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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약사회 "안전상비약 폐지돼야" VS 복지부 "전면 백지화는 무리"

토론회 내내 안전상비약 품목 조정 이전에 제도 도입 자체에 대한 의문 속출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조정에 대한 정책토론회에서 보건복지부와 대한약사회의 갈등 구조가 극에 달했다.

시행 4년째를 맞고 있는 현 제도에 대한 안전성과 사후관리 평가 시행을 주장하며 종국에는 안전상비의약품제도의 폐지를 주장하는 대한약사회의 단호한 입장과, 정부 측의 부실한 관리 정책은 인정하지만 2011~2012년에 걸쳐 만들어낸 제도를 전면 백지화하자는 대한약사회의 의견은 맞지 않다는 복지부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지난 21일 오전 10시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조정에 관한 정책토론회가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렸다.
국회의원 최도자 의원이 주최하고 보건복지부와 대한약사회가 후원한 이번 토론회에는 첨예한 갈등 구조를 보이는 사안인 만큼 다수의 국회의원을 포함해 100여 명 이상의 참관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안전상비의약품제도란 지난 2012년 의약분업 이후 약국이 문을 닫는 심야시간이나 휴일에 의약품 구입 불편을 해소하고 의약품 접근성을 개선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정부가 도입한 제도이다.

최근 정부 측이 안전상비의약품제도 시행 4주년을 맞아 기존 4가지 효능군 13개 제품에 대한 품목을 조정하여 국민이 필요로 하는 의약품을 편의점에서 손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고 밝혀 관련 단체의 격렬한 반대가 일어나며 2012년 제도 도입 당시에 논란이 된 쟁점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려졌다.

대한약사회와 관련 여러 단체 대표들은 2012년 안전상비의약품제도 지정 당시에도 현재와 마찬가지로 정부가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고 밀어붙이기 식의 강행으로 제도를 시행했으며, 사실상 품목 조정이 아닌 확대를 염두에 두고 눈속임으로 다시금 강행을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토론회 개최 취지는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조정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공론화하여 정부 정책 결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한다는 의도였지만, 막상 당일 참여한 토론자들은 정부의 입장과 대립되는 의견이 대부분이어서 사뭇 경직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이날 첫번째 발제자였던 최상은 고려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는 안전상비의약품 시장규모가 2013년 150억 원에서 2015년 240 억원으로 성장했으며, 일반인 조사 결과 편의점에서의 의약품 구매 경험 또한 2배 이상 증가했고, 구매자의 93.9%가 편리하다고 응답했다고 전했다.

편의점에서의 안전상비의약품 소비가 또 다른 의약품 소비 형태의 하나로 자리잡아 가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는 부분이다.

최 교수는 소비자 인식조사를 토대로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이미 구매하고자 하는 의약품에 대한 사전 인지 후 편의점에서 구매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4대 체인 편의점이 제공한 자료를 토대로 안전상비의약품 소비가 주말 심야 시간대에 확연히 높은 소비량을 보인다는 데이터를 제시하며, 애초 정부의 도입 목적에 상응하는 결과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바로 이 핵심 데이터는 다음 발제자인 김대원 의약품정착연구소장의 발표에 의해 정 반대의 반론이 제기됐다.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발제를 시작한 김 소장은 조사기관을 밝히며 조사결과의 객관성을 강조하고, 앞서 발표한 최 교수의 발표 내용과 정반대의 데이터를 내놓았다.

내용인 즉슨,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안전상비약에 대한 충분한 사전 인지 없이 편의점에서 의약품을 구매했으며, 소비량 역시 평일 낮시간 동안에 가장 많아 애초에 정부가 의도한 목적과 전혀 다른 결과를 보였다고 발표한 것이다.

두 발제자의 서로 다른 결과치는 논란의 여지가 많아 보인다. 우선 최 교수의 소비자 대상 조사에는 공공심야약국이나 공공심야의원과 같은 정부 주도의 보건의료 서비스 제공 항목을 아예 배제했다는 점이다.

