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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심사 · 평가체계 개편이 '총액계약제' 도입 위한 사전 포석?

"미국식 대체지불 제도로 대한민국 의료는 파국의 마침표 찍을 것"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지난해 12월 27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를 열어 가치 기반(Value Based) 심사 · 평가체계' 개편 방안을 보고했다.

그런데 이번 개편안을 두고 의료계 의견이 분분하게 갈리고 있다. 본 개편안이 △미국의 ACO(Accountable Care Organization, 책임 진료 기구) · 총액계약제(Global Budget)로 가기 위한 초석이 아니냐는 일부 의혹이 제기되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 측은 지불제도 검토는 이뤄지지 않았다며 총액계약제와는 관계없다고 해명했고 △심사체계 개편 협의체 구성원인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나라에 총액계약제가 도입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

바른의료연구소(이하 연구소)는 2일에 이어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심사 · 평가체계 개편안이 인구기반 지불제(Population-based Payment) · 총액계약제, 일명 미국식 총액계약제를 도입하기 위한 정부의 사전 포석임을 경고했다. 

먼저 연구소는 개편안의 근거가 된 보고서에 심사 · 평가체계 개편안이 지불제도 개편을 위한 것임을 밝히고 있다고 했다. 

복지부가 건정심에 보고한 개편안은 심평원의 '합리적 의료비용 운영을 위한 진료비 심사체계 개선방안 연구용역' 보고서 내용을 근거로 한다. 이 보고서에는 진료비 심사체계 개선 추진 방향의 하나로 가치기반 의료결정의 지원 · 강화를 제시했는데, 그 첫 번째 방안은 바로 가치기반 지불보상과 연계하는 것이다. 

보고서에는 의료서비스 양(volume) 중심의 자원투입 보상에서 투입 비용 대비 의료의 질(quality) 향상을 유도하는 가치(value) 기반 보상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전체 진료비에서 질 · 가치를 반영한 보상 비중을 증가시키고 있다며, '진료비 심사체계는 지불보상방식의 개편 방향에 맞춰 환자 · 정부 · 의료기관 등 모든 참여자가 비용대비 의료 질 · 결과 향상을 고려하는 가치기반 의사 결정을 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연구소는 "이는 진료비 지불제도를 가치기반 지불제로 개편하는 방향에 맞춰 진료비 심사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한 것"이라면서, "곧 행위별수가제에서 가치기반 지불제로 전환하기 위한 개편안임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연구소가 제시한 표에는 가치 기반 의료시스템으로 개혁하기 위한 틀로서 과거 · 현재의 투입 기반 지불 보상에서 '결과 기반 지불 보상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연구소는 "또한, 결과적으로 진료비 심사체계 개편이 의료시스템을 경험하는 모든 참여자가 높은 가치의 의료 제공 · 이용을 결정 · 선택하도록 동기를 강화하는 가치기반 의료시스템으로의 개편을 지원 · 보완하게끔 설계해야 한다며, 미국 CMS(Center for Medicare & Medicaid Services)가 2003년부터 메디케어 입원환자에 대한 의료서비스 질 향상 · 비용 절감을 위해 병원에 대해 가치기반 지불제도를 도입한 사실을 밝히고 있다."고 언급했다.  

연구소는 "이는 곧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을 행위별수가제에서 가치기반 지불제로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라면서, "이는 결국 이번 개편안이 미국식 가치기반 지불제를 도입하기 위한 목적임을 명확히 한다."라고 주장했다.



보고서에는 심사체계의 개선 추진을 위한 심사 성과지표의 하나로 '건강보험 지출 효율화'를 제시한다. 이는 '예측진료비와 실제 총진료비와의 격차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 지출 효율화'로 심사 성과를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진료비는 평가연도의 진료비 통계지표상의 건강보험 요양급여비용 총액으로 하고 ▲예측진료비는 진료비 통계지표상의 △적용인구수 △적용인구 1인당 요양 일수 △요양 일당 요양급여비용에 과거 최근 3년 평균 증가율을 각각 적용한 후 해당 요소들의 곱으로 산출한다고 했다. 

연구소는 "건강보험 지출 효율화는 심사 성과지표의 하나로 제시된 것이긴 하지만, 연간 진료비 총액을 사전에 예측하고 실제 총 진료비를 예측 진료비 이하로 지출되도록 하는 노력 · 경험이 쌓이면 어느 순간 총액계약제로 전환될 수 있는 중요한 실마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개편안이 미국의 지불제도 개혁안을 거의 그대로 수용한 것이라고 했다.

