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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부는 이대로 의료계를 토사구팽할 것인가?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되고 말았다. 메르스 관련 추가경정예산이 반토막 나 메르스와 사투를 벌인 의료인들의 희생과 헌신이 토사구팽당한 것이다.

여야는 지난 24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메르스 피해 의료기관을 지원하기 위한 추가경정예산으로 2500억원을 확정했다. 당초 국회 보건복지위가 의결한 5000억원에서 절반으로 줄은 것이다.

메르스 확진환자 치료·발생·경유 등 메르스로 인해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병원급의료기관의 피해액만 약 5000억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에서 2500억원으로 의료계의 피해를 구제하기는 턱없이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직원들 월급도 못줄 위기에 처한 병의원들이 곳곳에서 속출하는 상황에서 일말의 기대를 갖고 있던 지원예산마저 반토막 나버림에 따라 의료계는 날벼락이 떨어졌다.

대한의사협회는 27일 성명을 내고 “전체 의료기관이 입은 피해 손실액에 비하면 그야말로 조족지혈”이라면서 “메르스와 사투를 벌인 의료인에게 대못을 박았다”고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이번 메르스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은 두말할 나위 없이 정부에 있다. 정부당국이 안일한 태도로 메르스 초기대응에 실패한 것도 모자라 시종일관 사태를 쉬쉬하고 방관하다 일이 더 커진 것이다.

정부의 실책으로 대란이 발생했음에도 그 부담은 고스란히 의료기관과 의료인들의 몫으로 돌아왔다. 의사와 간호사들은 메르스 감염 고위험군이 되어버리면서도 생명을 걸고 메르스 종식을 위해 싸웠다.

많은 병원들은 엄청난 피해를 감수하고 외래와 병동을 폐쇄하는 등 메르스 확산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30%, 50%, 70% 외래환자 수가 하루가 다르게 급감함에 따라 손실액은 눈덩이처럼 불어갔다.

하지만 이번 추경으로 의료인들이 그동안 보여준 헌신과 희생은 철저히 무시당하고 말았다.

이번 메르스 사태는 어느 한 순간에 갑자기 벌어진 우발적인 성질의 것이 아니다. 다인실 위주의 병실 구조, 응급실 과밀화 현상, 왜곡된 의료전달체계, 제재없는 병문안시스템 등 그동안 정부가 쉬쉬했던 우리의료의 취약점들이 메르스라는 괴물을 만들었다.

이에 따라 메르스를 계기로 그동안 방치했던 잘못된 우리나라 병원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부 역시 이를 받아 들여 앞으로 병원문화개선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추경예산을 보면 전혀 그럴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병원문화 개선은커녕 메르스로 인해 피해를 입은 의료기관들에 대한 정당한 손실보전마저 불가능한 액수다.

계속 이런 식이라면 자신들의 실책으로 발생한 피해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조차 해주지 않는 정부를 누가 신뢰할 것이며 앞으로 혹시라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을 때 누가 희생과 헌신을 자처하겠는가? 정부는 향후 보상 심의과정에서 반드시 추가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