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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실손보험 진료비 심사 심평원 위탁 ‘7부 능선 넘어’

[기획] 국민 위한다지만 낮은 지급률 불 보듯…동네의원보다 2차병원 타격

작년말 금융위원회는 ‘실손의료보험료 안정화 방안 추진’이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금년5월초 김춘진 의원은 ‘국민의료비 효율적 관리방안’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가졌다. 이 2개 사건은 민간보험회사가 판매하는 실손의료보험의 진료비 심사를 공공기관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위탁하기 위한 과정이다. 김춘진 의원실에서는 현재 토론회에서 논의된 내용들을 보험업법 국민건강보험법 의료법 등에 반영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6월경 3개 법안의 개정안을 선보일 예정이다. 실손보험 심사의 심평원 위탁이 7부 능선을 넘은 듯하다. / 이렇게 되면 실손보험을 파는 민간보험사는 이익이지만 가입자인 국민과 의료공급자인 병·의원은 손해를 보게 된다. 민간보험사들은 실손보험 가입자와 의료공급자의 도덕적 해이 때문에 손해율이 100%를 넘었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여기에 금융위원회와 국회가 맞장구를 치고 있다. 하지만 손해율은 보험사의 방만경영 때문이라는 게 의료계의 시각이다. 정작 가입자인 국민에게 돌아가는 지급률은 40~60%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진료비 심사를 심평원에 위탁하게 되면 더 낮아질 수 있다. 의료기관들도 피해를 보기는 마찬가지다. 까다로운 진료비 심사는 물론이고, 청구에 따르는 행정부담, 늦게 지급되는 진료비, 실손보장 범위를 넘은 진료에 대한 환자와의 다툼 등을 우려하고 있다. / 그동안 심사 위탁을 위해 진행된 과정을 살펴본다. 앞으로 보험판매자, 가입자인 국민, 의료공급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취재했다. [편집자 주]



실손보험의 진료비 심사 위탁의 구체적 방향은 2014년 12월 18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실손의료보험료 안정화 방안 추진’ 보도자료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보도자료는 자동차보험의 진료내역 심사체계를 참조한다고 밝히고 있다.

자동차보험의 경우를 보면 환자 의료기관의 도덕적 해이로 인한 보험료 누수 현상을 명분으로 내세워 진료비 심사의 심평원 위탁을 추진했다. 과정을 보면 △2006년10월11일 장복심 의원 법안 발의 △2009년11월3일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심평원 위탁을 정부에 권고 했다.

이어 △2010년10월29일 복지부, 공정위, 금감원, 국토부, 경찰청, 금융위 등 6개 부처 합동으로 ‘공정사회를 위한 향한 자동차보험 개선’ 발표와 ‘자동차보험 심사 심사평가원 위탁’을 합의했으며 △이후 이해당사자들로 구성된 TF팀을 구성하여 수차례 공청회와 협의를 거쳐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이 개정돼 2013년7월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실손보험의 경우는 자동차보험의 경험을 바탕으로 좀 더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있다. 금융위는 작년말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금년 중에는 안정화 방안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힌바 있다.

김춘진 의원실에서도 지난 4월6일 정책토론회를 개최한데 이어 오는 6월까지 보험업법, 건보법, 의료법 등의 개정안을 발표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4월6일 열린 정책토론회는 ‘국민의료비의 효율적 관리방안 마련’이 주제였지만, 논점은 실손보험의 진료비 심사 심평원 위탁이었다.

정형선 교수(연세대 보건행정학과)는 주제발표에서 “민영보험료 인상은 국민 의료비 부담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한다. 국민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민영보험을 통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토론에 나선 각계의 반응은 엇갈렸다. 금융위위원회는 손해율이 100%를 넘는다는 이유로 위탁에 찬성한 반면 의협은 지급률이 40~60%에 불과하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춘진 의원실(보건복집위원장, 새정치민주연합) 관계자는 “의료단체들이 워낙 과민한 부분이 있어서 아직 보험업법 외에 검토하는 부분은 오픈하지 않았다. 사실 보험업법도 오픈하지 않은 상태이다. 6월 중에는 검토한 내용을 수정 보완하여 세트로 공개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서인석 보험이사는 “관련 법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나오는 이야기는 없다. 국민의료비의 효율적 관리 방안이라는 추상적인 이야기로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결국 실손보험의 진료비 심사를 심평원에 위탁하기 위한 것이 목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민간보험사의 높은 손해율 vs 의료계의 낮은 지급률 ‘누구 말이 맞나?’