본 개편안에는 △가치기반 지불제 외에도 △에피소드 기반 지불제 △묶음 지불제 등이 주요하게 언급돼 있고, 궁극적으로 △인구기반 지불제로 나아가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연구소는 이러한 진료비 지불제도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알기 위해 여러 외국 자료를 검색해봤다고 했다. 연구소는 "검색 결과, 미국에서 지불제도 개혁의 일환으로 행위별수가제 대체를 위해 고려되는 다양한 대체지불 모델(Alternative Payment Model, APM)인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미국은 GDP 대비 의료비 지출이 18%에 육박하면서도 접근성 · 효율성 · 공정성 · 질 등의 건강지표 · 결과가 뒤떨어진다는 인식 하에, 2016년부터 가치기반 지불제 도입을 위해 노력 중이다. 특히 Health Care Payment Learning & Action Network(의료지불 학습 및 행동 네트워크, HCP-LAN)라는 단체는 제공된 서비스양이 아닌 서비스 가치를 보상하는 정도에 따라 지불제도를 4개의 카테고리로 분류하고, 매년 대체지불 모델의 틀(Alternative Payment Model Framework) 자료를 업데이트한다.



연구소는 "가치기반 지불제는 카테고리 2~4에 해당하는 경우로 간주되는데, 해당 틀에 근거하여 카테고리 1에서 4로 진행함에 따라 질 · 총진료비에 대한 의료공급자의 책임이 증가하고, 개별 의료서비스에서 인구집단의 건강관리로 초점이 이동한다."며, "결국 미국은 카테고리 1에서 카테고리 4 방향으로 지불제도를 개편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에 대한 지불(Pay for Reporting) 체계 도입을 검토하고(카테고리 2B) △묶음 지불제 · 에피소드 기반 지불제 · 일부 의료관리학자가 도입하려는 미국의 ACO도 절감액 공유(Shared Savings) · 위험공유(Shared Risk) 요소만 추가하면 언제든지 카테고리 3에 포함될 수 있다고 했다. 연구소는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에 에피소드에 기반한 인구집단 지불 시 한 환자당 월별 · 연간 일정 금액을 지불하기로 한다면, 이는 카테고리 4에 해당할 것"이라고 했다.

카테고리 2A에는 케어 코디네이터 간호사 인력 배치 · 전자의무기록 업그레이드 등을 보상하기 위한 지불이 포함된다. 연구소는 "이런 유형의 행위별수가제 · 1인당 월별(per-member-per-month, PMPM) 지불제는 지불제도 개혁을 향한 중요한 단계로 여겨진다. 이런 이유로 보건복지부가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에 케어 코디네이터 제도를 끝끝내 유지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연구소는 미국식 지불제도 개혁안 도입을 위한 △GDP 대비 의료비 지출 · 의료수가가 미국 수준에 도달해야 할 것 △비용 · 질 · 치료 결과 등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 보고가 이뤄져야 할 것 △대체지불제 비용 억제 및 질 · 치료 결과 향상 효과가 뚜렷이 입증돼야 할 것 △다보험 경쟁체제 도입을 선행할 것 등의 선행 조건을 달았다. 

연구소는 "미국의 지불제도 개혁안은 카테고리 4를 최종 목적지로 한다. 그런데 인구기반 지불제도인 카테고리 4의 B · C 유형의 보기(example)에는 총액계약제가 명시돼 있다. 또한, ACO 등을 통한 보험료의 전부 · 일부 퍼센트를 지불하는 인구기반 지불제도 역시 카테고리 4에 포함된다."며, "결과적으로 이번 개편안의 최종 종착역 역시 총액계약제와 총액계약제의 또 다른 이름인 인구기반 지불제도인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만일 미국식 대체지불 제도를 대거 도입한 개편안이 실행된다면, 힘겹게 유지된 우리나라 의료가 파국의 마침표를 찍을 것이라고 했다. 

연구소는 "보건복지부 · 소위 의료관리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국내 현실은 별로 고려하지 않고, 의료비 지출이 세계 최고 수준인 미국 의료제도를 무작정 도입하려 한다."며, "이번 개편안은 문재인 케어(이하 문케어) 시행으로 인한 의료비 지출 급증을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문케어는 오로지 건강보험 보장률을 70%까지 제고해 국민 의료비 부담을 줄인다는 취지에서 비용효과성이 없는 의료행위도 급여화하겠다고 한 것으로, 정책 자체가 가치기반 의료결정과는 완전히 상충한다. 가치기반 지불과 거리가 상당한 문케어의 심각한 부작용을 무마하기 위해 미국식 가치기반 지불제를 도입한다는 것이 아이러니한 일이다."라고 했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이 본 개편안의 심각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의협 최대집 회장은 전면 급여화가 아닌 필수의료 중심의 점진적 · 단계적 급여화를 이뤄냈다고 자위하면서, 문케어에 합의했다고 비판하는 회원들에게 '제 앞가림도 못 하면서 음해 · 거짓말 · 위선 · 비난 · 선동을 일삼는 작자들은 분명하게 제 역량을 충분히 동원해서 처절하게 응징하도록 하겠다'고 비난했다."며, "대한민국 의사들은 정부도 그렇지만 의협에도 기대할 수 없는 참으로 불행한 시대에 살고 있다."고 자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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