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목)

  • 구름많음동두천 20.9℃
  • 구름조금강릉 22.7℃
  • 흐림서울 21.7℃
  • 맑음대전 24.6℃
  • 맑음대구 25.7℃
  • 구름조금울산 23.8℃
  • 맑음광주 23.4℃
  • 구름조금부산 25.1℃
  • 맑음고창 23.7℃
  • 구름많음제주 23.0℃
  • 구름많음강화 21.1℃
  • 구름조금보은 22.0℃
  • 맑음금산 23.5℃
  • 구름조금강진군 24.4℃
  • 구름조금경주시 25.0℃
  • 구름조금거제 24.9℃
기상청 제공

인터뷰

“알레르기 전문의들은 한방 폐해 특히 잘 안다”

정지태 소아알레르기호흡기학회 이사장, 한의사 의료기기 NO


“알레르기를 전공하는 의사들은 한방으로 인한 국민의 피해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상업적인 목적을 위해 한의사들에게 의료기기를 허용해서는 절대 안된다.”

정지태 대한소아알레르기호흡기학회 이사장(고대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이 한방 및 유사 의료행위에 대해 강력히 비판했다.

대한의학회 부회장도 겸하고 있는 정 이사장은 지난 4월 10일과 11일 양일에 걸쳐 서울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개최된 2015 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인사말을 통해 “정부의 규제개혁 조치 이후 의료계가 내홍을 앓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사람들에게 의료기기를 사용하게 하려는 불순한 의도를 가진 기업군과 정부가 국민의 건강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의료기기 활성화라는 상업주의에 몰입해 국민 건강을 돈과 바꾸려 하고 있다”고 강력히 비난했다.

특히 “알레르기를 전공하는 사람들은 우리나라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는 근거 없는 유사의료행위로 인해 국민의 건강과 경제적 피해가 얼마나 심한지 잘 알고 있고 그런 상업적 유사 의료행위를 일상처럼 바라보고 있다”고 전했다.

당장 포탈에 알레르기라는 검색어를 입력하면 온통 한의원이나 특정한 건강식품이 도배돼있고 언론매체나 영화관을 통한 광고도 대대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 실제로 알레르기 치료를 위해 한방의료기관을 찾는 환자들도 상당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가운데 알레르기호흡기 분야를 전공하는 대학병원 교수이자 학술단체 이사장으로서 현장의 경험을 토대로 강한 불만을 나타낸 것이다.

정지태 이사장은 정부에 대해서도 “의료를 공공서비스로 규정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하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면서 “규제와 감시가 있을 뿐 투자는 한 푼도 하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의료계에 요구하는 사항은 도를 넘고 있어 이상은 높지만 현실은 너무나 힘든 것이 바로 지금 의료계의 현실이라는 것.

정 이사장은 “이런 시점에 의료계가 하나로 뭉쳐 부적절한 정부의 조치에 단호히 대처하는 한편, 우리 본연의 임무인 인류 건강을 위한 근거 창출 작업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라면서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최신의 지식으로 재무장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지태 이사장은 학술대회가 한참 진행 중인 지난 10일 오후 기자와 만나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했다.

그는 “한방에 가면 먹지 말아야 할 음식을 그룹별로 분류해주는데 환자 입장에서 도저히 지킬 수 없는 것들”이라면서 “치료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환자가 음식을 한의사가 일러준 대로 먹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환자 탓을 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라고 말했다.

잘못된 치료법으로 환자가 피해를 보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정 이사장은 “아토피피부염을 진단할 때에는 근거에 기반해 다른 질환과 정확히 구별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단순히 가려워서 긁은 모양만 보고 무조건 아토피피부염으로 판단해 잘못된 치료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또한 “특정한 음식만 먹으면 완치될 수 있는 것처럼 환자를 속여 오히려 환자의 상태가 악화된 다음에 병원을 찾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덧붙였다.

정 이사장은 “뿐만 아니라 한의사들이 보건복지부와 대한의학회가 구축한 국민건강정보 포탈 내용을 그대로 베껴놓고 마지막 부분만 한의학적 치료로 바꾸는 경우도 많다”면서 “이는 정부가 힘들게 국민건강정보 포탈을 구축하고도 홍보를 게을리하고 악용 여부 감시를 소홀히 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학은 꾸준히 최신 치료법을 도입하며 진화하고 있는데 한의학은 아직도 2000년 전 나왔던 책에 나오는 내용만 고집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인데 무슨 대화가 되겠나”라고 말했다.

특히 자신의 주장과 관련해 “한방의 효과가 전혀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며 의료기기를 사용한다고 한방의 과학화가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라면서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나라도 하루 빨리 의료를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지태 이사장은 “의료에 있어 그토록 공공성을 강조하면서도 실제로는 아무런 투자도 하지 않으면서 국민 건강을 외면하는 나라는 전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정 이사장은 “정부는 모든 의료 사안을 근시안적으로 바라보며 책임을 회피해서도 안된다”면서 “이제 백년대계를 세우려는 노력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