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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베트남의 풀뿌리 의료 개혁이 북한 의료시스템에 미치는 시사점은?

빈곤층 거주하는 농촌에 주목, 의료에 수월히 접근할 수 있어야

1986년을 기점으로 일차의료 강화 취지의 적극적인 개혁개방 정책을 펼쳐 국제사회 협력으로 성공적인 보건의료 체제 개혁을 이끌어낸 베트남의 성공 사례를 북한 의료시스템 개혁에 일부 반영하기 위해 9월 18일 평양에서 개최되는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각계 보건의료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17일 오후 1시 쉐라톤 서울 디큐브 호텔에서 열린 '베트남 도이모이(Doi Moi, 이하 개혁개방) 개혁이 북한의료체계발전 전략 마련에 주는 시사점' 국제 심포지엄에서 前 보건부 차관 팜 만 헝(Pham Huy Dung) 교수가 GRHC(Grass Root Health Care, 풀뿌리 의료 시스템)의 성공 사례 · 도전 과제 주제로 발제했다.



베트남은 1986년 개혁개방을 실시하면서, 정부보조금에 의존하는 제도에서 시장 제도로 전환을 시도했다. 베트남의 보건의료 체제는 시장화를 바로 이루지 못했다. 일부 시장 메커니즘은 이뤘으나 전반적인 전략 고안에는 실패했다.

팜 교수는 "가장 기초 단위의 의료보건을 제대로 다듬지 못한다면 안정적인 의료보건체계를 구축하는 게 힘들다. 베트남의 의료보건체계는 머리는 크지만 발은 작은 가분수 형태로, 발에 해당하는 풀뿌리 의료가 제대로 역할 하지 못했다."라고 했다. 

베트남이 GRHC에 주목한 이유는 ▲전체 인구의 90%가 농촌 지역에 거주했는데 ▲농촌에 거주한 대다수가 빈곤층이었기 때문이다. 빈곤층이 거주하는 지역에는 전염성 · 비감염성 질환이 자주 발생한다. 

팜 교수는 "의료보건에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GRHC가 조성됐다. 베트남에서는 GRHC가 최전방이자 보건의료 시스템에 있어서 가장 일선으로, 대다수가 쉽게 찾아가고 접할 수 있는 기관이 풀뿌리 기관이다."라면서, "보건에 있어 형평성은 가장 중요한 개념 중 하나로, 진정한 형평성을 추구한다면 빈곤층 대다수가 거주하는 농촌에 주목하는 것이 당연하다."라고 강조했다.

베트남은 캄보디아 · 중국과 접경한 지역으로서 1986년 이전 전쟁, 미국의 금수조치 부과 등으로 불안정한 정세가 나타났다. 기초적 교육만을 받은 의료진이 면 단위 보건소에서 기초적 의료 서비스를 제공했다. 개혁개방 이후에는 큰 어려움에 직면했다. 정부 투자가 결렬돼 정부 예산 확보가 어려워졌고, 확보해도 소액에 그쳤다. 당시 보건소 등에서 일하는 의료진은 인센티브를 받지 못하는 상황으로 동기 부여가 어려웠고, 말라리아, 신종 질환, 콜레라 등이 발병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1993년 공산당은 의료보건정책 결의안을 채택 · 공포했다. 결의안에는 지역 단위 의료보건활동 통합 관리 보건센터 구축, 풀뿌리 의료 강화와 더불어 의료진 연봉을 정부가 재정으로 지불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팜 교수는 "지역 규모가 작으면 해당 지역 단위에는 병원이 없어도 된다. 그러나 모든 지역에는 헬스센터가 한 개 이상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론적으로는 1개 지역 단위에서 모든 보건의료활동을 통합 관리하게 했다. 그 산하에는 보건소가 존재하며, 마을 단위로 의료진 팀이 구성되게 했다. 기초적 교육 수준을 받은 의료진이나 조기에 질환을 가려내거나 전염성 질환 발생을 조기에 차단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2000년에는 월드뱅크 융자 등을 이용해 면 단위의 80%에 보건소가 지어졌으며, 이 중 40%는 의과대학을 나온 의사가 근무하게 됐다. 마을의 80%는 기초적 수준 교육을 받은 의료진이 배치됐다. 모든 지역에는 헬스센터가 갖춰졌다. 헬스센터에는 기술부가 존재해 전염성 질환이 통제 · 박멸됐다.

팜 교수는 "고산지역에서 특히 전염성 질환 박멸 성과가 높았다. 2003년에는 WHO에서 전염성 질환을 통제한 고산병 박멸 국가로 베트남을 평가했다."라고 했다.

베트남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최빈곤 국가였지만, 2010년 기준 중소득국 대열에 합류했다. 그러나 사회 · 경제 · 생활 모든 면에서 시장 메커니즘이 깊이 침투한 상태로, 국민은 양질의 의료보건을 필요 · 요구하고 있다. 즉, 의료보건에 대한 요구 · 수요가 동시에 늘어난 것이다. 

