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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폭력 정도가 중하지 않아서…솜방망이 처벌에 분노하는 의사들

폭행 재발 방지 위해 법률 · 제도적 지원 절실

"병원 내에서는 단 하루라도 만취한 환자가 소리 지르고, 밀고, 때리지 않는 날이 없다. 의사뿐만 아니라 간호사, 응급구조사, 방사선사 등도 크고 작은 폭언 · 폭력에 너무 많이 노출돼 있다."

11일 오후 2시 백범 김구 기념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대한응급의학회 긴급 공청회에서 인제의대 응급의학과 이경원 교수가 이 같이 말했다. 이 교수는 이날 발제자로 나서서 '우리나라 응급실 폭행 사건'을 리뷰했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하 응급의료법) 제12조(응급의료 등의 방해 금지)에서는 누구든지 의료기사 · 간호조무사를 포함한 응급의료 종사자의 응급환자에 대한 구조 · 이송 · 응급처치 또는 진료를 폭행, 협박, 위계, 위력, 그 밖의 방법으로 방해하거나 의료기관 등의 응급의료를 위한 의료용 시설 · 기재 · 의약품 또는 그 밖의 기물을 파괴 · 손상하거나 점거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의료법 제12조(의료기술 등에 대한 보호) 제3항에서도 누구든지 의료행위가 이루어지는 장소에서 의료행위를 행하는 의료인, 간호조무사, 의료기사 또는 의료행위를 받는 사람을 폭행 · 협박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교수는 "그런데 의료법 제87조(벌칙)에서는 제12조 제3항의 죄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돼 있어, 많은 의사가 이를 독소 조항이라고 지적하고 있다."라고 했다.



대한의사협회가 게시한 의료인 폭행 관련 법원 선고 사례를 살펴보면, 2015년 10월 자신을 인체실험하고 있다는 망상에 사로잡힌 조현병 환자가 인천 소재의 대형병원에 난입해 원장을 흉기로 위협하고 얼굴을 강하게 때린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병원장은 왼쪽 눈 부위 뼈가 부러져 전치 4주의 진단을 받았다. 인천지방법원은 이듬해 4월 특수상해혐의로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2016년 2월 울산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발생한 간호사 협박 · 위협 사건은 2017년 7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징역 2년 6개월과 벌금 50만 원이 선고됐다. 해당 환자는 입원 치료 중 강제퇴원을 당했다고 생각하여 의료진을 위협 · 협박했고, 징역 8개월 복역 뒤 다시 병원에서 보복 협박을 해 2년 6개월의 실형을 살게 됐다.

2013년 3월 충북대학교 병원 응급실에서 발생한 정형외과의 폭행 사건은 치료를 빨리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해당 전공의의 허벅지를 발로 걷어차고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한 사례로, 청주지방법원은 해당 환자에게 응급의료에관한법률 위반으로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2013년 11월 발생한 간호사 욕설 · 폭행 사건은 새벽 4시 만취한 환자가 주사를 놓으려는 간호사에게 욕설하고 두 차례에 걸쳐 주먹으로 얼굴을 내리쳤으며, 응급구조사에게는 목 뒤를 손톱으로 할퀴고 무릎으로 옆구리를 때린 건으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14년 4월 응급의료에관한법률 위반으로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2014년 12월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엑스레이촬영 중 발생한 의사 폭행 사건은 방사선사가 촬영을 위해 술에 취한 환자에게 가만히 있어 달라고 요구했지만, 몸을 계속해서 움직이자 의사가 몸을 고정하기 위해 양다리를 잡았고, 환자는 오른쪽 다리로 의사의 어깨를 누르고, 손으로 머리채를 잡고 흔들어 안경이 벗겨지게 하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 이 사건으로 해당 환자는 1심에서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았으나 심신 미약 상태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벌금이 부당하다고 항소를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16년 1월 1심과 마찬가지로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징역 사례를 살펴보면, 2016년 10월 울산의 한 병원 응급실 내에서 한 환자가 응급실 의사에게 '니가 의사냐', '경찰 불러라' 등으로 위협했고, 2017년 9월 울산지방법원은 응급의료에관한법률 위반으로 징역 8개월과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했다.

2017년 9월 광주에서 발생한 응급실 내 의사 욕설 · 폭행 사건은 만취한 환자가 욕설을 퍼붓자 조용히 해달라는 의사를 폭행하여 징역 4개월을 선고받은 사례이다. 이 환자는 과거에 의사를 폭행한 전과가 고려되어 징역을 선고받았다.

2015년 2월 창원의 한 종합병원에서 치과의사가 자신의 딸을 치료한 소아청소년과 의사를 찾아가 폭행한 사건과 관련해, 금년 5월 창원지방법원은 응급의료에관한법률 위반으로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이 교수는 "창원지법 이창경 부장판사는 본 판결에 대해 어린 자녀의 건강에 대한 걱정이 지나쳐 의사에게 따지던 중 순간 흥분해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행으로 보이는 점, 폭력의 정도가 중하지 않은 점을 참작했다'고 했다. 폭행을 당한 의사는 전치 4주의 상해 진단을 받았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다. 대한치과의사협회에서는 협회 차원에서 해당 치과의사 징계를 검토했지만, 회비를 한 번도 내지 않은 회비 장기 미납 회원이어서 징계의 실효성이 의심되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2015년 6월 동두천의 한 병원 엘리베이터에서 발생한 당직의 폭행 사건은 CT 촬영을 안 하고 퇴원하려는 환자에게 의사가 자의퇴원동의서 작성을 요구하자 폭력을 행사한 건으로, 벌금 300만 원에 약식기소됐다.

이 교수는 "환자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됐지만, 의정부지검은 발생 장소가 진료실 내부가 아닌 엘리베이터 안이므로 상해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즉, 병원 내지만 진료실 밖이었다는 이유로 약식기소됐다."라고 말했다.

벌금 300만 원 약식 기소 판결과 관련하여 해당 병원장의 분노가 폭발했다. 병원장이 안전한 응급진료를 위한 조처를 하지 않으면 응급실을 폐쇄하겠다고 나서자 오세창 동두천시장은 주취자 난동 시 곧바로 경찰이 출동할 수 있게끔 폴리스콜을 설치하고, 신원파악을 위한 경찰 협조를 약속했다. 또, 119대원이 문제발생 우려가 있는 환자를 이송할 경우 상황 발생 시 바로 상급병원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대기하도록 조처했다.

이 교수는 "폭행을 당한 의사는 코가 내려앉고 고막이 터지는 등 아주 큰 상해를 입지만, 법원에서는 폭력이 중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폭행이 발생한 장소도 고려하여 일반폭행으로 분류한다. 설명한 사건들은 사회적인 반향이 일어나 언론에 보도된 건으로, 주취자가 소리 지르고, 밀고, 때리지 않는 날은 없다."라면서, "의사뿐만 아니라 간호사, 응급구조사, 방사선사 등도 크고 작은 폭언 · 폭력에 너무 많이 노출돼 있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대한응급의학회에서는 지난 5일 응급의료 종사자 대상으로 응급실 폭력방지 특별 대책을 위한 긴급 현황조사를 실시했으며, 1천 6백여 명이 설문에 참여했다. 본 공청회에 이어 오는 13일 오전 9시 응급의료현장 폭력 추방을 위한 긴급 정책 토론회가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는 개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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