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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사망률 높은 '직업성 폐암', 산재 인정 왜 안 될까?

케이스 보고 통해 데이터 쌓여야만 산재 인정…증례 늘려야

건설 현장 · 반도체 공장 등의 노동자에게 발생하는 직업성 암이 최근 사회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직업성 폐질환의 경우 대다수가 굉장히 빠르게 전이되는데, 특정 물질이 해당 질환을 유발한다는 연관성이 증명되지 않으면 산재 인정을 받기가 어려워 보상을 받지 못한 채 결국 사망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이에 대해 관련 전문가는 케이스 보고를 통해 쌓인 데이터로 산재 인정 여부가 결정되므로 의사 상당수가 케이스 보고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강조했다.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가 8일부터 9일까지 양일간 롯데호텔월드에서 제126차 추계학술대회 · 제47차 워크숍을 개최하고, 기자간담회를 열어 △미세먼지 △궐련형 전자담배(Heat Not Burn Tobacco Products, 찐담배) △비흡연 여성의 폐암 △남북 의료 교류 등 금년도 검색 상위 호흡기 핫이슈 중심의 최신지견을 공유했다.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박인원 차기 이사장(중앙대 의대)은 "내년 추계 혹은 내후년에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할 예정으로, 향후 우리 학회가 국제학회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연구 중심이 돼야 한다. 연구 투자에 힘을 쏟고, 젊은 회원이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국내 · 외 유관학회와의 연계도 상당히 중요하다. 중국 · 일본 등 인근 국가의 호흡기학회를 포함하여 아시아태평양호흡기학회 · 유럽학회 등과 긴밀히 협조해 국제학술대회로 거듭날 수 있도록 초석을 다지겠다."라면서, "학회 위상 제고에 꼭 필요한 것이 학회지 TRD(Tuberculosis & Respiratory Diseases)의 SCI 등재이다. 학회지는 10여년 전부터 영문으로 발간되면서 전 세계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는 펍메드 센트럴(PMC, PubMed Central)에 등재된 상태로, 내년에는 SCI 등재를 목표로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국가 정책에도 학회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다. 모든 역량을 총집결해 좋은 정책이 나오게끔 유관기관과 협조해나갈 예정이다."라면서, "예방 · 질병 인식 등의 홍보를 통해 국민에게 좀 더 가까이 가는 학회로 거듭나겠다. 호흡기내과에는 어려운 질병명이 많고 심각한 질환임에도 국민이 잘 알지 못하는 병이 많다. 그러한 질환을 널리 알려서 국민 건강 ·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강조했다.

간담회에는 박인원 차기 이사장을 중심으로 △서울시 서북병원 결핵과 서해숙 진료부장 △연세대 의대 호흡기내과 김영삼 교수 △가톨릭대 의대 호흡기내과 김승준 교수 △순천향대 의대 호흡기알레르기내과 박종숙 교수 △가천대 의대 호흡기내과 정성환 교수 △한양대 의대 호흡기내과 손장원 교수 등이 참석했다. 

이날 오간 질의응답을 메디포뉴스가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 어떤 정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생각인지?

박인원 차기 이사장 결핵 · COPD(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 만성폐쇄성폐질환) 등 조기발견이 중요한 질환 대상으로 정부기관과 잘 협조하여 조기진단 사업을 추진해나갈 생각이다. 

정성환 교수 현재 다제내성 결핵 ·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손상 등의 문제가 심각하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 학회에서는 보건복지부 · 질병관리본부 등과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 · 확장해나가고 있다. 

◆ 남북 교류에서 결핵과 관련한 대화가 오가고 있다.

서해숙 진료부장 11월 7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보건복지부 권덕철 차관 · 보건성 박명수 국가위생검열원장이 만나서 전염병 공동대응체계 구축을 위한 논의를 시작하는 데 합의했다. 본 회담을 통해 남북은 결핵 · 말라리아 등의 전염병 정보를 상호 교환하는 시범사업을 연내에 실시하기로 했다. 이에 의료 분야 교류가 급물살을 탈 것 같다. 

그간 남측의 대북 지원은 WHO(세계보건기구) · 유니세프를 통한 우회 지원이었다. 2004년부터 지원해 지금까지 5백억 원 정도를 지원한 것으로 안다. 그런데 북측이 국제기구를 통해 받았다고 얘기해서 남측에서는 지원했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향후 공식적인 지원이 이뤄지면 보다 다각적인 채널로 지원될 것 같다. 북측에서는 주로 결핵 · 말라리아 · 모성 건강 · HIV(인간 면역 결핍 바이러스) 등 전염병 지원을 주로 얘기한다. 이에 대한 얘기가 구체화되면 그 역할을 우리 학회가 맡게 되지 않을까 싶다. 

◆ 북한에서는 다제내성 결핵 문제가 심각하다. 

서해숙 진료부장 지금 북한에서 가장 관리가 안 되는 부분이 다제내성 결핵이다. 결핵 지원을 위해 유진벨 재단에서는 한해 두 차례에 걸쳐서 약을 지원하고, 모니터링도 하고 있다. 최근에는 다제내성 결핵 신약인 베다퀼린(Bedaquiline) · 델라마니드(Delamanid)가 북측에 지원되고 있다. 여기에 전문가 집단이 개입해 관리를 시작해야 한다. 국내 전문가가 북측으로 가서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통해 학술교류 · 연구를 진행해야 하며, 이를 기반으로 북한에 알맞은 보건 정책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매년 국가결핵관리지침을 발간하는데, 여기에 굉장히 많은 정책적 내용이 담겨 있다. 이러한 내용을 북측 맞춤형으로 정책화할 수 있을지에 대해 우리 학회에 많은 자문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아마 보건복지부를 통해 우리 학회를 중심으로 자문단이 구성될 것으로 생각한다.