팜 교수는 "베트남은 옛날에는 성형수술을 생각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최근 한국 성형을 베트남이 따라 하게 됐다. 한국의 성형외과 의사가 베트남에 진출해서 수술 시연도 한다. 한국 의사가 성형 클리닉을 베트남에 개원하기도 한다."면서, "요즘은 베트남 여성들이 한국 여성에게 많은 영향을 받아 아름다운 모습으로 가꾸고자 성형을 많이 고려하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건강보험의 경우 현재 전 국민의 80%가 가입된 상태이다. 팜 교수는 "베트남은 건강보험 보험료 수준이 낮으며, 체계적으로 돼 있지 않다. 이 같은 공적 건강보험 시스템 구축에 있어서 베트남에서는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또, 국공립병원의 경우 정부 예산 지원을 덜 받는 상태여서 자체적인 자금 조달로 재원을 확보하는 상황이다. 베트남의 모든 병원이 의료 질 개선을 위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국공립병원의 인센티브 문제도 심각하다. 국공립병원에서 일하는 의사는 개업을 원하며, 보건소에서 일하는 의료진은 도시로 이주하여 큰 병원에 근무하길 희망한다. 이는 인센티브 체계가 열악한 탓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베트남 공산당 중앙위원회는 전 국민을 위해 풀뿌리 단위 의료체계를 강화하겠다는 기조로 여러 해결책을 모색했다. 우선 젊은 청년 의사들이 농촌 지역의 보건소에서 일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또, 빈곤 · 산악 · 국경지역 등에 군의관을 배치하는 제도가 추진됐다. 

팜 교수는 "베트남은 건강보험을 치료 용도로만 활용할 게 아니라 예방기초의학에도 적용 · 활용해야 한다. 현재는 적용이 안 되고 있는데 내가 국회에 적용 범위를 확대하자고 제안한 상태이다."라면서, "의료장비가 부족하지만, 의료진이 이를 활용할 역량이 부족한 경우도 많다. 개혁개방 1단계에서 다른 나라의 지원을 많이 받아 수술대를 넉넉히 마련했는데, 이 장비를 활용할 의료진은 부족한 경우가 많았다. 풀뿌리 의료진 수준에 맞는 적절한 의료시설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마을 조산사를 의료보건 인력의 일환으로 인정하여 인센티브를 적용하는 내용도 정부 해결안에 포함됐다. 팜 교수는 "외진 농촌 지역에서 분만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조산사 역할이 중요하다."라고 했다.

PHC(Primary Health Care, 일차 보건의료 사업)이 처음 공포된 건 1978년으로, 당시 WHO는 여덟 개의 추진 과제를 발표했다. 팜 교수는 "베트남은 질병 구조가 굉장히 빨리 바뀐 편이다. 예전에는 전염성 질환이 흔했지만, 최근에는 심혈관계 질환이 가장 큰 사망 원인이 됐다."면서, "당초 정의된 미션이 현 실정에 맞게 개편돼야 한다. 미션에는 재발생하는 전염성 질환, 신종 질환 등이 포함돼야 하며, 지역사회 보건관리지표 개발도 필요하다. 베트남의 고혈압 환자 50%는 자신이 고혈압인지를 모르며, 질병이 심화된 이후 진단으로 고혈압임을 알게 된다."라고 말했다.

베트남은 1995년 미국이 부과한 금수조치 해제로 월드뱅크, 아시아개발은행 등에서 대규모의 융자금을 지원받게 됐다. 풀뿌리 의료 강화 목적으로 1억 5천만 달러 규모의 융자금을 보건소 재건, 의료 장비 구비, 결핵 · 말라리아 통제 등에 사용했다. 

국제협력을 통해 베트남이 배운 교훈은 ▲때로는 융자금을 거절할 때가 언제인지를 알아야 한다는 것 ▲융자금을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팜 교수는 "융자금이 지원됐어도 목표와 맞아떨어지지 않으면 받아들이지 않을 필요가 있다. 의료장비가 많이 부족했을 때 미국 · 영국 · 프랑스 등이 장비를 지원해준 적이 있었다. 그런데 품질이 낮은 장비가 일부 있어서 그 장비를 받아들이면 베트남이 쓰레기 매립장으로 전락할 수도 있었다. 때로는 거절하는 것도 알아야 한다. 어떤 나라는 반드시 해당 국가로부터 의료장비를 매입해야 한다는 조건으로 융자를 지원한 경우가 있었다. 이럴 때 거절하는 방법도 배워야 한다."면서, "융자를 받았어도 목표가 없으면 너무 쉽게 사용될 수 있다. 융자금을 통제 ·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 예산을 관리하듯이 똑같이 엄격히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부정부패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끝으로 팜 교수는 "풀뿌리 의료는 베트남의 의료보건체계에 있어 주요 역할을 한다. 개혁개방 1단계를 추진하면서 국고보조금 중심에서 시장 메커니즘 중심으로 전환하게 됐고, 이 과정에서 사람들이 많은 영리를 추구하게 됐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 최첨단 의료기술을 활용해 치료에 매진했다. 그러면서 기초 · 예방적 의학은 소홀히 했다."면서, "베트남에서는 그러한 문제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치료용 의료보건과 기초 · 예방용 의료보건 간 균형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