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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C형간염 국가검진 도입, 입장간 ‘온도차’만 확인

보건당국은 ‘부정적’, “국가검진 넣기엔 유병률 너무 낮아”

지난 2015년부터 발생한 C형간염 집단감염 사태 이후 거세진 여론으로 인해, C형간염 바이러스 검사의 국가검진 도입에 대한 논의와 방안 모색이 지속적으로 진행되어 왔지만, 보건당국은 낮은 유병률을 이유로 국가검진 항목 선정 원칙에 어긋난다는 부정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간질환 의료전문가들은 C형간염 질환의 중대성을 고려한다면, 단순히 유병률만으로 검진항목 선정 기준을 결정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지난 2015년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을 시작으로 2016년 강원도 원주시와 서울 동작구, 그리고 건국대 충주병원에서 발생한 C형간염 집단 감염 사태 이후 뜨거워진 여론을 반영하여 자유한국당 박인숙 의원이 ‘C형간염 전수감시 전환을 골자로 하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대표 발의하였고, 이를 기반으로 하여 보건당국은 지난 해 C형간염 국가검진 시범사업을 진행한 바 있다.


이에 지난 해 진행된 시범사업의 결과를 들여다보고, C형간염에 대한 효과적인 예방책 마련을 논의하기 위해 “집단 감염 사태 이후 간염청정국가로의 도약을 위한, C형간염 국가건강검진 어떻게 시행할 것인가?”를 주제로 한 국회 정책토론회가 지난 6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진행됐다.



애초 시범사업에 대한 결과 보고와 C형간염 바이러스 검사의 국가검진 비용타당성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고위험군 선별도입’이냐, ‘전면도입’이냐를 놓고 각축을 펼칠 것이라 예상됐지만, 토론회가 후반부로 들어서면서 보건당국 측의 ‘부정적’ 입장만 확인하는 자리로 변모하며 논의는 다시금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보건당국 입장은 명확하다. 국가검진 항목의 선정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


국가검진 항목의 선정 원칙은 크게 일곱 가지다.


▲유병률 >5%이거나 사망률 >10명/인구 10만명인 질병, ▲조기 발견하면 치료가 가능할 것, ▲정확한 선별검사가 존재할 것, ▲효과적인 치료법이 존재할 것, ▲선별검사가 용이하고 일반인이 받아들이기 쉬울 것, ▲선별검사 시행이 전반적, 긍정적 효과가 클 것, ▲비용효과적일 것.


의료전문가들은 C형간염의 경우 첫 번째 항목을 제외한 모든 기준에 부합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확도가 99%에 달하는 anti-HCV 검사와 간편한 혈액검사로 선별이 가능하며, 완치율 95% 이상에 달하는 치료제들이 개발되어 시중에 출시되어 있고, 조기 진단과 치료로 추후 발생할 수 있는 중대한 질환인 간경변증과 간암을 예방함으로써 국가 재정 절감에 효과적이라는 것.


게다가 이날 정숙향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가 발제한 내용에 포함된 C형간염 선별검사의 비용-효과 분석 연구 결과 ‘비용효과적’ 기준도 부합해 유병률을 제외한 모든 기준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정숙향 교수는 이날 발제를 통해 40~65세 인구를 대상으로 일생에 1회 C형간염 항체검사를 국가건강검진체계에 포함하여 시행하고(2년 소요), 선별된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 비용효과적이며, 거의 모든 국가검진 항목 선정기준을 충족한다고 주장했다.


완치가 가능한 C형간염의 특성상 유병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40~65세 인구를 대상으로 2년간 전수 시행을 하고 선별된 환자를 치료하고, 추후 예방 대책을 지속한다면 적은 비용으로도 효율적인 관리가 가능하며, C형간염 박멸 목표를 빠르게 성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 교수는 40~65세 인구를 대상으로 일생에 1회 C형간염 항체검사를 실시할 경우, 인구 10만 명당 간암은 24건, C형간염 관련 사망은 32건, 간이식은 3건 가량 줄어드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전했다(그림1).



