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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외과계 몰락에 기름 붓는 보건복지부

지난해 11월 13일 발생한 북한 귀순병사 사건과 관련해 11월 17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권역외상센터 추가 지원 국민청원이 게시돼, 한 달간 약 28만 명이 참여한 바 있다.

이에 지난 16일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은 권역외상센터 추가 지원에 관한 청원답변을 했다. 이 중 권역외상센터의 인력 부족 문제에 관해 박 장관은 "기본적 구상은 외과 수련의들은 일정 기간 권역외상센터를 거쳐서 가도록 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중증외상에 대한 이해도도 넓어질 뿐 아니라 권역외상센터에서는 전공의들을 둘 수 있으므로 인력 수급이 더 원활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즉, 흉부외과, 일반외과, 신경외과, 정형외과 전공의들로 하여금 권역외상센터 수련을 의무화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전공의 미달사태로 인력 수급이 안 돼 매번 골머리를 앓는 외과 입장에서 헛웃음만 나오는 임시방편책이라 할 수 있다. 

수련을 강제하는 것은 그렇다 쳐도, 복지부는 매년 줄어드는 외과 전공의 인력을 향후 어떻게 끌어다 쓸 것인지 궁금하다. 2006년에 거론됐던, 외과 의사들을 동남아 국가에서 수입하는 현실성 없는 방안을 다시금 검토 중인 것은 아닐지 의심스럽다.

한때 외과는 의학의 꽃이라 불릴 정도로 높은 위세를 떨쳤으나, 과중한 업무 강도와 많은 스트레스,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의료수가, 과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현재 전공의 지원율은 외과의 경우 평균 약 60~80%, 흉부외과의 경우 약 50%, 비뇨기과는 약 25~38% 정도로 곤두박질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대한민국 외과계의 몰락, 이대로 둘 것인가?' 정책토론회에서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신재승 정책위원장은 전공의 지원 미달의 원인으로 ▲상대적으로 힘든 전공의 과정, ▲높은 의료사고의 위험, ▲전문의 업무량 증가, ▲낮은 수가, ▲취약진료과목의 지원 부족, ▲필수 핵심인력 양성에 관한 대책 미비 등을 지목했다.

이에 더하여 기피과 지원금 삭감 문제도 있다. 보건복지부는 수당지급 효과가 미미하다는 이유로 2016년 3월 응급의학과 제외 기피과 수련보조 수당을 폐지했고, 응급의학과의 경우 2017년 7억 원의 수련보조수당을 삭감해 해당 전공의들의 반발을 샀다.

이에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지난해 12월 '외과, 흉부외과, 응급의학과 등 필수과 수련보조금 폐지하면 제2의 이국종 교수님은 없습니다' 등의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고 시위를 진행했다.

단편적으로 말해서 이건 순서 문제다. 외과 전공의가 없으면 권역외상센터도 없다. 외과 인력 수급난을 먼저 해결하고, 권역외상센터 인력 문제를 얘기해야 맞다. 또, 전공의들이 '자발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끔 매력적인 근무환경 및 유인책을 조성해야 한다.

해결해야 할 숙제가 쌓여 있는데, 미봉책은 문제를 더 키울 뿐이다. 이미 여러 토론회를 거쳐 전문가들의 입을 통해 외상센터 문제점들이 진단됐고, 헬기 · 이송 · 수가 문제 등과 관련해 수많은 방안이 거론됐다. 현재 상황에서는 외과 전공의들을 감언이설로 꾀어도 부족할 판인데, 복지부는 외과 및 권역외상센터를 더 기피하게끔 만드는 요인을 생성하는 데 골몰하는 듯싶다.

이번 대안으로 보건복지부는 졸속행정 지적을 면치 못 할 것이다. 이국종 교수한테 뭐가 좋을 지를 물어보고 결정하는 게 차라리 나은 선택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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