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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AI 급여화 고민하는 심평원 "기회비용 보상 검증된 AI 없어"

미래의학 수용에 대해 급여 방식 · 우선순위 등 고려

4차 산업혁명이 사회 화두로 떠오르면서 의료계에서는 AI 급여화 논의의 본격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심평원은 기회비용 보상이 검증된 기전을 갖는 AI는 존재하지 않으며, 미래의학의 급여화는 제도적 · 안정적 · 가치 중심으로 이뤄져야 하고, 여기에는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2일 오전 10시 서울 강남 임피리얼 팰리스호텔에서 열린 2018 한국보건행정학회 후기학술대회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 허윤정 심사평가연구소장(이하 허 소장)이 '보건의료 미래의 위험과 기회' 주제로 발제했다.



보건의료 미래와 관련하여 AI(인공지능), 정밀의학, 빅데이터, 트랜스휴먼(Transhuman) 등 온갖 이슈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쏟아지고 있다. 

11월 1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치료 약물을 담은 나노 입자를 손상 없이 암세포까지 옮길 수 있는 물질인 '약물 전달체 플랫폼 기술과 물질'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타 단백질과 상호작용하지 않는 재조합 단백질을 생성했는데, 이 단백질이 약물을 전달한 나노 입자 표면을 둘러싸면서 보호막으로 작용하여 안정적인 약물전달체 역할을 한다. 

인간 능력 증강 기술을 적용한 트랜스휴먼의 경우 인간과 포스트휴먼(posthuman) 사이의 존재로, 인간과 유사하지만 개조에 의해 인간보다 훨씬 뛰어난 능력을 획득한 사람이다. 허 소장은 "보조기구를 사용하는 장애인이 인간 능력 증강 기술과 연결될 때 그것이 장애인 보조기구의 기술 향상인지, 트랜스휴먼의 기술적 현실화인지는 현재로서 알 수 없다."라고 했다.

유전자 변이 영역에서는 유전자 가위가 언급되는데, 이는 사람이 태어나기 전부터 유전자를 제어 · 통제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현재는 동식물 유전자에 결합해 특정 DNA부위를 자르고, 유전자의 잘못된 부분을 제거해 편집할 수 있다는 접근까지 온 상태이다. 

이미 중국에서는 피부병 진단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최근 중국인 피부 영상 자료 데이터베이스 프로젝트(CSID)와 손을 잡은 중국 여우마이커지는 동양인 피부 종양 AI 보조 의사결정 시스템 '여우즈피부AI' 2.0 버전을 출시했다. 허 소장은 "중국은 한국과는 전혀 다른 인프라이다. 환자 수는 엄청나게 많지만, 환자를 케어하는 의사 수는 매우 적다. 이런 구조에서 중국은 진료 · 진단에 AI를 활용하고 있어 어떤 부분에서는 굉장히 앞서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이러한 평가가 과연 적절한지 고민이다."라고 말했다. 

장수 · 수명 연장은 인류가 보편적으로 추구하는 공통 가치 중 하나이다. 허 소장은 "건강보험 입장에서 장수 · 수명연장이 과연 좋기만 한 것인가? 오래 사는 것이 건강보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것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하며, "과학 · 의학이 혼재한 영역이 가는 현재의 길은 우리가 마구 받아들이거나 일반적으로 배척할 수 없는 방향이다. 우리가 가려는 이 방향에서 수명 연장은 인류 모두가 공통으로 원하는 것이다. 인류가 노력한 결과로 과학 기술 혁신이 일어났고, 이로 인해 수명 연장 기술이 진화했다. 기술 진화는 과학저널만 봐도 당장 인간이 지속적으로 존재할 것만 같은 착시를 일으킨다. 그런데 건강보험 지속 가능성 이슈에서는 생명 연장이 유리한 이슈인지 고민이 될 거 같다."라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에 직면한 최근 의료계는 인공지능 의사인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를 시작으로 새로운 의료기기를 진료에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허 소장은 알파고와 같은 일종의 이벤트를 제외하고, 기회비용 보상이 검증된 기전을 갖는 AI가 없다고 했다.

허 소장은 "심평원에는 AI를 어떻게 급여화할 거냐는 요구가 현존하고 있다. 그러한 요구는 우리에게 이미 현실로 와 있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그러한 이슈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지 않아서 국가 경쟁력이 떨어지고, 의료기기 혁신도 제어한다는 물음을 받는다."라면서, "우리는 현재 요구에서 발전하는 다양한 미래 이슈 · 미래 방안 · 의학의 진화를 어떻게 선택하고 어디를 봐야 할지를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심평원의 경우 미래의학이 들어왔을 때 △어떤 것을 수용하고 △수용 원칙은 무엇이며 △해당 원칙은 어디서 결정하는지를 고민할 수 있다. 또한, 새 의료영역을 급여화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적절한 인프라의 배분인지도 문제가 된다. 

오는 2020년은 1955년 내지 1963년에 출생한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이 되는 시기로, 65세 이상 노인 의료비의 고갈이 좀 더 가속화되며, 건강보험 재정에는 가장 큰 위험 요소로 작용한다. 2020년 노인 인구는 80만 명이 되는데 신생아 인구는 고작 36만 명으로, 두 배 이상의 격차가 벌어지게 된다. 

허 소장은 "노인 의료비 문제가 의료비 고갈의 가속화를 불러온다. 현재 감염병 확산 속도 · 국제화 추세로 보면, 의료에 대한 요구는 무한대로 가고 있다."라면서, "형평성을 중심으로 우리가 가고자 하는 목표치는 명확하게도 국민 건강이다. 그런데 이에 도달하고자 할 때 새로운 의학기술 · 과학은 우리에게 질 향상 및 혁신을 끊임없이 요구한다. 형평성 관점에서는 모든 국민이 가장 우수한 의료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도 포함한다."라고 언급했다.

급여화 검토 시 과거의 방식으로 검토한다면 미래 과학 · 보건의료 기술 영역은 담아낼 틀이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또한, 보건의료의 미래를 기회로 볼지 위험으로 볼지 딜레마가 존재하는데, 그것이 임의적 · 자의적 혹은 높낮이가 다르게 결정되는 프로세스가 아니라, 제도적 · 안정적 · 가치 중심으로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 △그것을 선택한다면 건강보험 영역인지 등 근본적인 납득을 재구조화할 것을 주문했다. △어떻게 급여화할 것이고 △급여 방식이 무엇인지 △급여화한다면 우선순위는 무엇인지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허 소장은 "과거에는 환자단체 이름으로 푸시해서 받으면 칭찬받고, 업체 푸시를 받아서 수용하면 비난을 받았다."라면서, "업체가 아닌 환자단체 이름으로 업체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것은 어떻게 봐야 할까? 새로운 의학기술 이름으로 특정 이해를 관철하는 것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이런 합리적 대응 프로세스에 대해 다학제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