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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C형간염 치료제 시장의 몰락, 국민건강엔 '적신호'

물밑 환자 발굴 실패 시 더 큰 의료비 부담으로 돌아와

1년 사이 C형간염 치료제 시장 규모가 반토막이 났다. 직접작용항바이러스제제(DAA)의 선전으로 인한 C형간염 환자의 완치 효과라고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C형간염 질환에 대한 인지도 개선 실패와 환자 발굴의 실패가 낳은 결과이다.


3일 메디포뉴스가 유비스트 자료를 토대로 C형간염 치료제들의 원외처방실적을 살펴본 결과, 길리어드 '소발디'를 포함한 C형간염 DAA 제제 전체 시장이 1년 새 약 5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새 정확히 반토막이 난 것이다.



가장 큰 하락세를 나타낸 제품은 길리어드의 '하보니'로 약 95%의 하락세를 보이며 사실상 몰락의 길을 보여주고 있다. 1년 전만 해도 월 10억 이상의 월처방액을 보여주던 '하보니'는 지난 2월 8,500만 원의 원외처방실적을 기록하며 급락세를 실감하게 했다.


가장 완만한 급락세를 보여줬던 길리어드의 '소발디' 역시 약 42%의 감소세를 나타내며 처방규모가 절반으로 감소했다. 지난 해 2월 62억 원의 월처방실적을 나타내던 '소발디'는 올해 2월 36억을 기록하며 큰 감소폭을 보였다.


C형간염 치료제 원년 멤버인 BMS의 '다클린자·순베프라' 역시 두 제품 모두 약 86%의 급락세를 나타내며 입지를 잃어가고 있다. C형간염 치료 DAA 제제 중 가장 저렴하지만 치료기간과 복용편의 면에서 경쟁력을 잃으며 가장 먼저 하락세를 보인 제품이기도 하다.


지난 해 2월 20억 이상의 월처방실적을 내던 '다클린자·순베프라'는 1년 사이 3억 이하로 처방실적이 떨어지며 사실상 시장에서의 몰락을 예고했다.


한편, 개선된 복용편의와 치료효과 그리고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C형간염 치료시장에 후발주자로 등장한 MSD와 애브비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MSD '제파티어'의 경우 출시 이후 큰 상승세를 나타냈고, 단숨에 억대 월처방실적을 기록하며 10억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C형간염 진단 환자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며 월처방액은 제자리걸음 중이다.


애브비의 상황은 더욱 나쁘다. 애브비의 '비키라·엑스비라'는 가장 높은 완치 효과를 자랑하던 출시 당시 포부와는 다르게 '제파티어'에 못 미치는 성장률을 나타내며 상승곡선을 그렸지만 역시나 시장 축소와 함께 상승곡선이 주춤해진 상태다.


결국 출시 반 년이 훨씬 지난 현재도 '제파티어'는 지난 2월 월처방액 7억 5천만 원을, '비키라·엑스비라'는 약 2억 9천만 원을 기록하며 정체기를 맡고 있다.


C형간염 시장 규모의 축소 원인은 C형간염 진단 환자의 감소라고 말할 수 있다. 완치가 가능한 DAA 제제가 C형간염 치료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으면서, 기존에 진단된 C형간염 환자들이 치료 종료를 맞은 것이다.


그러나 국내 C형간염 환자의 진단률을 감안한다면, 지금의 시장 규모 감소를 그저 완치에 의한 긍적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C형간염 환자 중 감염 여부를 알지 못하고 만성으로 진행하고 있는 환자가 전체 환자의 70% 정도 차지하고 있다는 게 중론이기 때문이다.


결국 30%의 환자만이 C형간염 진단 혹은 치료를 진행하였고, 나머지 70%는 물밑에 숨어있다는 것이다.


C형간염은 감염성 질환이지만, 시간이 경과하면 만성질환의 형태로 이환되는 특징이 있다. 급성 C형간염 환자의 50~80%가 만성 C형간염으로 진행되며, 이 중 30~35%가 간경변증 혹은 간암으로 진행된다. 결국 간암에 따른 사망률 증가와 간이식 환자의 증가는 자연스럽게 국가의 의료비용 증가로 이어지며 국가 재정에 큰 부담이 된다.


때문에 국내 간질환 전문의료진들은 일반인들의 C형간염 인식도를 높이기 위해 그간 다분히 노력해왔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대국민 캠페인부터 C형간염 진단률을 높이기 위한 정부를 향한 국가검진 도입 요구 등 다각적인 노력을 펼쳐왔다.


하지만 국내 C형간염 치료제 시장의 감소세에 따르면, 전문가들의 이러한 노력들이 결과를 내고 있지는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C형간염 진단을 위한 anti-HCV 검사의 국가검진 도입에 대해서 보건당국의 입장은 부정적이다. 국가검진 항목의 선정 원칙을 충족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보건당국이 가장 문제 삼고 있는 부분은 '유병률 >5%이거나 사망률 >10명/인구 10만명인 질병' 항목이다.


하지만 기존에 국가검진에 포함된 항목들 중 이 항목에 충족한 질병군은 드물어 형편성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그러나 현 문재인 정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과거의 경우와는 별개로 이제부터의 국가검진 도입은 본래의 원칙을 지켜겠다는 게 그것이다.


한편, WHO는 2030년까지 전 세계 C형간염 박멸 목표를 선포한 상황으로, 국내 C형간염 환자 발굴을 위한 anti-HCV 검사의 국가검진 도입은 향후 수년 안에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대세이다.


상대적으로 보건의료시스템이 잘 정비된 국내에서는 국가검진 도입 시 C형간염의 박멸을 단시간에 달성할 수 있다는 게 의료전문가들의 주장이지만, 문재인케어의 첫 삽을 뜨고 있는 보건당국의 입장에서는 이미 산재한 과제에 드는 재정부담으로 쉽사리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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