실제 김 소장이 조사한 내용에는 공공의료 서비스에 대한 보기를 제시했고, 그 결과 '야간/공휴일 공공약국 운영 제도화'에 92.0%가 동의한다는 압도적인 지지를 나타내는 데이터가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편의점 판매 이후 사후관리에 대한 정부의 미흡한 정책에 대해서는 두 발제자 모두 같은 의견을 보이며 비판을 이어갔다.

하지만 제언에 있어 다시 두 발제자의 의견이 갈렸다. 가장 온도차가 큰 부분은 특정 품목에 대한 특혜를 우려하며, '품목'이 아닌 '성분'으로 선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최상은 교수의 제언에 대해 김대원 소장이 반론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오남용이 심각한 현 상황에 성분이 같은 모든 품목에 대한 확대는 더 큰 안전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그런 우려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현 제도에서 특정 품목에 대한 한정적인 지정은 위헌의 소지가 있으며, 특정 품목 혜택이란 의심에 대해 소비자가 납득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해 언급한 것뿐이라며 품목 확대에 대한 의문 제기를 일축했다.

이날 참석한 토론자로는 신완균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명예교수, 윤병철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장, 강봉윤 대한약사회 정책위원장,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조윤미 C&I소비자연구소 대표, 김치중 한국일보 의학전문 기자가 참여했다.

가장 강경한 입장을 보인 토론자는 역시 대한약사회 강봉윤 정책위원장이었다. 강 위원장은 복지부의 지정심의위원회 구성부터 일방적이었음을 지적하고, 복지부는 심의위원들의 결정 이후라도 반드시 대한약사회와의 합의 후 결정해야 함을 요구했고, 품목 지정 이전에 현재까지 시행된 결과 중 열세 품목에 대한 안전성 재평과와 사후관리 강화 방안 도출이 우선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또한 강 위원장은 정부 측의 일관적인 절차와 합리적인 진행과정이 전제되어야 한다며, 현재의 정부 측 태도는 권력을 등에 엎고 칼을 휘두르는 '갑질'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일관했다.

그 외 다른 의견들로는 정부의 경솔한 제도 시행 자체를 비판하며 약리학적 효과를 바탕으로 품목 지정부터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과, 환자들에 있어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란 원칙이 이 제도 시행 이후 무너졌다며 정부가 갑자기 왜 품목 확대를 강행하는지 그 연유에 대해 납득할 만한 이유를 밝혀달라는 환자단체의 입장도 있었다.

또한 2011년 48개 품목의 일반의약품에서 의약외품으로의 지정과 2012년 안전상비의약품 지정 당시에도 의약품 분류체계에 대한 전반적인 시스템 정비가 무시되며 진행됐고, 4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가장 근본적인 부분이 무시된 채 정책 강행이 반복되고 있다는 의견 등이 있었다.

가장 눈길을 끄는 쟁점은 의약품이라는 분류 체계 안에 함께 있음에도 약국에 적용되는 약사법 위반에 대한 처벌 수위와 편의점 점주의 안전상비의약품 관리 위반에 대한 처벌이 일률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아 이런 미흡한 정부의 관리 체계는 위헌의 소지가 다분하다는 주장이었다. 

반대로 2011~2012년 일반의약품의 의약외품과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은 약사 직군의 전문가로서의 의무 태만의 결과였음을 강조하며, 이제라도 약사들 스스로 전문인으로서의 신뢰 회복을 위해 복약지도 등에 더 힘써야 한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조정에는 반대하며 약사와 국민과의 신뢰 회복을 통해 '가정상비약' 구비 운동을 대한약사회가 주도해야 한다는 환자 단체의 주장 또한 제기됐다.

이렇게 토론자들 대다수가 정부의 밀어붙이기 식의 정책 강행에 대해 비판했으며, 이에 대해 윤병철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장은 "정부의 사후관리 체계 미흡에 대해서는 십분 인정하며, 부족한 부분은 여러 전문가 단체와 논의하여 보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공공심야약국과 공공의원 등 공공보건의료 시스템에 대한 국민의 요구 또한 공감하고 있으며, 다만 안전상비의약품제도는 원칙적인 제도가 아니며, '국민적 합의'와 '시의적절함'에 의해 시행되는 '보완적 의미'의 제도라고 선을 그으며, 여러 이해 관계자들의 입장을 포괄하여 보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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