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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너무 비싼 병원비?…탈북자들, 의료비 지원 원해

"치료비 나중에 내더라도 치료부터 먼저 해줬으면"

북한이탈주민은 미검증된 민간의료 · 비과학적인 입소문을 신뢰하며, 의료비 지출을 불필요하게 여겨 치료를 거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통일보건의료학회 · 남북하나재단이 공동 주최하는 통일보건의료학회 춘계학술대회가 15일 오후 1시 30분 연세암병원 지하 3층 서암강당에서 개최됐다. 이날 북한이탈주민 민하주 간호사가 '북한이탈주민의 병원 이용경험' 주제로 발제했다.



2018년 3월 기준 국내 거주 북한이탈주민(새터민)은 31,530명으로, 남북하나재단이 실시한 2017 북한이탈주민 정착실태조사에 따르면 남한 적응을 위한 필요 사항으로 병원비 · 치료비 등의 의료 지원이 17.9%로 2위를 차지했다. 북한이탈주민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외래 · 입원 진료 상위 5개 과는 ▲정형외과 ▲정신건강의학과 ▲산부인과 ▲신경과 ▲소화기내과 ▲한방과로 나타났다.

민 간호사는 "▲산부인과의 경우 북한 내 여성 인권 저하의 산물이며 ▲소화기내과는 북한 거주 당시 대용 · 불량 식품을 장기간으로 섭취한 것과 더불어 과도한 음주와 예방접종 부재 탓이다. ▲정형외과는 북한 거주 당시 과도한 육체노동으로 인한 근골격계 문제가 원인이며, ▲정신건강의학과는 탈북 과정 중 경험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우울증, 외로움 등으로 방문하게 된다. ▲신경과는 북한에서부터 치료받지 못한 채 안고 있는 고질적 지병이고 ▲한방과는 고려의학에 대한 신뢰감 덕분이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북한 내에서는 고려의학(한의학) 선호도 · 위상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탈주민의 국내 의료기관 이용 실태에 대한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북한이탈주민은 미충족 의료 접근성이 높고 ▲남한 의료기관 이용 · 서비스에 매우 만족하며 신뢰도 또한 매우 높았다. 또한 ▲비만보다는 저체중 비율이 높고 ▲병원 이용 시 상당한 어려움을 호소하며 ▲국내 거주기간이 길수록 의료비용 만족도는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기본 보건 지식이 부족하며, 미검증된 민간의료 · 비과학적인 입소문을 신뢰하고 많이 애용한다고 했다.

민 간호사는 "치아를 위 · 아래로 닦아야 하는 것을 치과에 가서야 알게 되고, 산부인과 방문을 수치스럽고 창피하게 여겨 증상이 심해지고 나서 방문했더니 자궁경부암으로 진단받은 경우도 있다."면서, "간염을 낫게 하려고 소 눈알을 달여 먹고, 상처에 된장을 바르며, 스스로 뜸을 떠서 다리 통증을 스스로 해결한다."라고 했다.

이어서 미 간호사는 "진료 시 북한이탈주민과 의료진 모두 의사소통 문제로 난항을 겪는다. '체끼받았다'는 음식물에 체했다는 표현이며, '다리 풀쳤다'는 '발목을 삐었다'는 말이다. 반대로 북한이탈주민은 '일반 용어도 못 알아듣는데 전문 의학용어는 더더욱 알아듣지 못한다', '북한에서 왔다고 밝히기 싫어서 못 알아들어도 알아듣는 척 가장한다'라고 어려움을 호소한다.

북한이탈주민은 의료비 지출을 불필요하다고 인식해, 치료 자체를 거부한다고 했다. 또한, 진료절차에 대해 불만이 있고, 의사에 대한 신뢰 · 이해가 부족하다고 했다.

사례를 살펴보면 ▲배가 너무 아파서 119를 타고 응급실에 갔더니 보험이 안 된다고 해서 그냥 돌아온 일 ▲정밀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개인보험이 없고 비싸서 안 한 일 ▲큰 병원에 가려면 의원에서 소견서를 떼가야 한다는 것을 몰라서 고생한 일 ▲의료급여의 경우 무조건 무료가 아니라 일정 부분 개인 부담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따진 일 ▲컴퓨터만 보는 의사에 대한 낮은 신뢰 ▲'이렇다, 저렇다'가 아니라 '이럴 것 같다, 저럴 것 같다'라고 정확히 얘기해주지 않는 불만 등이 있다.

민 간호사는 새터민 교육기관인 하나원 내 전문적인 치료가 미흡하고, 하나원 · 의료기관의 유기적 연계성과 지원 프로그램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민 간호사는 "한 북한이탈주민이 하나원에서 있을 당시 넘어져서 다리가 삐끗했는데 한방병원에서는 침을 놔주고 파스만 발라줬다. 그런데 퇴소 후 통증이 지속돼 병원에 가보니 십자인대가 끊어졌다고 했다. 결국 수술했다."면서, "보건교육과 의료이용 실무 교육도 미흡하다. 하나원에서 기초적인 것을 알려줘도 실제 사회에서는 배운 지식으로 병원 이용을 할 수 없다. 또, 하나원에서 진행하는 강의 중 보건교육은 겨우 1시간뿐이며, 그마저도 점점 줄어든다."라고 했다.

유기적 연계성의 경우 하나원에서 진료받은 병력이 대형병원에 연계되지 않고, 환자 정보가 전혀 없어서 매번 과거 병력에 대해 다시 설명해야 한다고 했다.

끝으로 민 간호사는 "북한이탈주민이 바라는 점은 ▲의료비 지원 ▲병원 진료 도우미 ▲진료실 내 의사소통 문제 해결 ▲치료비보다는 치료부터 ▲북한이탈주민 대상 정신심리 상담과 증설 ▲왕진 서비스 등이다."라면서, "하나원 · 공공의료기관 간, 거주 지역사회 내, 정부 산하 기구 및 전문가 단체와의 민 · 관 협력 등 유기적으로 연계 · 조직화된 통합지원 체계를 갖추고, 북한이탈주민 보건의료 지원인력 양성과 연구 · 지원체계를 활성화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