C형간염은 감염성 질환이지만, 시간이 경과하면 만성질환의 형태로 이환되는 특징이 있다. 급성 C형간염은 50~80%가 만성 C형간염으로 진행되며, 이 중 30~35%가 간경변증 혹은 간암으로 진행된다. 간암에 따른 사망률 증가와 간이식 환자의 증가는 자연스럽게 의료비용 증가로 이어지며 국가 재정에 큰 부담이 되는 것이다.


조기에 C형간염을 진단해 치료하고 예방하면 추후 간경변증, 간암과 같은 중대한 질환에 소요되는 국가 재정이 그만큼 절감된다. 따라서 의료전문가들은 단순한 유병률을 선정 잣대로 삼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다.


게다가 토론회에서는 고위험군 선별검사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이날 최명수 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부 부장은 C형간염 국가검진 시범사업 현황을 발표했다. 최명수 부장은 시범사업 결과 만 40세(건강보험가입자 0.6%, 의료급여수급권자 1.2%)보다 만 66세(건강보험가입자 2.4%, 의료급여수급권자 4.3%)에서 유의미하게 양성률이 높게 나타났다며(그림2), 고위험군 대상 선별도입이 비용 대비 효율적이지 않겠냐는 입장을 전했다. 다만 고위험군을 규정할 수 있는 특정 유형을 찾아내는 것이 추후 과제라는 조언을 덧붙였다.



그러나 고위험군에 대한 선별도입은 감염질환에 대한 선입견이 팽배한 사회 분위기에서 자칫 ‘낙인’ 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게다가 고위험군으로 선별된 환자들이 자발적으로 검사를 받을 확률 또한 낮다는 견해도 제시됐다.


‘건강검진 시 C형간염 고위험군 설문 시행’ 의견 또한 한계점을 나타났다. C형간염의 전염 경로가 혈액, 체액을 통해 감염되는데, 주사기/침 재사용, 성 접촉, 문신, 마약 투여 경험 등과 같은 설문 항목으로 제대로 된 응답을 받을 확률이 낮다는 것.


선별도입이냐, 전면도입이냐를 두고 이어지던 토론은 정부 관계자들이 국가검진 도입 자체에 부정적 견해를 표명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이강희 질병관리본부 만성질환예방과 과장은 “C형간염 유병률은 0.7%로 국가검진 항목 선정 기준에 부합하지 않다”고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또한 정숙향 교수가 발표한 비용타당성 연구 결과도 근거 면에서 간접비용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는 점과 기존의 국가검진에 간기능검사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에 대한 평가가 누락됐다는 면에서 아쉬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유병률과 비용-효과적 기준에 대해 적합성을 인정하기 힘들다는 것.


분당서울대병원 공공의료사업단 이희영 교수 또한 비슷한 의견을 개진했다. 이희영 교수는 “C형간염에 대해서는 전 세계적으로 고위험군에서의 스크니링 권고가 일반적인 추세”라며, “이 고위험군의 정의도 국가마다 상이하며 아직 진행 중인 상황”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이 교수는 “과거의 건강검진 항목이 모두 선정 기준에 부합하며 통과된 것은 아니지만,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며, “C형간염에 대한 해결책이 꼭 국가검진의 형태일 필요가 있을지, 너무 지불자 관점으로만 비용효율성을 판단하는 것이 아닌지, 사회적 관점에서는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등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진행된 정책토론회에서는 ‘언론보도 중심으로 살펴본 C형간염 집단감염 사태와 사례’를 주제로 한 남주현 SBS 기자, ‘C형간염 국가검진 시범사업 현황’을 주제로 한 최명수 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부 부장, ‘한국인 최근 C형간염 현황과 대책’을 주제로 한 정숙향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의 발제가 있었으며, 발제 후 보건당국 관계자와 간질환 의료전문가, 주요 일간지 의학전문기자가 참석한 가운데 토론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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