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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변비 오진으로 환아 사망…실형 선고, 왜 부당할까?

초기 모호한 상태, 최종 진단에 꿰맞춰 금고 · 법정구속

10월 2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은 2013년 5월 발생한 8세 어린이 사망 사건과 관련하여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회부된 △S병원 응급의학과 과장 A · 가정의학과 전공의 C에게 금고 1년 △소아청소년과 과장 B에게 금고 1년 6개월을 각각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의료진이 제때 진단 조치를 하지 않아 횡격막 탈장을 놓쳤고, 횡격막 탈장에 의한 합병증으로 환아가 사망했으므로 주의의무 위반에 의한 업무상 과실치사라고 판단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바른의료연구소(이하 연구소)는 1일 의료진에게 금고형 · 법정구속 판결을 내린 것이 부당하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하여 철저한 재조사 · 의학적 재검토를 주장하고 나섰다.

연구소는 호흡기 증상 없이 흉부 방사선 이상 소견만 있고, 환자 증상의 악화 소견이 없는 상황에서 추가 검사가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X선상 이상 소견으로 보였던 부분은 폐렴 및 이에 의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흉수 소견이다. 그런데 환아가 처음 내원했을 당시 호소한 증상은 복통뿐으로, 폐렴과 관련된 발열 · 기침 · 가래 · 호흡곤란 등의 증상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소는 "소아의 경우 흉부촬영에서 폐렴이 의심돼도 관련 증상이 전혀 없다면 폐렴의 자연회복 단계일 수 있기 때문에 추가 검사 없이 경과 관찰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소아과 전문의들의 공통된 의견"이라면서, "주 증상인 복통과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흉수 · 폐렴 소견에 대한 추가 검사를 시행하지 않았다고 해서 이를 주의의무 위반으로 보는 것은 의학적으로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라고 했다.

소아과 의사는 5월 27일에 환아를 진찰하고, 경과를 보기 위해 2일 후 다시 방문할 것을 권고하였다. 환아는 5월 30일에 내원했지만 3일 전과 증상 변화가 없었다. 

애초에 복통 · 흉부 엑스레이 판독 결과 간 연관성이 없다고 판단한 소아과 의사로서는 활력징후 이상이나 증상 악화가 없는 환아에게 추가적인 진단검사 시행을 과잉진료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에 더하여 소아에게 CT 촬영을 하는 경우 방사선 피폭을 우려하는 보호자가 많기 때문에 소아과에서는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만 방사선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도 소아과 의사는 환아의 호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6월 4일에 외래를 재방문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환아는 외래를 방문하지 않았고, 소아과 의사는 해당 환아의 상태를 한 번 더 파악할 기회가 없었다.

연구소는 "소아과 의사는 환아의 임상 양상의 호전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재내원을 권유할 정도로 환아 상태 파악을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오지 않은 환아를 의료진이 제대로 진단할 수는 없는 일이다. 만약 환아가 6월 8일이 아닌 6월 4일에 방문했다면, 소아과 의사는 환아 상태를 제대로 진단하여 후속조치를 취했을 수도 있었다."라고 가능성을 제시했다.

흉부 X선상 나타난 병변과 복통이 연관됐다는 판단은 결과를 다 알고 난 이후에나 내릴 수 있는 가설일 뿐이라고 했다. 연구소는 "당시 의사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환아 사망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은 일반적인 의학 수준 · 의료환경 등의 조건 등을 고려했을 때 주의의무 위반으로 볼 수 없으므로 부당하다."라고 판단했다.

흉부 방사선 판독에 미숙한 전공의에게 드문 질환의 진단을 놓쳤다고 형사 처벌을 하는 것도 부당하다고 했다.

사망하기 전날인 6월 8일 오후 3시경 환아가 응급실을 재차 방문했을 당시 환아를 진료한 의사는 수련을 갓 시작한 가정의학과 전공의 1년 차였다. 복통을 호소하는 환아에게 다른 호흡기 증상이나 활력징후 이상은 보이지 않았다. 

연구소는 "해당 전공의는 환아의 주 증상인 복통에 집중했을 것이고, 복부 X선 검사에서 복부 이상만을 집중하느라 흉강 내 이상 소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설사 병변을 봤더라도 횡격막 탈장과 같은 극히 드문 질환보다는 비정상적 횡격막 상승과 같은 흔한 소견을 먼저 의심했을 것이다."라면서, "환아에게 호흡곤란 · 활력 징후의 이상이 보였다면, X선상 흉부에 보였던 이상 소견에 대해 해당 전공의는 추가 검사를 하거나 소아과 전문의 등에게 바로 의뢰했을 것이다. 하지만 환아에게는 이러한 소견이 보이지 않았다. 이전에도 복통 · 변비로 병원을 자주 내원했던 환아의 병력을 고려하면, 변비에 의한 복통으로 진단한 것은 잘못됐다고 볼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연구소는 "환아가 이전보다 더 강하게 복통을 호소한다고 판단한 해당 전공의는 급성 복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을 보호자에게 알려줌으로써 의사의 주의 의무를 다한 것으로 판단된다. 당시 응급실에서 시행한 복부 X선상에서 흉강 내 이상 소견이 보이는 것을 보고 횡격막 탈장을 진단하는 것은 해당 질환이 극히 드문 질환임을 고려했을 때 영상의학과 전문의 · 소아외과 전문의가 봤더라도 쉽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일반적인 의학 수준 · 의료 환경을 고려하고, 환아로 붐비는 응급실에서 극히 드문 질환인 횡격막 탈장을 방사선 판독의 경험이 많지 않은 가정의학과 1년 차 전공의가 복부 X선 사진만을 보고 제대로 진단을 내리기는 어렵다고 했다. 

