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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심평원 혈액투석 적정성 평가 후 게을러지는 병원? 등급별 차이 無

약제비 등급별 차이 뚜렷, 1등급 기관에서 가장 많이 사용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은 혈액투석 진료의 질을 제고하고자 2009년부터 혈액투석 적정성 평가를 수행하고 있다. 

그런데 관련 연구에 따르면 동 3개월간 실시되는 평가에서 평가 기간 청구액이 평가 전 · 후 3개월보다 6~8%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의료기관 대부분에서 평가 동안에만 열심히 진료하는 양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에 전문가는 단기 평가가 아닌 지속적인 평가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옮겨 다니는 환자를 관리할 투석환자 통합 정보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제언했다.

15일 오후 1시 30분 그랜드 워커힐 호텔 코스모스홀에서 열린 '보건의료 빅데이터 활용 성과 심포지엄'에서 가톨릭대 성빈세트병원 신장내과 진동찬 교수(이하 진 교수)가 심평원 빅데이터 자료를 활용한 '혈액투석 적정성 평가' 연구 결과를 보고했다.



말기신부전(End Stage Renal Disease) 환자는 콩팥 기능이 완전히 손상된 상태로, 혈액투석 · 복막투석 · 신장이식 등 콩팥을 대신하는 신대체 요법을 받지 못하면 사망하게 된다. 이 중 혈액투석은 인공신장기를 이용해 환자 혈액을 걸러내 요독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병원에서 한 회 4시간씩 일주일 3회 시행된다. 이는 평생 유지해야 하는 치료지만, 투석치료를 받아도 요독이 정상인의 5~10배로 유지되므로 빈혈 · 전신쇠약이 심해 실상생활에 어려움이 있다. 

대한신장학회는 1986년부터 말기 신부전 환자 대상으로 '우리나라 신대체 요법의 현황'을 매년 조사하고 있다. 해당 사업에 따르면, 국내 혈액투석 환자는 7만 명 · 복막투석은 6천 5백 명 정도로, 2000년 이후에는 급속도로 증가하는 양상이 나타난다. 인구 대비 투석환자 비율은 미국이 가장 높으며, 일본 · 우리나라가 그 뒤를 잇는다. 투석 원인은 당뇨가 48.9%로 가장 많고, 고혈압 21.4% · 만성사구체신염 7.5% 순으로 나타났다.

심평원에서는 2002년에 조혈제 한계를 Hb 10에서 Hb 11로 향상했는데, 이로 인해 단 2년 만에 환자의 헤모글로빈 혈색소 수치가 9.5g/dL에서 10.5g/dL로 상승했다. 진 교수는 "돈을 많이 투자하여 환자를 치료하면 환자 상태는 좋아진다. 9~10g/dL 정도 되는 상태에서 투자하면 올라갈 수 있다. 정책에 의해 건강 상태가 완전히 바뀐다."라고 강조했다.

국내 투석환자의 생존율은 암 생존율보다도 나쁜 수치를 보인다. 심평원 4차 혈액투석 적정성 평가 보고에 따르면, 혈액투석 비용은 1인당 매년 2,400만 원으로, 전체 혈액투석 환자 6만 9천 명으로 추산 시 연간 1조 6,400억 원이 소모된다. 

우리나라 투석치료의 문제는 △병원의 투석 전문의 비율이 42%로 저조하다는 것이다. 반면, 의원은 80%를 웃도는 수치가 나타났다. △무료 투석을 하는 비윤리 의료기관도 성행해 의료진 수 대비 투석 건수가 과중하다. △투석 비용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나 약제 사용 관리가 부실한 점도 지적된다. 이 밖에 △의료급여 환자의 정액수가에 따른 차등 치료 △환자 이동에 따른 의료정보 제공 · 관리 부실 문제가 있다. 

진 교수는 "의료급여 환자가 정액수가가 되고 있다. 비용을 고정해 놓으면 의사는 검사를 잘 안 하려 하고, 약도 적게 쓰려고 한다. 이 같은 문제 때문에 심평원에서는 적정성 평가를 6회차 시행 중이다."라고 했다.

심평원의 혈액투석 적정성 평가가 제대로 진행되는지를 살피기 위해 진 교수는 '심평원 혈액투석 적정성 평가와 연관한 혈액투석 진료 변화 분석' 연구를 진행했다. 동 연구에서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진행된 적정성 평가 기간 및 해당 기간 전 · 후 3개월간 제공된 의료서비스 내용을 비교했고, 각 의료기관의 적정성 평가 등급에 따른 의료내용을 비교 분석해 적정성 평가에 따른 의료서비스 차이를 분석했다. 또한, 동정맥루 관리 관련 지표와 연계해 동정맥루의 합병증 발생에 의한 시술 변화를 분석했다.

