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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메르스 사태로 불거진 원격진료 논란 핵심은?

의료계, 오진 우려 절대 반대 VS 복지부, 한시적 허용일뿐

메르스 감염으로 인해 병동이 폐쇄되거나 외래진료가 차단된 일부 병원에 원격진료를 허용하기로 한 정부의 결정에 의료계의 반발이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는 의료접근성이 세계 어느 나라 보다 뛰어난 우리나라에서 오진 가능성이 높은 원격진료를 굳이 허용할 필요가 없다면서 강력한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특히 비록 한시적이더라도 원격진료 허용은 명백한 현행 의료법 위반이자 대한민국 의료전달체계의 혼란을 더욱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이번 조치가 향후 원격진료 확대 시행의 근거가 될 것을 우려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메르스 사태로 불거진 원격진료 논란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살펴봤다.[편집자 주]

메르스 사태라는 국가적 위기로 의료인들이 한창 사투를 벌이고 있었던 지난 6월 18일 정부가 삼성서울병원에 대해 원격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한다고 발표함에 따라 의료계가 발칵 뒤집혔다.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최대 감염 진원지가 되어버림으로 인해 외래진료가 중단되고 병원이 폐쇄됨에 따라 재진 외래환자에 한해 의료법 예외를 한시적으로 적용해 삼성서울병원 의사와 환자가 집 또는 보건소에서 전화(스마트폰 등)로 진찰과 처방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오진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원격진료에 적극적인 반대 입장을 나타냈던 의료계는 비록 한시적이기는 하지만 현행 의료법상 규정된 대면진료 원칙을 훼손하는 원격진료를 허용한다는 소식에 강력히 반발했다. 대한의사협회와 서울시의사회, 대한개원의협의회, 전국의사총연합, 대한의원협회 등 각 의료단체는 정부를 비난하는 성명서를 연일 쏟아냈다.

의료단체들은 “정부가 메르스 사태를 빌미로 대기업인 삼성에 원격진료라는 특혜를 주려 한다”면서 “현 의료법 상 규정된 대면진료 원칙을 명백히 위반하고 의료전달체계를 무너트리며 무엇보다 오진 가능성이 높아 국민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원격진료를 절대로 허용해서는 안된다”고 강경한 입장을 나타냈다.

이 같은 의료계의 강력한 반발에 보건복지부는 “우선적으로 기존 외래환자에 대해 삼성서울병원과 협력 및 협진관계인 약 2,650여개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고 의약품을 처방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힘으로써 잠시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내 다시 삼성서울병원과 마찬가지로 병원이 폐쇄되고 외래진료가 중단된 강동경희대병원과 아산충무병원에 대해서도 전화 진찰 및 팩스처방을 허용한다고 발표함으로써 정부에 대한 의료계의 불신과 분노가 더욱 커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원격진료, 정부는 왜 강행하고 의료계는 왜 반대하나?



정부는 지난 2013년 10월 동네의원을 중심으로 의사-환자간 원격의료 허용을 위한 의료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마침내 2014년 4월 2일 국회에 제출했다.

대상질환은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과 원격진료가 가능한 경증질환으로 PC·스마트폰·혈압계등의 장비를 이용해 2015년 3월까지 6개월간 진행하고 2015년 상반기 중 국회 법안논의에 제출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대한의사협회는 지난해 3월 10일 집단휴진투쟁까지 벌이며 저지에 나섰고 당황한 정부는 의료계와 합의에 나서 일단 시범사업 후 입법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의정 공동 시범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와 의료계는 구체적 실시방안을 놓고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 정부는 결국 5월 “의협이 시범사업안을 제시하지 않아 시범사업이 지연됐다”면서 보건복지부 단독으로 진행하기에 이르렀다.

환자에 대해 관찰과 상담만 하는 원격 모니터링부터 우선 시행하고 시범사업의 범위를 진단과 처방까지 가능케 하는 원격진료까지 확대하는 시범사업을 실시한 것이다.

원격모니터링 시범사업은 9월부터 5개 보건소와 참여를 희망하는 6개 일반의원, 2개의 교정시설의 협력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원격진료는 도서벽지 보건소 및 특수지 시설을 대상으로 시행에 들어가 20개 의원급 의료기관이 참여했다.

이후 정부는 원격진료 시범사업 확대 시행에 들어가 올 들어 지난 1월 22일에는 참여 의원을 50곳으로 확대하고 3월부터는 원격협진 시범사업도 시작해 군부대와 교정시설, 원양어선 등 의료이용이 어려운 곳을 중심으로 시범사업을 확대했다. 의료취약지역 응급환자나 다른 의료기관에 이송되는 환자에 대한 의료인간 원격협진도 실시해 건강보험 수가까지 시범적용했다.

정부는 원격진료가 세계적인 흐름이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IT기술이 발달한 우리나라에서 실시함으로 인해 의료취약지 환자의 의료이용을 용이하게 할 수 있고 진료비 절감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에 따른 정부의 원격진료 강행에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원격진료는 오진과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너무나 높아 국민 건강과 생명에 위해를 가할 수 있으므로 현행 대면진료를 절대 대체할 수 없고 환자들이 원격진료를 위한 장비를 구입해야 하므로 의료비 역시 상승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의료계는 고령환자의 경우 원격의료장비를 구입하더라도 활용이 쉽지 않고 원격장비로 인해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도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의원급의료기관들은 만약이라도 원격진료가 대형병원까지 확대될 것을 크게 우려하는 모습이다. 사실상 의료전달체계가 전무한 것이나 다름없어 대형병원 쏠림현상이 매우 유독 심한 우리나라에서 원격진료가 대형병원까지 확대될 경우 동네의원들이 줄줄이 도산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원격진료는 동네의원들을 고사시키고 원격장비를 생산하는 대기업만 배불리는 잘못된 정책이라는 게 의료계의 입장이다.

메르스로 폐쇄된 삼성서울병원을 비롯한 일부 병원에 대해 한시적으로 원격진료를 허용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의료계가 크게 반발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원격진료 추진에 실제로 많은 대형병원들이 원격진료에 관심을 보여왔다. 특히 이번에 논란이 된 삼성서울병원은 삼성그룹이 세운 공익재단이 운영하는 병원이다.

원격진료를 실시할 경우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되는 기업은 다름 아닌 세계 최대 전자기업인 삼성전자를 계열사로 갖고 있는 삼성그룹. 삼성서울병원 역시 원격진료 추진에 큰 기대와 의지를 보여왔다.

이번 메르스 사태때도 삼성서울병원 측이 정부에 먼저 한시적으로 원격진료를 허용해 줄 것을 요청해 성사됐다. 이 때문에 정부와 삼성이 메르스 사태를 빌미로 결탁한 것이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비상사태에 한시적 원격진료 허용이 그리 반발할 일인가?

메르스 사태로 일부병원에 한시적 원격진료를 허용한 정부의 결정에 의료계가 이토록 반발하고 있지만 정부는 이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메르스 사태로 폐쇄된 병원에 전화진찰을 허용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

권덕철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6월 30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어이가 없다. 비상사태 시 제한적으로 평소 주치의에게 전화진찰 받는게 그리도 반발할 문제인가?”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지금도 보호자 대리처방(50% 건보적용)이 허용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는 이번 메르스 사태로 폐쇠된 병원에 한해 한시적으로 원격진료를 허용한 것일 뿐 의료이용이 힘든 격오지 주민이나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 등에 대해서만 의원급 의료기관에에서 원격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기존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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