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목)

  • 구름많음동두천 20.9℃
  • 구름조금강릉 22.7℃
  • 흐림서울 21.7℃
  • 맑음대전 24.6℃
  • 맑음대구 25.7℃
  • 구름조금울산 23.8℃
  • 맑음광주 23.4℃
  • 구름조금부산 25.1℃
  • 맑음고창 23.7℃
  • 구름많음제주 23.0℃
  • 구름많음강화 21.1℃
  • 구름조금보은 22.0℃
  • 맑음금산 23.5℃
  • 구름조금강진군 24.4℃
  • 구름조금경주시 25.0℃
  • 구름조금거제 24.9℃
기상청 제공

인터뷰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메르스 첫 수술환자 이야기

국립중앙의료원 이비인후과 노동환 교수 인터뷰

지난해 전 국민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메르스 사태가 발생한지 어느덧 1년이 넘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30명의 메르스 확진환자를 진료하고 또 중앙거점병원으로서 메르스 극복에 앞장섰던 기관이다.


본지는 메르스 환자의 수술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집도했던 국립중앙의료원 이비인후과 노동환 교수를 만나 수술 과정과 뒷 이야기를 들어봤다.


◇안녕하십니까. 우선 당시에 환자가 받았던 수술에 대해서 설명해 주십시오.


환자가 받은 수술은 기관절개술이다. 기관절개술이란 것은 목 앞부분을 절개해 ‘캐뉼라’라는 기기를 통해 외부 공기를 직접 폐로 공급해 숨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기계호흡을 오래 하게 되면 성대를 계속 누르고 있어 협착이 생겨 기계호흡을 뗄 수가 없기 때문에 이러한 환자들에게 많이 시행한다.


특히 심한 폐질환이 지속 되면 가래가 계속 나오면서 기계호흡을 하는 관이 막힐 위험이 높아진다. 메르스 환자의 경우가 그렇다. 하지만 기관절개술 후 삽입하는 캐뉼라는 기계호흡의 관에 비해 무척 짧기 때문에 가래를 제거하기 쉬워진다.


◇메르스 환자의 기관절개술을 몇 번 시행했고, 또 시술을 하기 위한 조건은 어떻게 되는지.


중앙의료원에 입원했던 확진환자 30명 중 기관절개술은 2명에게 시술했다. 장기간 기계호흡을 하면 성대가 손상되고 기관이 협착되는 합병증이 생긴다. 그리고 폐분비물이 많이 생겨 내시경으로 이를 계속해서 제거하기에는 어렵기 때문에 적정한 시점에 반드시 기관절개술을 시행해야 한다. 통상 2~3주되는 시점에서 수술해야 한다.


◇메르스 환자의 수술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집도하셨다. 어떻게 수술을 결정하게 됐나.


첫 수술환자의 경우 전원 1일째부터 과호흡 증상과 고열이 나타났다. 상태가 좋지 않았다. 전형적인 메르스 양성 환자의 증상이었다. 마스크로 분당 10리터의 산소를 공급해도 산소포화도가 떨어져 결국 전원 4일째 기관을 삽관하고 기계호흡을 시작했다.


이후 11일째 조금 좋아지는 기미도 보였다. 기계호흡을 떼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15일째되는 날까지 기계호흡을 떼려는 시도를 했지만 환자는 호흡에 힘들어 했다. 결국 전원 17일째 기계호흡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태로 판정해 당장 기관절개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3주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어 상황을 지켜보려고 했지만 전원 19일째 상황이 바뀌었다. 환자에게서 화농성 분비물이 증가했다. 기계호흡을 오래하면 발생하는 세균성 폐렴이, 즉 2차 감염이 발생한 것이다. 결국 전원 24일째 수술을 했다.


◇수술에 부담이 많았을 것 같다. 수술 과정을 들려달라.


굉장히 조심스러웠다. 당시에는 온 국민이 관심을 가지는 상황이었다. 수술을 준비하는 과정 역시 힘들었다. 지금은 생겼지만 당시 의료원에는 음압수술실이 없었고 환자가 중한 상태라 이동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결국 격리돼 있는 음압병실에서 할 수 밖에 없었다.


시뮬레이션을 굉장히 열심히 했었다. 병실에 들어가 수술을 시작하면 외부와 차단되기 때문에 수술도구 전달도 불가능하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수술실이 아니다 보니 무영등이 없었던 부분이었다. 미세한 수술이기 때문에 무영등이 꼭 필요한데 무영등 기기가 커서 병실 입구로 들어가지 않았다. 결국 불빛이 강한 소형 독서등으로 수술을 했다. 그림자를 없애기 위해 2차로 펜라이트를 비추면서 했다.


또 병실이다 보니 침대 조절이 안돼 20여분 이상 허리를 숙이고 집도를 했다. 레벨C 방호구를 착용하고 수술을 했는데 수술준비, 수술, 탈의시간 등을 더하면 1시간 정도 입고 있어 무척이나 더웠던 기억이 난다.


아울러 에어로졸로 인한 의료진 감염을 최소화해야 했기 때문에 미세하게 절개해야 했다. 크게 쨀 때보다 시간이 더 걸린다. 수술 중에도 에어로졸이 나오기 때문에 인공호흡기를 20초 정도 꺼야했다. 그 시간 내에 삽관을 마쳐야 하기 때문에 빨리 움직여야 하는 시술이다.


수술 후에는 기관지 내시경을 하지 않고도 분비물을 쉽게 제거할 수 있게 됐고, 환자 상태는 호전돼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했다.


◇메르스와 같은 감염병 환자의 수술에 주의할 점과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기관절개술은 의료진의 감염가능성이 굉장히 높은 수술방법이기 때문에 숙련된 시술자와 팀이 반드시 필요하다. 인공호흡기를 끄고 신속하게 시술해야 하고, 적정한 캐뉼라를 사용해야 한다는 기술적으로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지속적인 레벨C 방호구 탈착 교육도 있어야 한다.


방호구를 쓰니 전안면 마스크 구조상 수술용 헤드램프 사용이 어려웠고, 방호구 내 환기를 위한 기기의 소음으로 의료진간 의사소통이 어려웠다. 이동식 무영등과 무선 헤드세트를 꼭 준비해야 한다.


중앙의료원의 의사로서의 생각을 말씀드리자면 공공병원의 의료진들은 국가적 위기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또 메르스를 겪은 병원은 많이 개선됐지만 다른 병원들은 이를 위한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것 같다. 메르스 같은 감염병이 언제 다시 들어와 국가적인 문제를 일으킬지 모른다. 국가적인 관심 필요하다.


공공병원이라고 의사들의 사명감이 저절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공공병원의 전공의 양성 수련교육기능도 더 강화해야 한다. 공공의료야 말로 현장의 교육기능이 가장 중요하다. 정부의 감염병 대책이 소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지적도 있지만 고치기는 해야 한다. 여기에 비유하자면 공공병원의 수련 교육기능 강화는 외양간을 지킬 사람을 양성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