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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대학병원, 전공의에 미지급 임금 1억원 지급

전의총, 미지급 법정수당 청구 승소 판결 이끌어내

대학병원 전공의 수료자에게 병원 측이 수련기간 동안의 미지급 임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와 주목된다.

지난 18일 A지방법원은 ‘B대학병원은 전공의 수료자 C씨에게 9천971만1436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선고했다.

법원은 2010년 7월부터 2011년 11월까지 총 1년 5개월분의 미지급 임금으로 약 1억원을 지급하라고 함으로써 한 달 평균 약 586만원씩을 미지급했다고 판단했다.

이번 소송은 전국의사총연합(이하 전의총)이 소송비용을 부담해 진행됐다. 전의총은 “전공의들에 대한 부당한 노동력 착취를 알림과 동시에 이를 바로 잡겠다는 취지”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전공의 채용 계약 시 야간 및 휴일 당직 수당 등이 근무시간에 따라 개별적으로 산정되는 것이 아니라 기본임금에 일률적으로 일정금액으로 포함되는 포괄임금제에 대한 합의가 있었는지, 특정 수당을 통상임금에서 제외시키는 합의가 유효한 것인지, 구체적인 근무시간이 어떻게 되는지, 원고의 미지급 수당 청구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지 등이었다.

먼저, B대학병원측은 포괄임금제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포괄임금제에 관한 합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포괄임금에 포함된 법정수당이 근로기준법이 정한 기준에 따라 산정된 법정수당에 미치지 못한다면 그에 해당하는 포괄임금제에 의한 임금지급계약은 근로자에게 불리해 무효라고 할 수 있고, 이 사건에 있어서 설령 포괄임금제 합의가 있었다 할지라도 그 합의는 무효라는 것이다.

또한 전공의 수료자 C씨는 피교육자로서 수련의 성격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B병원의 지휘·감독하에 근로를 제공한 측면도 있기에 이로 인해 소요되는 시간은 근로시간으로서의 성격도 갖고 있다고 판단했다.

C씨가 피교육자로서 수련을 받고 있다고 하여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나아가 C씨와 같은 전공의에게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에 관한 규정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도 없다는 것.

B병원의 단체교섭 시 교통보조비 등 일부 명목의 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지 않기로 합의하였으나, 재판부는 성질상 근로기준법상의 통상임금에 속하는 임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노사 간에 합의하였다 하더라도 그 합의는 효력이 없다는 이유로 교통보조비 등을 통상임금의 범위에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에 있어서 가장 치열한 다툼이 있었던 부분은 구체적인 근무시간이 어떻게 되느냐에 대한 사실 확정.

결국 C씨는 이틀마다 당직근무를 한 것으로 인정받았고, B병원은 당직근무 시 근로시간이 11시간이라고 주장했으나 그 주장에 따르면 대학병원에서 의사가 근무하지 않는 진료공백시간이 존재하게 되므로 이를 믿을 수 없다고 재판부가 판단함으로써, 매 이틀(48시간)당 34시간 30분을 근무한 것으로 인정됐다.

휴일에 대해서도 B병원은 원고에게 2010년에 7일, 2011년에 7일의 휴일만을 제공한 것으로 인정되었고, 7일의 휴일만을 제공했는데도 사용하지 않은 5일의 연차휴가에 대한 휴일 근로 수당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어 이 또한 지급하도록 했다.

B병원은 그 청구로 말미암아 사용자에게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지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병원의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는 이유로 원고 측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러한 피고병원의 주장 또한 인정하기 않았다.

이번 소송을 진행한 이동길 변호사(전의총 법제이사)는 “판결금액만 언뜻 보면 원래 받았던 월급보다 더 많은 액수의 수당에 놀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 동안 수련병원들이 수련과정이라는 핑계로 얼마나 노동력을 착취해왔는지를 알 수 있는 판결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수련병원들의 착취 행태를 고려하면 이 금액도 많다고 할 수 없다. 또한 판결의 내용 중 불합리하게 감액된 부분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으므로, 이번 1심 판결에 항소를 함으로써 더 많은 금액을 청구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전의총은 “앞으로도 C씨의 법정 소송을 꾸준히 지원해 수련병원들의 전공의 착취 병폐를 뿌리 뽑는데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가 소송인단을 모집해 전공의 당직비 반환 소송을 확대 추진하며 이 대상은 전공의뿐만 아니라 전임의나 교수들에까지 확대할 뜻이 있음을 밝혔다.

전의총은 전공의 수련환경의 근본적인 개선을 위해 현재 진행 중인 전공의 특별법이 원안대로 통과될 수 있도록 대한전공의협의회와 연대하여 강력히 추진해나간다는 계획.

다양한 홍보와 강연 프로젝트 등을 통해서 전공의들이 의료 현안을 쉽게 접하고 문제를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꾸준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의총 정인석 공동대표는 이번 판결에 대해 “그 동안 수련이라는 명분 아래에서 무분별하게 노동력 착취를 당해 온 전공의들의 울분을 조금이나마 달래줄 수 있는 좋은 결과”라면서 “앞으로도 올바른 확정 판결이 나와서 전공의들의 처우가 현실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현재 진행중인 전공의 특별법에 대해서도 “많은 의료인들과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원안 통과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며, 이러한 노력이 왜곡된 대한민국 의료 현실을 바로 잡는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