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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의약품 허가범위 외 사용, 해결책은?

환자, 의·약사, 학계, 제약업계 등…복지부·식약처도 이견

의약품의 허가범위 외 사용 문제 해결에 학계와 현장, 의사와 약사, 환자, 제약업계 등 이해당사자의 입장이 각양각색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복지부와 식약처도 제도 개선방향이 달랐다.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 주최로 열린 ‘의약품 허가 범위 외 사용(off label), 이대로 괜찮은가? 정책간담회’가 24일 의원회관 9간담회실에서 개최됐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순천향대 보건행정경영학과 민인순 교수는 현행 허가범위 초과 약제 비급여 사용 승인 제도의 개선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민 교수는 허가초과 사용은 환자의 약품 접근성을 향상시키고 임상시험이 어려운 대상들에게 사용 기회를 제공하는 장점이 있지만, 제약사가 오프라벨 상태를 지속사용하고 임상연구비용을 환자에게 전가하는 부분과 비급여 약제 가격 통제가 어려워지는 단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향후 제도 개선 방향에 대해 적절하고 효과적인 초과사용 승인 심사 및 관리 기준 마련, 환자에 대한 설명의무 및 사전 동의절차 도입, 급여를 선별 적용하는 방안 연구, 국가와 기업, 공공기금, 환자 간 적정한 재정분담 등을 강조했다.


이어 민 교수는 지난해 9월 복지부가 행정예고 한 ‘허가 또는 신고범위 초과약제 비급여 사용승인에 관한 기준 및 절차 개정안’의 세부적 개선사항도 제안했다.


그는 “개정안의 보편적 사용이 필요한 경우를 특정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며 “예를 들면 OECD국가 중 1개 국가 이상에서 허가를 받은 경우나 30개 이상 종병에서 1년 간 3000례 이상 사용결과 부작용이 없는 경우 등 허용 범주를 국민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수준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공고 요청 기관은 의사·의료기관 단체로 표시하기 보다 의학회로 표시하거나 학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민 교수는 “보편적 사용 조건 충족여부를 심의하려면 학회의 심의가 필수임에도 자칫 행정적 의사결정만으로 공고요청을 하는 등의 혼선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대한의학회 또는 대한치의학회의 사전 심의 결과를 첨부해 공고요청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의약품 허가 범위 외 사용 문제에 대한 전문가들의 다양한 논의가 이어졌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오프라벨 사용에 있어 환자의 알 권리와 선택권 강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밝혔다.


안 대표는 “사후승인제는 식약처의 안정장치를 완화하는 것인데 강화는 몰라도 완화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일반 의원은 IRB라는 안전장치가 없어 자칫 제도가 제약사 임상시험의 도구로 변질될 수 있다”며 “환자는 임상시험의 대상자가 될 수 있음에도 의사의 결정권이 훨씬 강하게 돼 있다. 환자의 알권리와 자기결정권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학교 신희영 연구부총장은 제약사가 임상시험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신 부총장은 “소아암에서 쓰는 약제는 60%이상이 오프라벨이다. 내가 범법자인가 하는 마음을 짓누르며 치료를 하고 있다”며 “소아 적응증이 없는 이유는 제약사가 임상시험을 해봐야 이익이 안나기 때문이다. 소아에 대한 임상시험이 필요하다면 제약회사에 약가 메리트를 보장해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대한의사협회 조현호 의무이사는 오프라벨 사용을 제도적인 틀로 관리하기 어렵다면서, 처벌 위주의 제도 개선이 아닌 의사-환자 간 신뢰구축이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조 이사는 “그간 심평원, 식약처, 복지부 모두 엄청나게 노력해 왔지만 잘 관리가 안됐다. 누가 잘못해서 그런 것이 아니고 오프라벨 특징이 제도적 틀로 관리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의사 자율관리를 원칙으로 하는 것이지 허가 제도로 작용하기 어려운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프라벨 통제를 급여로 해 법적문제가 되는 것이다. 환자중심으로 해결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의사에 대한 신뢰나 자정노력을 무시해서는 안된다”며 “의무 및 처벌 조항을 강화하면 점점 숨게된다. 양지로 꺼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의사-환자 간 신뢰를 강화하고 행정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을 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대한약사회 이모세 보험위원장은 오프라벨 사후모니터링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약사의 역할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모세 위원장은 “기본적으로 임상시험자체가 한계가 있다. 그래서 사후모니터링이 중요하다. 사후모니터링을 어떻게 허가에 반영하는 것이 과제”라며 “또 의사의 주관적인 경험을 존중하되 어떻게 객관적인 틀속에 녹여내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약사의 관점에서 보면 오프라벨은 복약지도가 굉장히 어렵다. 환자의 특이사항을 적어주는 등 의사-약사 간 켜뮤니케이션이 돼야 한다”며 “약사가 오프라벨 사용 약의 부작용 문제를 모니터링 해 의사나 의료기관에 보고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제약업계를 대표해 참석한 한국애브비 김준수 상무는 의약품 허가 초과 사용 문제는 결국 사회자본 분배의 문제라는 생각을 밝혔다.


