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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아들 사망에 책임 없다던 병원, 수술실 CCTV로 진실 밝혔다

故권대희 母 이나금 씨 "수술실 CCTV 법제화까지 시위 이어나갈 것"

갑자기 닥친 한파로 국회의사당 앞을 지나가는 이 모두 옷깃을 한껏 여미었다. 올겨울 첫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12월 5일 국회 정문 앞에는 날씨 따위는 대수도 아니라는 듯 어김없이 1인 시위자가 즐비한 상태다. 이들 틈 사이로 '수술실 CCTV 설치' 피켓을 맨 한 중년 여인이 묵묵히 서 있다. 자신을 의료사고 사망자 권대희 씨 어머니라고 소개한 이 여성은 최근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던 대리수술 · 무면허 의료행위로 인한 의료사망 · 사고를 언급하며 수술실 CCTV 설치 법제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 한편, 금년 4월 파주시 소재 J정형외과 병원에서 수술받은 환자 두 명이 잇따라 사망한 사건을 비롯하여 최근 의료기기 영업사원 및 무면허 의사 · 보조인력에 의한 대리수술이 비일비재하게 터지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의료계 내부에서는 대리수술 근절을 위한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으나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수술실 CCTV 설치안에는 반대 의사를 표하고 있다. 반면, 시민단체는 수술실 CCTV 설치가 환자 안전 · 인권보호를 위한 대안이기 때문에 법제화를 위한 1인 시위를 끝까지 이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22일부터 릴레이로 이어진 1인 시위에서 이날 시위자로 참여한 故 권대희 씨의 어머니는 죽은 아이는 아무리 악을 써도 돌아오지 않는다며 다소 담담한 말투로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 응했다. 이를 메디포뉴스가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편집자 주] 



◆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나는 2016년 9월 8일 A성형외과에서 취업 준비를 위해 안면윤곽 수술을 받다가 과다출혈로 사망한 故 권대희 엄마 이나금이다. 

최근 대리수술 등으로 인한 의료사고가 이슈화되면서 수술실 CCTV 설치를 원하는 국민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내 경우 다행히 수술실 CCTV가 존재하여 무면허 의료행위 · 의무기록 허위 기재 등을 밝힐 수 있었다. 환자를 위해 노력하는 의사가 다수지만, 소수의 나쁜 의사를 가리기 위해 이번 1인 시위에 참여하게 됐다.

◆ 의료사고 후 병원 측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있었는지? 

해당 병원에서는 사망에 대한 원인 제공만 했고 사망은 대학병원 탓이라며, 오히려 억울하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내가 이 의사들이 얼마나 억울한지 확인하기 위해 병원 내 CCTV를 3백 번 이상 봤다. CCTV에서 집도의인 원장은 환자 뼈만 절개하고 수술실을 나가버렸고, 의사도 없는 수술실에서 마무리를 간호조무사가 장시간 지혈했다. 

대개 3시간 내지 3시간 30분 정도 수술한 후 회복실로 간다고 했다. 그런데 내 아이는 6시 30분 동안 수술실에 있었다. 수술실 CCTV를 보니 6시간 30분 중 3시간은 간호조무사가 맡았다. 회복실로 옮기기 직전에 환자가 숨쉬기 힘들어하는 모습이 CCTV에서 보였는데도 그 상태의 환자를 그냥 회복실로 옮겼다. 

CCTV에서는 11시 17분에 원장이 병원에 돌아와 환자를 확인했고, 10분 후 119구급대를 요청했다. 그 사이 혈액이 도착했다. 혈액이 도착하고 4분 후 119구급대가 도착해 내 아이를 대학병원으로 데리고 갔다. CCTV 확인 전에 병원에서는 혈액 · 119구급대가 동시에 도착했기 때문에 수혈할 틈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런데 CCTV에서는 피가 먼저 도착했다. 먼저 왔지만, 수혈은 하지 않았다. 

해당 병원은 대학병원을 걸고넘어진다. 환자가 결국 대학병원에서 사망했다는 거다. 너무 어처구니가 없다. 동영상이 없으면 이러한 진실을 밝힐 수 없었을 거다. 다행히 우리는 동영상이 있어서 의료진의 행동 하나하나를 전부 볼 수 있었다. 어떤 과정에서 죽었는지를 CCTV로 알게 됐다.

소수의 나쁜 의사 때문에 선량한 의사 대다수가 욕을 먹는다. 수술실 CCTV 설치는 일선에서 고생하는 의사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 · 감독하기 위한 것이 아니며, 의료사고 증거 때문도 아닌, 나쁜 의사를 가리기 위해 필요하다. 아주대병원 이국종 권역외상센터장의 경우 한 명의 환자를 살리기 위해 큰 노력을 하는데, 그처럼 한 명을 살리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경우 의료사망 · 사고가 발생한다 한들 해당 의사를 원망할 수 없다. 또, 그런 경우는 수술실 CCTV에 다 나타난다.

◆ 1인 시위를 진행 중인 유가족의 심정은?

가족 구성원이 사망하거나 식물인간이 돼 버리면 그 가정은 무너진다. 그런데 가해자인 의사 태도가 피해자 가족을 더 분노하게 만든다. 의료사고 피해자 모두가 의료사고 후 의사 태도에 대해 분개했으며 감정도 격해져 있다. 이 때문에 나는 의료사고 시 의사가 피해자 마음을 헤아려 공감했으면 한다. 유가족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해결할 수 있도록 피해자 · 가해자가 서로 노력했으면 좋겠다.

◆ 향후 시위 계획은?

우리는 법제화될 때까지 계속 1인 시위를 진행할 것이다. 뭔가를 하나 이루려고 하면 희생이 따르는 법이다. 이런 일은 두 번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 의료사고를 당한 유가족이 두 번 억울해서도 안 된다. 나쁜 의사를 가리기 위해 수술실 CCTV가 꼭 필요하다. 이게 최선의 방법이다.

◆ 정부 · 국회 · 의료계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수술실 CCTV 설치를 대한의사협회에서 굉장히 반대하고 있는데, 생각만 조금 달리해주면 감사할 거 같다. 환자단체가 주장하는 수술실 CCTV 설치는 의료사고 입증이나 의사에게 책임 소재를 묻기 위해서가 아닌 나쁜 의사를 가리기 위한 취지이다. 무면허 의료행위를 하거나 의료사고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책임을 돌리는 나쁜 의사는 가릴 필요가 있다.

또, 수술실 CCTV 설치를 다수 국민이 희망하는 것으로 안다. 정부는 국민이 진정 원하는 것에 귀 기울여 법제화를 해줬으면 한다. 그간 너무도 많은 의료사고가 발생해왔는데 듣기로 피해자 일부가 이해가 안 가는 몰상식한 행동을 하는 의사를 몇 언급했다. 그러한 소수의 의사 때문에 수술실 CCTV는 꼭 필요하다. 환자를 위해 열심히 고생 · 노력하는 다수 의사 때문은 아니다. 이를 의사들이 꼭 인지했으면 한다.

국민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진료받을 수 있도록 다수 국민이 원하는 수술실 CCTV 입법화를 이른 시일 안에 이뤄주기를 정부 · 국회에 바란다. 

※ 본 인터뷰는 의료사고 피해자 故 권대희 씨 어머니인 이나금 씨의 경험 · 의견을 바탕으로 작성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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