연구소는 "이러한 점을 고려하지 않고 재판부가 금고 이상의 중형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 그런데도 당시 상황에서 제대로 된 진단을 내리지 못한 책임을 누군가가 져야 한다면, 그 책임은 응급실 운영 현실상 불가피하게 소아 환아를 가정의학과 전공의 1년 차 1명이 진료할 수밖에 없었던 대한민국 응급 의료 시스템과 의료 환경을 만든 사람이 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료과오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례에서는 "의사 과실을 인정하려면 결과 발생을 예견할 수 있으며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하지 못한 점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하고, 과실 유무를 판단함에는 동일 업무 · 직무에 종사하는 일반인의 주의 정도를 표준으로 해야 한다. 이때 사고 당시의 일반적인 의학 수준 · 의료환경 · 조건 ·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의사는 진료를 함에 있어 환자 상황 · 당시 의료 수준 · 자기 지식 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 방법을 선택할 상당한 범위의 재량권을 가진다고 할 것이고, 그것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한 진료 결과를 놓고 그 중 어느 하나만이 정당하고 이와 다른 조치를 취한 것은 과실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연구소는 이번 사건을 위의 대법원 판례를 적용하여 해석했다. 즉, 의사 3명에 대해서 당시 의학 수준 · 환경 · 조건 · 행위 특수성을 고려한 일반적인 의사의 주의 정도를 표준으로 해야 하며, 소아외과 · 영상의학과 전문의 중에서도 최고 수준의 전문의를 기준으로 진단이 어려운 횡격막 탈장에 대한 주의 정도를 판단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환아가 사망했다는 진료 결과만을 근거로 진료의 적절성을 평가하면 안 된다고 했다.

연구소는 "추가적인 검사 시행을 주의 의무라고 보는 것은 최고 수준의 소아외과 · 영상의학과 전문의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부과하는 것과 같다. 이러한 전제에서 부검소견도 없이 한 명의 감정인 가설에 근거한 감정 소견만으로 과실이 명백하게 입증됐다는 것은 무리한 판단이다."라면서, "본 사건을 담당한 단독판사가 의료과실로 인한 업무상 과실치사 사건에 대해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한 것도 무리수라는 것이 법조계 중론이다. 담당 판사가 굳이 의사 3명 모두를 법정구속까지 한 것은 유족 측이 민사판결을 통해 받은 배상금 외 별도로 형사합의를 하라는 판사 권고를 따르지 않았다는 일종의 괘씸죄가 적용된 결과로 보인다."라고 판단했다.

유족 측과의 합의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아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공탁도 하지 못한 상황에서 의사 3명 모두 도주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법정구속까지 한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했다. 연구소는 "현직 개원의사 · 봉직의사가 당장 자기 직장을 그만두고 도주를 한다는 것이 상식적인 판단인가?"라고 반문했다.

초기의 모호한 상태를 최종 진단에 입각한 추정만으로 예단한 감정 결과로 판결을 내린 것이 부당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5월 27일 응급실에서 시행한 흉부사진의 이상소견에 대해 해당 병원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판독 결과인 '흉수를 동반한 폐렴'을 배척하고, 횡격막탈장을 충분히 의심할 수 있는 소견이 존재한다는 감정인 중 한 명의 의견을 그대로 수용했다. 

연구소는 "횡격막탈장이 5월 27일에도 존재했다면 이미 당시부터 환아에게 기침 · 호흡곤란 · 가슴 통증 등의 횡격막탈장 증상이 나타나야 했고, 점차 악화해 6월 8일까지 환아가 견딜 수 없는 상태가 되었을 것"이라면서, "폐렴 · 흉수로 오인될 수 있는 횡격막탈장은 학술지에 증례보고가 될 정도로 극히 드문 사례이다. 따라서 재판부가 당시에 추가 검사를 하지 않아 진단을 놓쳤다고 처벌하는 것은 환아의 횡격막탈장이 이미 진행되고 있었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환아의 사망은 5월 27일을 기준으로 13일 후였으므로, 횡격막 탈장은 그사이의 어느 기간에도 발생했을 개연성이 충분히 있다. 언제 발생했는지 확실히 규명되지도 않은 질환을 진단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의료진을 구속하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납득할 수 없다."라고 했다.

이번에 구속된 3명의 의사는 각자 자신의 상황에서 환자를 진료하면서 특별히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정황이 없고, 추정 진단을 전제로 처벌하는 것과 더불어 일반적인 의학 수준과 의료 환경에서 벗어나지 않는 의료행위를 했음에도 이를 업무상과실치사로 처벌하는 것은 대법원 판례에도 반하는 판결이므로 부당하다고 했다.

연구소는 "부당한 판결로 억울하게 구속된 의사들은 구속 사유가 없으므로 마땅히 풀려나야 하고, 이번 사건은 철저한 재조사 · 의학적 재검토가 필요하다."라면서, "사법부의 공정하고 현명한 판단을 요구하며, 이번 횡격막탈장 사건의 추가적인 의문점 · 부당한 점들을 밝혀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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