그는 “의약품 허가 초과 사용문제는 안전성과 환자 접근성의 가치판단의 문제이다. 여기에 보험을 연계하면 사회 자본 분배의 문제”라며 “허가 초과 약물이라고 하더라도 제약사에서 부작용 보고는 동일하게 모니터링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상무는 “제약사 중 10년 장기 투자를 감수할 수 있는 회사만 신약 개발 투자가 가능한데 부작용 이수가 나오면 자진철수해야 한다”며 “허가 초과 임상연구를 할 때 퇴출될 수도 있다 보니 까다롭게 결정하려고 하고, 국내사의 재량권이 위축되는 추세다. 현행 시스템의 신뢰와 자본의 문제이다. 우리나라는 적절한 시스템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와 식약처는 미묘한 입장차를 보였다. 복지부는 허가제도의 한계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생각인 반면 식약처는 허가제도 틀내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김춘래 의약품총괄관리과장은 “심평원의 신청이 오면 검토하고 회신하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모니터링을 강화해 보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통해 안전성 유효성 인정되면 제도권 내에서 사용을 보편화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는 제도 개정안을 발의해 현재 국회에 있다”며 “허가외 사용 개념은 조금 더 고민해 봐야 한다. 보편적으로 간다면 그만큼 안전성 유효성을 끌어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곽명섭 보험약제과장은 지난해 개정안의 의미를 설명하고 향후 검토사항에 대해 언급했다.


곽 과장은 “오프라벨 문제는 허가제도의 한계에서 나오는 것 같다. 이에 더해 보험급여의 원리, 이후에 임상적 유효성, 경제성을 따지다 보니 논란이 발생한다”며 “고시 개정의 취지는 결국 현장 요구를 수용하며 안전성 우려 해소를 위한 것이었다. 확대하되 조건을 둬 안전성 확보 하려고 했지만 비판이 있어 재검토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발제를 보면 고시로 상향하는 부분이 많다. 너무 기술적인 부분까지 고시로 올리면 대응이 어려워 진다”며 “기관 간 IRB 심의기준 차이는 정보 비공개성의 문제이다. 향후 승인사례를 구체적으로 공개해 기관들 간 예측가능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제재 부분을 강화하는 것은 기본적인 문제 소지를 IRB가 걸러주지 못한 것이기 때문이다. 설명의무의 제도화는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제재조치 강제조항을 두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다만 구체적으로 명시가 되면 민형사상 손해배상에 판단 근거로 활용될 여지는 있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곽 과장은 “오프라벨에 있어서의 선별급여 검토는 장단점이 있다. 2013년에 선별급여를 도입하며 약제를 안한 이유가 있고, 여기에 오프라벨은 또 특수성이 있다”며 “오프라벨 관계자들은 모두 어느정도 부담이 있다. 보험자는 보험급여 여부, 의사는 잘못하면 경제적 부담과 환자와의 갈등 문제, 식약처도 관리의 책임 문제가 있다. 하지만 제약사의 책임이 너무 없다. 궁극적으로 제약사가 제도권내로 들어와야 한다. 소아나 노인 등 취약계층의 임상시험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