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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정부의 가격 통제 위주 약가정책, 모두를 패자로 만들 뿐"

이형기 교수, "규제와 신약개발 균형 맞춘 비저너리 리더십 기관으로 진화해야"

혁신신약 개발이 줄을 잇고 있는 상황에서 가치 기반의 약가 설정으로 제한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환자에 치료접근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의 장이 마련됐다.


22일 주한미국상공회의소는 ‘우리 곁의 신뢰받는 의료혁신의 시대’라는 주제로 포시즌스호텔 서울에서 ‘2018 암참 보건의료혁신세미나’를 개최했다. 오후 세션에서는 ‘환자 중심의 혁신 신약 접근성 강화 방안’을 주제로 한 제약 분야의 발표 및 패널토론이 진행됐다. 



이날 발표를 담당한 이형기 서울대학교 신약개발융합연구센터장, 오봉근 딜로이트 라이프사이언스 & 헬스케어 상무, 산제이 어니 에트나 인터네셔널 헬스 솔루션즈 책임자는 주로 혁신기술을 활용한 제약업계의 발전 방안 등을 제시했다.


▲전자의무기록을 활용한 임상연구 대상 환자의 선별이나 ▲규제기관의 진화에 대한 제언, 혹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인공지능 기반 분석 툴의 제약산업 투자 양성화 기여, ▲보험급여 기준을 약제의 가치 기반을 중심으로 하는 가치 기반 케어의 의의 등이 이날 발표된 핵심 내용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보건의료 분야의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공통적으로 지적 받은 부분은 바로 혁신기술에 대한 규제 정도였다.


이형기 서울대학교 신약개발융합연구센터장은 “어느 분야에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것은 정부의 책임”이라는 문구를 인용하며, 한국의 경우 규제가 매우 강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제약산업에서의 규제란 독성물질의 통제 등 안전성뿐 아니라 환자의 치료접근성 향상과 신약개발에 대한 육성에도 기여해야 하는데 현재는 너무 안전성에 치우쳐 있다는 것이다.


이형기 교수는 “신약개발을 위해서는 리스크를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는 규제가 필요하다”며, 한국의 규제기관이 비저너리 리더십 기관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 FDA는 벌써 비저너리 리더십 기관으로 변모하고 있다”며, “법을 개정에 신약개발을 지원하는 등 혁신신약 개발의 지원 도구로서의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고 예를 들었다.


이 교수는 “어차피 규제가 과학의 속도를 따라가지는 못한다”고 강조하며, “신약개발에는 네거티브 규제 전략이 필요, 규제 사항에 등재되어 있지 않다면 허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뿐 아니라 최근 불거진 리피오돌 사태를 언급하며, “사태의 요점은 현재 국내 약가가 지나치게 낮게 측정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하며, “약가를 통제하면 국가 전체의 약제 비용은 절약할 수 있지만 제약사가 국내 지사를 철수하면서 일자리가 사라지는 등 예상치 못한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가격 통제 위주의 약가정책은 모두를 패자로 만들고, 결국 환자와 국민에 피해가 돌아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형기 교수는 “한국의 규제기관이 규제와 신약개발의 균형을 맞춘 비저너리 리더십 기관으로의 진화하기를 제언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성호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전무는 ‘제약 연구개발과 혁신신약의 환자접근성’을 주제로 한 의약품의 허가 및 급여 제도에 대한 제언을 이어갔다.


김성호 전무는 “아무리 신약이 개발되어도 환자에 쓰여지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 없다”고 말하며, “특히 한국과 같은 단일 보험체계 국가에서는 아무리 혁신신약을 개발해도 급여를 받지 못하면 성공 가능성 없다”고 강조하며 급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김 전무는 “예전에는 약제비 상승이 의료비 상승과 비슷한 추이를 보여 왔지만, 최근 초고가의 혁신신약 혹은 혁신 치료기술이 개발되며 약제비의 상승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며 국내 약가정책에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험 보장성과 보험재정의 안전성, 제약산업 성장이 맞물려 돌아가야만 결국 환자에 혜택이 돌아간다”고 설명하며 제약산업 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혁신신약이 하나 개발되면 현재까지는 약 십수 년간 독점적인 지위를 누려왔지만, 현재 개발되는 혁신신약은 약 90%가 후속개발 경쟁제품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을 이어갔다.


다시 말해 혁신 신약이 최초로 개발된다고 한들, 같은 적응증의 경쟁품이 3상이나 2상 연구 단계에 있을 확률이 크며, 높은 확률로 혁신신약 출시 1.5년 안에 경쟁 약물이 출시된다는 말이다. 제도의 유연성만 갖춘다면 약가 조정의 기회가 추후에도 지속적으로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김 전무는 “신약의 허가∙급여 과정에 있어서의 경직성은 임상 현장에서 약제 선택의 제한으로 이어지어 결국 손해는 환자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하며, “정부는 좀 더 유연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캐나다가 한국의 약가를 참고하고 있으며, 중국, 홍콩 등 한국의 약가를 참고로 하는 나라들이 증가할 조짐을 보이며, 글로벌 제약사들이 한국에서의 신약 도입 시기를 늦추려는 움직임을 보여 우려스럽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 전무는 “한국의 경우 위험분담제가 도입이 된 지 4년이 됐지만 항암제나 희귀질환 의약품에 한정되어 있다”면서, “협회 자체 조사 결과, 2017년 한 해 동안 신약의 보험등재 기간 단축이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룬 것은 사실이나 이는 항암제 등 희귀난치질환 치료제에 치중된 기간 단축으로 이외 신약에 대해서는 여전히 환자접근성이 떨어져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성호 전무는 “정부가 한정된 재정을 가지고 보장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제도 방안을 모색하는 유연한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패널 토론에 참석한 곽명섭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규제기관은 국민에게 권한을 부여 받아 대신 실행하는 기관으로서 보험료를 내는 일반 국민들의 시각에서 동의를 얻어낼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하며, “정부 역시 신약에 대한 환자접근성 개선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환자에 적절한 가격으로 약을 공급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보험급여 신속 등재 부분에 대해서는 평가 후 환자의 권익 보호 방안이 먼저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하며,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시스템 또한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위험분담제와 선등재후평가제에 대해서도 곽명섭 과장은 “위험분담제에 대한 평가는 다양한데, 신약에 대한 환자접근성이 강화되었다는 이점과 약가의 불투명성이 높아졌다는 단점이 있다”고 평했고, ‘선등재후평가제는 경제성평가가 시기적으로 뒤로 밀린다는 면에서 환자접근성에 장점이 있겠지만, 계약이 지속되지 않았을 때 환자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는 게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이 부분에 대해 단순히 업계의 선의를 믿기보다는, 제도적 장치를 통해 환자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어야 하며 현재 여러 방안을 모색 중으로 올 연말이나 내년 초쯤 논의의 장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