손장원 교수 북한 문제 · 정책에 대한 우리 학회의 공식 입장은 없다.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우리에게 의뢰한 게 없다. 

서해숙 진료부장 공식적으로는 없지만, 남북 양측이 처음으로 논의를 시작했기 때문에 이제 시작될 것이다. 보건의료 분야는 항상 인도주의를 먼저 내세우기 때문에 이를 거부할 사람은 없다. 

◆ 비흡연 여성 폐암 · 라돈 문제가 최근 이슈되고 있다. 

김승준 교수 국내 여성 폐암 환자는 2015년 기준 7천 252명으로 조사됐는데 폐암으로 진단받은 여성의 87.6%는 한 번도 흡연한 경험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흡연자 폐암의 경우 정부 지원이 많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되는데, 비흡연 여성 폐암은 검진과 관련하여 아무것도 없다. 국제적인 진료 지침도 부재해 있다. 담배를 매일 한 갑씩 30년 이상 피우면 저선량 CT로 매년 검진해야 하는데, 호흡기내과 전문의 등은 여성도 정기 검진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이가 중요하기 때문에 40~50세 이후에는 여성도 주기적인 검진을 당연히 해야 한다.

라돈의 경우 집값 등 여러 문제가 산재해 있다. 어느 지역이 안 좋다고 하면 전국적으로 난리가 나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는 밝혀야 할 거 같다. 라돈은 냄새 · 맛 · 향이 없기 때문에 노출 여부를 전혀 못 느끼는 게 문제다. 집안에 라돈이 많아도 실리콘으로 내 · 외벽을 밀폐하거나 환기를 하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예방법에 대한 홍보가 시급하다. 한편, 라돈이 많이 발생하는 지역에서 폐암 발생률이 높다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이번에 처음 보고됐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 학회가 정부와 연계해 조사하고 홍보를 진행하는 것이 좋을 듯싶다. 

손장원 교수 라돈은 엄청 민감한 사안이다. 지역마다 차이가 있고, 같은 건물에서도 층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박종숙 교수 최근에는 직업성 폐질환이 상당한 문제로 급부상했다.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는 여성근로자는 향 · 색이 없는 발암 물질과 자주 접촉하는데 직업성 폐질환이 발생한 경우 대다수가 폐암 4기로 전이돼 병원을 방문한다. 직업성 폐질환은 굉장히 빠르게 전이되기 때문에 사망률이 높다. 그런데 이들에 대한 보상이 상당히 어렵다. 케이스 보고를 통해 쌓인 데이터가 있어야만 산재 인정이 되기 때문에, 증례가 없다면 환자는 보상받지 못한다. 내가 담당했던 직업성 폐질환 환자의 경우 35살이었는데 폐암을 시작으로 온몸에 암이 퍼진 상태였다. 그런데 해당 환자가 접촉한 물질은 폐암을 유발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결국 산재 인정을 받지 못했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의사가 케이스 보고에 노력을 쏟고 있다. 

손장원 교수 우리가 보건정책까지 이래라저래라 할 수는 없다. 의사가 할 일은 특정 물질이 질병을 유발하는 데 관련이 있다는 증거를 계속 쌓아서 밝히는 것이다. 

◆ 전자담배 유해성 논란에서 '논란'의 의미는? 

박종숙 교수 전자담배는 그간 유해성에 대한 데이터가 별로 없었다. 2017년부터 2018년까지 2년간의 데이터에서는 전자담배가 과연 금연의 수단으로 작용할지가 첫 이슈였다. 전자담배는 사람들 사이에서 금연하기 위해 핀다는 인식이 존재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아이코스라는 궐련형 전자담배가 수입되면서 판매량이 급증함과 동시에 금연클리닉 등록 수가 급감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한 연구를 현재 우리 학회에서 집중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외국은 궐련형 전자담배가 별로 없고, 액상형이 주로 많다. 우리나라는 궐련형 전자담배가 담배로 허가돼 판매되고 있으나 일반 담배보다 세금이 저렴하다. 현재 전자담배 관련한 정부 규제 · 정책은 부재한 상태로, 인터넷상에서 원활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하는 어르신의 경우 30~40대 자식들이 대신 구입해주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필립모리스의 마케팅이다. 필립모리스는 인터넷상에서 제품을 판매하며 얻은 개인정보로 전 국민 대상의 굉장한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의사마저도 전자담배가 괜찮은 게 아니냐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이제는 안전성을 우선으로 확립하고, 교육 · 인식을 변화해야 하며, 유해성 · 금연의 수단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전 세계 의견이다.

◆ 전자담배 관련한 최근 논문들은 유해하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박종숙 교수 유해물질 종류가 동일하고 그 양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전자담배에 장기간 노출됐을 때 인체에 미치는 해가 적다는 필립모리스 주장은 맞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 학회를 비롯한 모든 관계 기관의 의견이다. 안전성의 경우 시간이 더 지나야만 확인할 수 있다. 

금연 연구와 관련하여 곧 앱이 출시되는데 학회 차원에서 홍보용으로 전자담배 카테고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금년 안에 배포할 예정이다. 금년 국정감사에서 전자담배와 관련하여 굉장히 많은 질의가 이뤄졌기 때문에 무언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생각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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