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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심사체계 개편안 본질이 미국 ACO · 총액계약제 전환? 의료 '폭망' 전조

가치기반 지불제 전환…재정 절감 책임은 온전히 의사에게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12월 27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를 열어 가치 기반(Value Based) 심사 · 평가체계' 개편 방안을 보고했다.

개편안에 따르면, 현 청구 건별 심사 · 평가체계는 △환자 중심 △의학적 타당성 중심 △참여적 운영 방식 중심 △질 향상 중심의 가치기반 심사 · 평가체계로 향후 5년간 전면 개편될 예정으로, 이를 위해 △현행 건별로 분절적으로 판단하는 심사 방식을 환자 중심 에피소드 단위로 개편하고 △주요 진료정보를 지표화해 청구 현황 · 기관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관찰 · 분석하는 방식으로 전환한다.

이와 관련하여 바른의료연구소(이하 연구소)가 2일 '건강보험 심사 · 평가체계 개편안은 진료비 지불제도 개편안'이라는 성명을 통해 이번 개편안이 미국의 ACO(Accountable Care Organization, 책임 진료 기구) · 총액계약제로 가는 지름길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연구소는 본 개편안이 △심사 · 평가체계 개편안일 뿐만 아니라 △가치기반 지불제(Value-based Purchasing, 이하 VBP) · 묶음 지불제(Bundled Payment) · 에피소드 기반 지불제(Episode-based Payment) 등의 포괄적 지불제로 전환하기 위한 진료비 지불제도 개편안이라고 했다.

먼저, 이번 개편안이 진료비 지불제도 개편안인 이유에 대해 연구소는 "복지부는 진료량 · 진료비용 통제 중심의 심사 기법이 행위별 수가제를 운영하는 국가에서 과거에 주로 사용한 방법이며, 최근 전 세계 트렌드는 치료성 · 환자만족도 등 의료 서비스 제공에 따른 성과 기반(Value-based) 보상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했다."며, "이에 복지부는 행위별수가제에서 사용하는 건별 심사방식을 폐지하고 VBP에 부합하는 심사 · 평가체계로 개편하려는 것이며, 결국 이번 개편안은 진료비 지불제도를 행위별수가제에서 VBP 등으로 전환하기 위한 목적에서 나온 것"이라고 했다.



VBP의 경우 가치 있는 의료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에 인센티브를 주고, 그렇지 않은 의료기관에 디스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로, 심사체계 개편 협의체 구성원인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가 2010년 발표한 자료에서 VBP를 '질 · 비용 기반 진료비 차등제'로 명명한 것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고 했다.

연구소는 "김윤 교수의 또 다른 발표 자료에는 미국 Premier VBP 시범사업이 우리나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의 가감지급사업 모형과 유사하다고 했다. 이는 심사 · 평가체계 개편이 바로 지불제도 개편과 맞닿아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했다.



에피소드 기반 지불제 · 묶음 지불제와 관련해서는 "복지부는 청구 건 단위 · 항목별 심사에서 환자 · 질환 · 항목 등 환자 중심 에피소드 단위 심사로 전환한다고 했다. 이는 곧 묶음 지불제의 일종인 에피소드 기반 지불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행위별 수가제에서는 의료공급자가 제공한 모든 의료서비스에 각각 지불하는 반면, 에피소드 기반 지불제는 의료공급자에게 해당 에피소드 진료 기간 환자가 받는 의료서비스 질 · 비용에 대해 모두 책임을 지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슬관절 치환술 · 임신 및 분만 · 심장 발작 등으로 치료받는 경우 입원 · 외래치료 비용 및 치료에 참여한 모든 의사의 인건비를 하나로 묶어 일정한 묶음수가로 만들 수 있다. 포괄수가제가 하나의 입원 치료에 제공되는 모든 서비스에 일정 수가를 책정한 것이라면, 에피소드 · 묶음수가에서는 하나의 의학적 사건이 발생해 치료를 받기 시작한 시점부터 회복기까지 제공되는 모든 의료서비스를 하나의 묶음으로 만들어 사전에 책정한 수가를 지불하는 제도인 것이다.



