉시 반발했다.

개원의사가 주축이 된 의사단체인 전국의사총연합은 “전공의들이 부당한 처우와 암울한 미래로 기피과에 지원하지 않는 근본적 이유는 도외시한 채, 당장의 이익을 위해 불법의료행위를 합법화하겠다는 발언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의협 학술이사의 퇴진까지 요구했다.

전국의 수련병원 전공의들을 대변하는 대한전공의협의회 역시 “환자의 안전할 권리를 침해하고 전공의들이 정상적인 수련교육을 받을 기회를 박탈하는 PA제도를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개원의사들과 전공의들의 입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PA제도가 현행 의료법상 불법인 지금도 병원의 이익 극대화를 목적으로 마땅히 의사가 해야 할 의료행위가 PA에 의해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마당에 합법화되면 환자안전은 더 침해당하고 전공의들이 제대로 된 수련교육을 받을 기회 역시 더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이들은 PA제도를 합법화하기보다 ‘의료수가 정상화’를 근본적인 대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수련병원들이 지금보다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게 해 외과, 흉부외과, 비뇨기과, 산부인과 등 기피과의 전문의 채용을 늘리고, 날로 급감하는 전공의들의 기피과 지원 역시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송명제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명지병원 전공의)은 1일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PA제도는 비인기과에 전공의가 부족해 생긴 ‘의사 대체인력’으로 현행 의료법상 명백한 불법”이라면서 “이를 합법화한다면 전공의들의 기피과 지원이 더욱 줄어들어 의료체계의 근간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환자입장에서는 교수에게 치료받았다고 생각할 텐데 실상은 불법의료행위를 받은 것”이라면서 “환자의 알권리와 안전을 침해하는 PA가 양성화되어서는 절대 안된다”고 밝혔다.

의대교수들, "개원의들 병원현실 너무 모른다."

이처럼 개원의사나 전공의들은 “PA문제는 수가 정상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지만 의과대학 교수들은 대체로 현 상황에서 PA활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학병원 외과 교수인 신응진 학술이사의 ‘PA양성화’ 주장도 이 같은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병원경영자 단체인 대한병원협회 역시 PA제도를 어떻게든 손질해 양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내심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의협을 비롯한 의료계의 극심한 반대에 정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몸을 사리고 있는 모양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병원 교수는 “신응진 교수와 같은 생각이다. 현실을 좀 더 냉정히 바라볼 필요가 있다”면서 “오히려 PA제도를 합법화함으로써 의사와 PA의 역할과 권한을 명확히 구분해 오히려 전공의 교육수련의 질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개원의들이나 전공의들은 현재 PA가 하는 일을 전문의를 고용해 담당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병원 현실을 너무나 몰라서 하는 소리”라면서 “현재와 같이 환자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PA가 하는 일을 담당케 하기 위해 전문의를 채용하려 해도 누구도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현재 수련병원에서 PA나 레지던트가 하는 일을 하기 위해 대학병원에 취업하려 하는 전문의는 없을 것이기에 차라리 PA를 양성화함으로써 간단한 처치는 PA에게 맡기고 전공의는 보다 고차원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해 수련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의대 교수는 “PA에게 처방권을 주자는 것도 아니고 위임 가능한 영역만 합법화시키자는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이해당사자도 아닌 개원의들이 너무나 대학병원을 적대적으로 생각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만 남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대 교수들이 PA 합법화를 주장하는 것은 전공의들 월급으로 들어가는 비용을 아껴 병원의 이익을 도모하려는 것이 아니라 병원현장의 현실을 잘 알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면서 PA합법화가 불가피함을 강조했다.

또 다른 의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PA는 이미 외국에서는 양성화된 제도로 언제까지 음지에 둘 수만은 없다”면서 “이는 대학병원뿐만 아니라 의원급의료기관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개원 성형외과나 외과, 산부인과 등도 불법 PA를 고용하고 있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로 인식되고 있는 만큼 의사와 간호사 중간 위치에서 어떻게든 의사를 보조할 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과 같은 고수가 국가도 이미 PA를 양성화하고 있다. 수가를 높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병원의 어려움이 문제가 아니라, 전문의가 굳이 담당할 필요가 없는 업무는 PA로 내릴 수 있게 합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대 교수는 “현재 PA양성화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빅4 외과계열에 국한되는데 이것이 마치 전체의 상황이고 정의인 것처럼 대변되고 있다”면서 “현재 PA문제가 너무나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계 내에서도 PA문제를 바라보는 입장과 해결법이 이토록 분분해 현재 누구도 손대고 있지 못하고 있는 PA문제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