실손보험의 진료비 심사 심평원 위탁을 주장하는 민간보험사들은 100%를 초과하는 손해률을 명분으로 내세운다.

손해보험협회 장남식 회장은 지난 4월2일 출입기자간담회에서 “국민건강보험이 부담하는 의료비는 100% 심평원을 통해 검증되지만 비급여 항목은 검증 절차가 제로이다. (100%를 초과하는) 손해율은 보험사의 문제 이전에 국민을 위한 문제이다”라고 말했다. 손해률이 높으면 보험가입비도 높아지기 때문에 국민에게 부담이 된다는 주장이다.

장남식 회장은 “비급여 의료비는 공정가격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어렵다. 같은 의료서비스라고 해도 병원마다 제각각이다. 심평원 같은 신뢰성 있는 기관이 비급여 항목을 검증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과 국회를 통해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실손보험의 지급률은 평균 50%인데 진료비 심사를 심평원에 위탁하면 지급률이 더 낮아 질 것이라며 위탁을 반대하고 있다.

의협 서인석 보험이사는 “우리나라는 지급율은 2013년도 기준을 보면 평균 50%정도 된다. 대략 보험회사별로는 40~60%이다. 심평원에 위탁하게 되면 이 마저도 낮아 지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서인석 이사는 “선진 외국은 관리·운영비를 20%만 사용하게하고, 보험료 지급율을 70~80% 정도 되도록 한다. 지급률이 낮으면 그 다음에 리워드해 주게 되어있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의 손해율이 높아진 이유는 가입자와 공급자의 도덕적 해이에 따른 지급률 상승 때문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오히려 보험상품 설계의 오류와 과다한 광고․행정비의 소모 등이 손해율을 증가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잘나가는 민간보험 배불리는 제도…가입자 공급자는 진흙탕

앞으로 실손보험의 진료비 심사를 심평원에서 하게 되면 보험회사는 더 큰 이익을 거두게 된다.

보험회사들은 손해율이 100%를 넘어 간다고 하지만 순이익을 거두고 있다. 작년에 삼성생명의 연간순이익은 1조3,370억원이었다. 금년 1분기 당기순이익은 4,637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4,102억원에 비해 13% 증가했다.

그런데 앞으로 실손보험 비급여 진료비에 대한 심평원의 재심사가 강화되면 지급률은 더 낮아지고, 그 만큼 보험회사들의 이익은 늘어 날 전망이다.

의협 서인석 보험이사는 “이미 심평원에서 급여적정성 광고도 하고 있다. 건강보험으로 낸 진료비를 병원에서 재확인하는 거다. 그런데 그걸 대기업인 민간보험사를 위해서 또 하나 만들고, 돈까지 줘가면서 하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가입자와 공급자 간에는 비급여진료비의 재심사가 강화됨에 따라 다툼이 많아질 전망이다.

그나마 자동차보험은 지불보증번호라도 있지만 실손보험은 상품이 너무나 다양하다. 한도 초과시 보장되는 것도 있고 안 되는 것도 있다. 한도 금액을 초과하면 다시 환자에게 청구하고 나서 진료 금액을 심사가 끝난 다음에 받아야 되는 문제도 발생한다. 환자와 다툼이 일어날 소지가 많다.

의협 서인석 보험이사는 “자동차보험의 심사를 심평원이 하게 된 2013년을 보면 청구를 해서 지급이 되는 데 보통 3~4개월이 걸린다. 비급여 지급도 똑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실손보험의 진료비 심사를 심평원에서 하게 되면 어느 곳이 타격을 받게 될지도 관심 사항이다.

서인석 보험이사는 “사실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하는 실손보험 비급여 진료가 그리 많지는 않다. 실손보험은 소위 말하는 2차병원급에서 많이 한다. 예를 들면 무릅관절수술에 대한 클레임이 많이 걸리는 등 2차가 어려워 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병원협회 관계자는 “자동차보험 진료비의 심평원 심사는 어느 정도 공익적 측면이 있다. 하지만 실손보험은 사적 영역이기 때문에 공공기관인 심평원이 위탁받으면 사익을 대변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병협은 2차병원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한편 의원의 경우는 환자가 100% 부담하는 비타민주사 신데렐라주사 등을 개척하고 있다. 하지만 이 분야도 환자들의 요구로 실손보험이 조금씩 잠식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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