연구소는 "복지부는 건정심에 2019년도부터 에피소드 기반 선도시범사업을 실시하겠다고 보고했다. 복지부는 2019년 선도사업으로 만성질환 · 시술을 포함한 급성기 진료 · 항목 등의 3개 영역에 고혈압 · 당뇨병 · 만성폐쇄성폐질환 · 천식 · 슬관절치환술 · MRI · 초음파 등의 7개 대상을 선정했다. 처음에는 에피소드별 진료비를 행위별 수가에 준하면서 성과에 따른 가감지급만을 하겠지만, 시범사업을 통해 에피소드별 비용 및 질 · 치료 결과 정보가 축적되기 시작하면 복지부는 에피소드별로 지불액을 사전에 결정해 초과 수입의 수익 배분 · 초과 비용의 손실 분담에 대한 의사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가치에 근거한 인구 기반 지불방식 · 총액계약제를 최종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이번 개편안에 담긴 복지부 의도라고 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강희정 연구위원의 '가치 향상과 의료 혁신을 위한 건강보험 지불제도 개혁 방향' 글에는 행위별수가제를 VBP로 점진적으로 대체하기 위한 장 · 단기적 전략이 잘 나와 있다. 강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 △외래에서 행위별수가제를 기초로 성과연동지불제(P4P)를 활용한 질 기반 지불제도를 확대하고 △관절치환술 등 일부 시술에 대해 통합지불방식인 묶음지불제를 도입하며 △입원서비스는 질 기반 지불과 함께 신포괄수가제의 비중을 확대한다고 했다.

▲장기적으로는 △의료 질 · 결과에 대한 공급자 책무성과 지불 보상의 관련성을 상당한 수준으로 높이는 단계이며 △통합 지불은 대상뿐 아니라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고 했다. 강 연구위원은 결국 환자 중심으로 서비스를 통합하는 수준의 확대는 VBP로의 전환을 완성시킬 것이라고 했으며, 지역사회 만성질환자 등 인구집단에 대한 관리 성과 수익 배분 · 손실 분담을 모두 감수하는 인구 기반 지불제도가 일차의료기관 중심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했다.

연구소는 "이번 개편안에는 강 연구위원이 주장한 VBP · 묶음지불제 내용이 거의 그대로 녹아 있다. 또한, '중장기적으로 건강보험을 포함한 국민 전체 질병부담 · 의료비 지출 등을 파악하고 건강보험 지출 성과와 연계 파악하는 체계 구축을 추진'한다고 하여, 복지부가 향후 가치에 근거한 인구 기반 지불방식 · 총액계약제를 최종적으로 도입하려 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해석했다.



이번 개편안이 ACO · 총액계약제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했다.

연구소는 "VBP · 묶음 지불제 · 에피소드 기반 지불제의 경험 · 자료가 쌓이게 되면, 지역별 · 국가 전체적으로 연간 의료비 총지출액을 예측할 수 있게 된다. 예측 비용보다 낮은 목표 비용을 산출하고, 실제 비용이 목표 비용보다 낮으면 그 차액을 의료공급자와 공유하고, 실제 비용이 목표 비용보다 비싸면 의료공급자가 손실을 부담하게 할 수 있다. 이게 바로 미국 메디케어(Medicare) · 메디케이드(Medicaid) 센터에서 시행하는 ACO다."라고 강조했다.



연구소는 "얼마 전 김윤 교수 등이 '한국형 ACO 모델 및 커뮤니티 케어 연구 포럼'을 창립한 것을 보면, 이 방향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며, "국가적으로 연간 진료비 예측이 가능하게 되면, 바로 총액계약제로 이행될 수 있다. 2010년 김윤 교수가 발표한 '미국 건강보험 지불제도 개혁: Value-based Purchasing' 자료에는 VBP를 통해 총액계약제를 완성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의료수가는 우리나라보다 월등히 높고, GDP(Gross Domestic Product, 국내총생산) 대비 의료비 지출은 17%에 육박하여 7.6%에 불과한 우리나라보다 2.2배나 높다. 연구소는 "그런데도 미국식 VBP를 시행한다면, 그러잖아도 간신히 유지되는 우리나라 의료는 폭삭 망하는 길로 접어들 것이다. VBP로의 전환은 의사에게 재정 절감의 책임을 온전히 떠넘길 것이 분명하다. 무엇보다 VBP의 정착은 총액계약제 이행을 아주 용이하게 할 것이다."라면서, "아주 오래전부터 정부 · 관변학자가 그려온 큰 그림이 완성되려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정부가 의도한 대로 지불제도 개편이 차곡차곡 진행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개편안이 향후 의료계를 옥죄는 지불제도를 목표로 함에도,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에서는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고 했다. 의협은 지난 9월 경향심사를 이유로 심사체계 개편 협의체를 중도 퇴장하고 반대 기자회견을 개최했지만, 이후 소위원회에 참가했다. 이번에는 사회적 논의기구에 비전문가인 가입자 · 시민단체 참여가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협의체에 불참을 선언하고, 백지화를 요구했다.

연구소는 "그렇다면 개편안의 다른 내용은 의협이 수용한다는 말인가? 사회적 논의기구의 부당성은 있지만, 이것이 개편안을 반대하는 핵심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개편안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제대로 된 의견을 개진하지 못하고, 복지부 · 심평원에 끌려다니다가 뒤늦게 반대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본 연구소는 이러한 의협 행태가 아마추어 회무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이런 의협이라면, 대한민국 의사는 결국 구렁텅이로 떨어질 날만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라고 했다.

끝으로 연구소는 의협이 이번 개편안에 담긴 정부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강력히 대처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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