분석 대상 혈액투석 환자 수는 △2차 평가 16,862명 △3차 19,888명 △4차 21,814명으로, 전체 청구액은 3개월 평균 △2차 303억 6천만 원 △3차 357억 4천만 원 △4차 399억 4천만 원이다. 

진 교수는 "평가 전 3개월 · 평가 3개월 · 평가 후 3개월을 보면, 적정성 평가 기간 청구액이 전 · 후 3개월보다 6~8% 높다. 평가 동안에는 많이 청구하고 열심히 진료하는데 끝나면 게을러진다."면서, "1등급부터 5등급까지 등급별 환자당 월별 청구액을 보면, 1등급을 받은 의료기관조차도 평가 후 청구액이 줄어든다. 즉, 환자를 많이 안 본다는 거다."라고 지적했다. 

청구액 항목을 분석한 결과, 고정 비용인 투석 시술료 및 투석액료 비중이 약 80%로 크게 나타났다. 이 중 고정 비용인 투석을 제외하면 약제가 무려 85%를 차지하며, 마찬가지로 평가기간에만 높게 나타났다. 진 교수는 "투석 비용은 환자당 고정비용이기 때문에 월별로 건수가 달라 비용도 달라진다. 이는 1~5등급까지 다 똑같다. 약제를 쓰는 게 가장 문제다. 헤모글로빈 수치를 조절하는 조혈제가 전체 약제 비용의 반 이상을 차지한다. 약 처방 내용을 보면, 1등급 의료기관에서 가장 많이 청구하며, 4등급에서는 적게 청구한다. 약제 비용은 등급별 차이가 뚜렷하다."라고 말했다.

약제별 청구액 변화 추이를 보면, 조혈제 · 혈압약 감소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환자당 조혈제 비용은 등급별 차이가 역 순위로 나타났는데, 평가기간별로 감소하는 것은 조혈제 약가 인하 때문으로 분석된다. 가장 주목할 점은 고혈압 약제 비용이다. 고혈압 약제 비용은 등급별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나는데, 1등급 의료기관에서 비용이 더 많고, 시기별 감소세를 보였다.

진 교수는 "당뇨병 약제 비용도 등급별 차이가 뚜렷했다. 특히, 1등급 의료기관에서 당뇨병 약제 비용이 더 증가했다. 1등급 병원에서 높은 비용이 나온 이유는 최근 비싼 당뇨약이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대학병원에서 먼저 쓰기 때문에 1등급 의료기관에서 비용이 높게 나왔다."고 했다.

검사실 검사 · 영상의학적 검사는 3월 · 6월 · 9월 · 12월로 검사가 집중되는 형태가 나타났다. 혈관성형술 비용은 전체 건수 · 비용이 많이 증가했으나 환자별로는 감소했고, 등급별 차이는 의료기관 종별 차이로 추정된다. 혈관성형술 전체 건수는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데, 환자 수 증가에 비해 동정맥루 수술 건수는 많이 증가하지 않았다. 즉, 동정맥루 관리에 의해 조기 혈관성형술로 유지해 환자당 수술 건수는 감소된 것으로 분석된다.

진 교수는 "등급별 환자 생존율을 말하는 것은 어렵다. 적정성 평가 등급에 따른 환자 생존율을 보면, 등급별 차이는 크지 않지만 2등급이 가장 좋고, 1등급이 그 뒤를 잇는다. 3 · 4 · 5등급은 거의 같다. 환자가 상태가 안 좋아지면 병원을 옮겨 다니기 때문이다."라면서, "심평원의 혈액투석 적정성 평가기간 전 · 후 진료비용을 분석해 환자당 의료 비용 차이가 평가 전 · 후 3개월 평균이 평가기간에 비해 6~8% 적은 것을 확인했다. 이에 따른 지속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진료비용 중 약제비는 혈액투석 적정성 평가의 등급별 차이가 뚜렷해 평가 등급이 가장 잘 반영된 부분으로 보인다."라고 결론을 냈다.

또한, "심평원이 적정성 평가를 매년 수행하고 있으나 3개월 단기 평가는 문제가 많다. 지속적으로 수행할 필요가 있고,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 팔로우업이다. 환자는 옮겨 다니기 때문에 어떤 부분에서 상태가 나빠지는지를 살피기 위해서는 심평원 · 대한신장학회가 공동 운영하는 투석환자 통합 정보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환자 10만 명이 한해 2조 원을 쓰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등록하여 관리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