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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박능후 장관의 총액계약제 검토 발언은 문케어 실패 가능성 자인한 것"

바른의료연구소, 문케어 시행 백지화 주장

바른의료연구소가 보건복지부 장관의 총액계약제 검토 발언이 문 케어의 실패 가능성을 자인한 것이므로, 지금이라도 당장 문 케어 시행을 백지화할 것을 17일 보건복지부에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앞서 지난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상희 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 부천 소사)이 "현재 행위별수가제로는 문재인 케어를 추진할 수 없다. 문재인 케어를 추진하면 건보재정 부담이 증가한다. 대만에서 총액계약제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도입이 어려운 제도이기는 하지만 참고는 해야 한다."고 질의했다.

이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문재인 케어로 인해 의료이용이 급증해 건보재정에 악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대만에서 시행 중인 총액계약제를 포함해서 지불체계를 개편하는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박 장관의 총액계약제 검토 발언이 다음과 같은 이유로 매우 부적절하다고 봤다. 

정부는 지난 8월 9일 비급여의 풍선효과로 인해 건강보험 보장률이 60% 초반에서 정체하고 있다며,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포함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일명 문재인 케어를 시행한다고 말했다.

그간 의료계는 문 케어 소요재정으로 추계한 30.6조원은 과소 추계했고, 보장성이 확대됨에 따라 급증할 의료이용량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강력한 우려를 제기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의원들이 이 문제를 제기하자, 박능후 장관은 "추가로 필요한 재원은 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수백 차례 시뮬레이션해서 정밀하게 짰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늘어날 의료 수요까지도 고려한 수치"라고 해명했다. 

이에 바른정책연구소는 "그러나 이러한 해명과는 달리 문 케어로 의료수요가 급증할 것을 대비해 총액계약제 등 지불체계 개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 것은 아주 모순되는 답변이다. 이는 보건복지부 스스로 건강보험 지출 급증으로 문 케어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라 볼 수 있다."라며, "보건복지가 문 케어의 성공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면, 괜히 총액계약제를 들먹거리지 말고 문 케어 시행을 즉각 백지화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바른정책연구소는 총액계약제는 급증하는 의료비 지출을 억제하는 특효약이 아니며, 아직까지는 총액계약제의 효과가 확실하게 입증되지 않았음을 설명했다.

의료정책연구소의 '총액계약제 사례 연구: 독일과 대만을 중심으로'에 따르면, 총액계약제를 시행한 지 가장 오래된 국가인 독일의 경우, 외래는 의원에서 진료하고 의원의 의뢰가 없으면 응급을 제외하고는 병원에서 진료받을 수 없도록 제도화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험료율이 15.5%로 한국의 6.12%보다 2배 이상 높고 GDP 대비 경상의료비 지출 비율 역시 11.3%로 한국의 7.7%보다 훨씬 높다.

우리나라의 일부 전문가들이 의료비를 가장 강력하게 통제할 수 있는 제도라고 주장하는 총액계약제를 실시하고 있음에도 그렇다. 이렇게 높은 보험료율로도 의료비를 감당할 수 없어 개별의료보험조합이 추가보험료를 징수하고, 그것도 부족하여 국고보조를 늘리고 있다.

2001년 의원급, 2002년 병원급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총액계약제를 확대 · 시행한 대만 정부는 총액계약제를 성공 사례로 설명하고 있다. 연도별 예산총액 증가율이 5% 미만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근거를 들어 총액계약제가 의료비용의 증가를 효율적으로 억제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비 지출은 점점 늘어나 재정상태는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 총액계약제 일괄 적용한 2002년부터 2006년까지는 재정 흑자였으나 흑자 폭은 점차 낮아졌고, 결국 2007년부터는 상황이 역전돼 지출비용이 보험료 수입을 앞질렀고, 재정 적자상태가 수년간 이어졌다. 

대만 정부는 총액계약제가 의료비 지출을 줄일 수 없다는 점을 깨닫고, 2013년 1월 제2세대 전민건강보험을 시행하고 있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보험료 부과체계를 개선해 월급 외에 임대나 이자소득, 주식을 통해 얻은 부가소득에도 보험료를 산정하고, 정부가 나서서 보험료 수입액의 36% 이상을 국고에서 지원하기로 전민건강보험법에 명문화했다. 보험료 수입액의 15%에도 못 미치게 지원하는 우리 정부와는 천지 차이다. 

2016년도 대만 보건복지보고서에 의하면, 구매력지수로 보정한 1인당 경상의료비가 2013년에 대만이 2,621달러로서 한국의 2,275달러보다 더 많았음에도 GDP 대비 경상의료비 비중은 6%로서 한국(6.9%)보다 낮았다.

이는 구매력지수로 보정한 대만의 1인당 GDP가 43,813달러로서 한국(33,089달러)보다 훨씬 높아서 나오는 일종의 착시현상이다. 결국, 대만의 1인당 의료비 지출은 우리나라보다 많음을 알 수 있다. 

대만은 피부양자수에 따라 보험료 부담에 차이가 있는데, 국민건강보험공단(2014)이 발표한 대만의 실질 건강보험료율은 8.35% 수준으로 한국(5.99%)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대만에서 총액계약제 시행 후 병원의 소유 형태에 따라 심뇌혈관계 질환 환자에게 할당된 의료자원의 양과 이들 환자의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Kan K 등의 논문(2014)에 의하면, 민간병원은 2002년 총액계약제 시행 후 심뇌혈관계 질환자에 대한 그들의 치료강도를 증가시켰으나 이들 환자의 사망률을 감소시키지는 못했다. 이는 결국 의료자원의 낭비이므로, 비효율적인 자원배분을 막으려면 다른 디자인으로 총액계약제가 보완되어야 한다고 보고했다.

또한, 대만에서 총액계약제 시행 전후 병원들의 의료자원 이용결과를 비교한 Chen(2009)의 연구에 의하면, 시행 전보다 퇴원당 평균 진료비, 입원 기간이 유의하게 증가했고, 폐렴 환자의 입원율이 유의하게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즉, 대만은 총액계약제를 시행하고 있음에도 의료비 지출이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고, 구매력지수로 보정한 1인당 경상의료비 지출과 실질 건강보험료율도 대만이 한국보다 높다. 따라서 대만이 총액계약제 시행으로 의료비 지출을 효율적으로 억제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의료계가 총액계약제 시행을 극구 반대하는 이유는 그러잖아도 원가에 훨씬 못 미치는 수가를 받는 상황에서 총액계약제를 도입하는 것은 건보재정의 위험요인을 의료계에 전가하고 진료비를 더 깎겠다는 것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비급여를 급여화하면서 적정수가를 보장하겠다는 대통령의 발언도 못 미더운 상황에서 총액계약제까지 시행한다면, 의료계는 그리고 대한민국 의료는 폭삭 망함의 길로 접어들 것이 너무나 확연하기 때문이다. 

바른의료연구소는 "보건복지부 장관의 총액계약제 검토 발언은 문 케어의 실패 가능성을 자인한 것이다. 지금이라도 당장 문 케어 시행을 백지화해야 한다."라고 강력히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