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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의원협회, 자궁 내 태아사망 실형 ‘한국판 오노 사건’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실형 내리면 자연분만 못 해

대한의원협회가 지난 7일 자궁 내 태아사망 담당의사를 실형 8개월 선고한 인천지방법원의 판결을 두고 ‘한국판 오노 사건’이라고 질타했다.


의원협회는 27일 성명서를 통해 “태아를 살리지 못했다는 결과만으로 밤잠을 설치며 20시간 가까이 분만을 담당한 산부인과 의사에게 실형을 선고한 이번 판결은 분만현장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의료분쟁사건을 형사사건화한 대한민국 사법부의 좁은 안목이 그대로 드러난 한국판 오노 사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지난 2006년 일본 후쿠시마현에서 전치태반 유착에 의한 과다 출혈로 발생한 산모 사망을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오노 병원의 의사를 긴급체포해 징역 1년을 구형한 사건에 대해, 일본 산부인과학회, 산부인과의사회 등 의료계 전체가 단결된 힘으로 처벌의 부당함을 호소, 2년 5개월 뒤 법원의 무죄판결을 받은 사건이 있었다.


오노 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의료현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법부에 경종을 울렸을 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도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으며 의사가 아무리 노력해도 막을 수 없는 의료사고는 생길 수 있음을 알린 사건이다.


의원협회는 “이번 사건의 경우 분만실에서 20여 시간에 달하는 진통으로 인한 산모의 탈진이 염려돼 진통 1기에 태아 모니터링 기구를 빼고 산모가 쉴 수 있도록 배려한 사이에 불행하게도 태아사망이 일어났는데 이것이 실형선고의 주된 이유로 알려졌다”며 “그러나 의학적으로 태아 심박수 감소는 태아 상태의 악화를 판단하는 여러 지표 중 하나이지 절대적인 기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모니터링을 못하고 있던 사이에 태아가 자궁 내에서 사망했다는 이유만으로 밤잠을 설치며 산모의 고통을 함께한 의사를 흉악범인양 실형선고한 판결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학적으로 자궁 내 태아사망은 언제든 갑자기 발생할 수 있고 산부인과 의사 누구에게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라는 것.


의원협회는 “그럼에도 이번 일이 의사의 과실로 최종 결정되고 실형까지 확정된다면 분만과정에서 제왕절개가 아닌 위험하고 어려운 진통관리를 하는 의사들은 모두 위험한 분만과정을 초래하거나 방치하는 잠재적 범죄자라는 결론에 이른다”며 “태아 모니터링을 하지 않고 행해지는 가정분만은 물론이고 인위적인 의학적 개입과 모니터링을 전혀 하지 않는 자연분만과 조산원 분만은 항상 업무상 과실치사죄를 수반하는 범법행위라는 논리가 성립된다”고 지적했다.


의료인을 업무상 과실치사로 형사 처벌하려면 그 과실이 의심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명백해야만 하는데 분만 중 사고는 언제든지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산부인과 의사라면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자궁 내 태아사망을 이유로 의사를 범죄자로 만든다면 이를 각오하면서도 자연분만을 수행할 의사는 대한민국에서 모두 사라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의원협회는 “국가가 산부인과 의사들을 분만 현장에서 내쫓는 이러한 일을 반복하면 결국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가는 것”이라며 “지금도 저출산 문제로 수조원의 예산을 쏟아 부어도 전혀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산부인과 의사의 부재는 대한민국을 태아사망과 모성사망률에서 후진국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재앙적 상황으로 만들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대한민국 산부인과 의사들은 매우 낮은 분만수가에도 불구하고 두 생명을 동시에 책임진다는 사명감으로 분만을 위해 24시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버텨왔다. 그러나 천문학적인 배상책임과 불가항력적 사고까지도 형사책임을 묻는 법원의 판결이 내려지는 현실이 지속되면서 많은 산부인과 의사들이 분만 현장을 떠났다”며 “지난 10년 동안 50% 이상의 분만 의료기관이 폐업을 했고 46개 시군구 지역에는 아예 분만 의료기관이 없어 산모들이 심각한 위험에 노출돼 있는 상황이다. 이미 재앙은 현재 진행형”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잘못된 판결과 제도는 이제부터라도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 그 시기가 늦어지면 대한민국의 분만 인프라는 완전히 붕괴될 것이며 비극적인 사회가 예고돼 있다”며 “이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정부에 있고 또한 불가항력적인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의사에게 모든 죄를 전가한 법원 판결과 이를 초래한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무리한 감정에도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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