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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

지난 2일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정신병원 강제입원 절차를 강화한 개정정신보건법에 대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학회는 오는 5월 30일 시행을 앞둔 개정법에 대해 ▲입원 필요성을 판단하는 2주의 진단입원 기간을 신설, 국공립정신의료기관 정신과 전문의가 입원심사를 하는 점과 ▲자해 및 타해 위험을 반드시 충족시켜야 강제입원이 가능한 조항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학회는 현재 약 140명인 국공립정신의료기관 전문의로는 연 17만건에 달하는(법 개정이 되면 학회 추산 연 10만 건) 강제입원 환자를 심사하기에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민간정신병원을 입원심사기관으로 지정하려는 복지부의 계획은 입원심사의 중립성 및 공정성을 확보하려는 개정안 취지에 위배된다는 것.


특히 자해 및 타해 위험이 있을 경우만 입원시킬 수 있도록 한 조항은 진단이 아닌 판단의 문제로 의사마다 차이가 있어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 학회의 입장이다.


학회는 법 시행을 강행할 경우 수만명에 달하는 정신질환자를 퇴원시킬 수 밖에 없다며 퇴원대란을 우려하고 있다.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학회가 제기하는 문제점과 퇴원대란 우려는 상당히 타당해 보였다. 문제는 기자간담회 시점이다.


이번 개정안은 2014년 정부 입법으로 처음 발의됐고, 이후 3건의 의원 발의 개정안이 병합 심사돼 지난해 5월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통과된 법이다.


기자는 지난해 정신보건법 개정안을 심사한 복지위 법안소위 취재과정에서 황당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 만큼 강제입원 절차를 강화하면 환자들은 어디로 갈까? 문 닫는 정신병원도 많이 생기지 않을까…’


황당했던 점은 그 다음이다.


‘파급력이 상당한 개정안 같은데 왜 의료계, 학계 입장을 설명하는 의원들이 없지? 왜 복지위 심사보고서에 이해당사자 의견이 한 줄도 없지?’


우리나라에서의 법 재·제정은 정치적으로 특별히 민감한 사안이 아닌 이상 해당 상임위의 법안심사를 존중, 법사위와 본회의에서 큰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는 한 통과되고 있다.


개정된 법이 재개정되기는 상당히 어렵다. 2014년 정부 입법부터 의원들이 입법했을 때, 또 법안심사에 상정됐을 때 학회가 미리 문제점을 지적하고 여론을 조성할 수 있는 시기는 있었지만 놓쳐버렸다.


학회는 오는 16일 국회에서 정신보건법 공청회를 개최한다.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이 있다. 아쉬움은 뒤로 하고, 환자의 인권과 건강권을 모두 확보하는 해결방안을 찾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