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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퇴원한 정신질환자 다수는 극단적 선택…치료 기피 이유는?

당사자 대상 전수조사 실시해야 vs 모든 환자의 강제 입원은 오해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이 지난 1월 25일 대표발의한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유관단체 간 알력 다툼이 국회에서 벌어졌다. 

당사자 단체는 입원 치료를 받은 정신질환자가 퇴원 후 왜 치료를 받지 않는지를 전수조사하여 열악한 치료 환경을 개선해달라고 목 놓아 외쳤고, 의사 단체는 이번 개정안이 故 임세원 교수의 유지를 실현하고 왜곡된 진료를 바로잡을 우수한 법안이라고 판단하며 환영의 뜻을 표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윤일규 의원(천안병)이 주최하는 '임세원 법 입법 공청회'가 8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개최됐다.



이날 '정신건강복지법 문제점과 개정 방향' 주제로 발제에 나선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이동진 교수는 정신질환자 호송 · 자의입원의 비자의입원 전환 등을 비롯하여 입원의 장기화 · 탈수용화에 대한 대응 방안, 고지 · 청문 및 절차보조인 지원 결여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 법은 개정할수록 이상하게 됐다. 법 조문 몇 글자를 고쳐서 마치 문제를 해결한마냥 실질적인 노력을 들이지 않아서 그렇다. 결국 안 들어가도 될 사람이 시설에 들어가고, 치료받아야 할 사람이 먼저 빠져나간다. 상황은 20년간 꾸준히 나빠져 왔다."며, "법 조문에서 몇 글자가 바뀐다고 제도가 바뀌지 않는다. 제도는 제도대로 정상적인 궤도에 옮겨놔야 하며, 법은 지금 필요한 제도적 장치가 확충되게끔 개정을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법을 이상하게 바꿔서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며, 상징적 만족에 불과하다. 법은 정상적인 모양으로 만들어 놓고 △편견 개선 △지역사회 정신 보건 · 복지 확충 등을 이뤄야 한다. 이런 노력은 우리 모두가 해야 한다."며, "일부에서는 비자의입원을 당장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어떤 선진국에서도 당장 그것을 따르지 않는다. 정신건강복지법을 개정해서 되는 게 아닌 기반을 충분히 닦아 잘 시행하면서 이를 천천히 확산하여 탈수용화를 진행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필요한 경우 법을 추가로 재개정하며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톨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이해국 교수는 '연대와 옹호에 기반한 대한민국 정신건강 케어시스템의 혁신' 발제에서 재원 마련 · 사회적 합의를 강조했다.

이 교수는 질병 경과 · 치료 시기에 따라 생의학적 치료 · 심리사회적 치료 · 사회환경적 지지가 조화롭게 제공되는 것이 중증 정신질환에 대한 좋은 치료라면서, 이를 위한 △치료서비스의 질적 강화 △치료 단계에 따른 기능 · 수가 분화 △사회적 입원율 감소 및 재활치료 질 강화 △지역사회 인프라 확대 △환자 당사자 · 가족 참여 활성화 등을 제안했다.

이 교수는 "정신질환은 편견 · 차별에 의해 치료가 지연되고, 급성기 치료시스템이 부재하여 재발하며, 좋지 않은 치료로 수용화가 조장된다. 이 같은 문제의 근저에는 재원 문제가 존재한다. 여러 제도 · 법은 이상적인 상태로 만들 수 있으나, 그보다 중요한 건 재원 마련 및 사회적 합의다. 당장 내일부터라도 재원을 증원하자는 1인 시위를 다 같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정신병원에 5 · 10년 이상 입원한 사람이 어떤 이유로 입원해 있는지 당사자 단체와 전수조사를 해보는 것도 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  

고대의대 예방의학과 윤석준 교수는 '정신건강 공적 재원 확충의 필요성과 방향' 발제에서 탈원화를 위한 △급성기 적정 치료체계 및 단기입원 유도를 위한 수가체계 구축 △지역사회 커뮤니티케어 실현 △맞춤형 · 다양화된 직업 및 고용 지원 △포용사회 구현을 위한 범국민적 인식 개선 등을 역설했다.

금년도 정신질환관리 예산은 보건복지부 예산 · 기금 중 1,713억 원으로, 점차 증가하고 있으나 전체 보건 예산의 1.5%에 불과한 수준이다. 윤 교수는 "공적 재원을 중앙정부 예산 기준으로 현 1.5%에서 5% 수준까지는 끌어올려야 하며, 이를 위해 서로 노력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적재원을 한 번에 확보하면 빠르게 발전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국민이 마음을 여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며, "잘못된 지식을 개선하기 위한 정신건강증진 정책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정신질환자가 더불어 사는 이웃이라고 인식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에는 △파도손 이정하 대표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조순득 대표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최준호 법제이사 △대한간호협회 정신간호사회 박경덕 회장 △한국정신보건사회복지학회 정슬기 회장 △경찰청 생활질서과 김종민 과장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국 권준욱 국장이 참석했다.

파도손 이정하 대표는 "며칠 전 2월 임시국회 때 여 · 야가 합심해 이 법을 통과시키겠다는 뉴스를 보고, 이 공청회가 형식적인 과정일 수 있겠다고 생각해 오늘 소란을 피웠다. 윤일규 의원이 발의한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은 비공식입원을 포함한 5가지 강제입원 내용을 담고 있다. 자의입원도 72시간 이후 비자의입원으로 전환되며 △보호입원 △사법입원제에 의한 계속입원 △연속입원 △응급입원 △행정입원 등도 포함한다."고 입을 열었다.

정신질환자는 사기 · 거짓말 · 살인 등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이 대표는 "정신건강복지법은 정신장애인에게 적용하는 법이다. 이 법을 몇 명이 읽어 보니 너무 가슴이 답답했다. 언론은 모든 정신질환자가 범죄자인 것처럼 마녀사냥을 하지만, 정작 수많은 정신질환자가 죽어 나갈 때는 조용하다. 이렇게 입 · 퇴원 문제를 논의할 바에는 차라리 정부에 남쪽 나라 섬을 달라고 요구하여 그곳으로 떠나고 싶다."며, "우리는 정신병원 · 강제입원에 대한 큰 트라우마가 있다. 이 트라우마는 정신보건의료 시스템 안에서 치료하지 못한다. 이러한 법 · 제도 · 정책을 논의할 때는 반드시 정신장애인 당사자와 함께해야만 올바른 결과가 나올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신질환자가 너무 많이 죽었다. 1989년부터 2006년까지 조사된 기록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당 정신병원을 퇴원한 환자 1,100명 이상이 1년 안에 자살한다. 일반인은 26명이다. 정신병원을 퇴원한 환자가 왜 이렇게 자살을 많이 할까? 치료가 잘못돼 트라우마가 중첩되어 극단적 선택을 한다. 이 법은 바뀌어야 한다. 정신병원에 갇힌 수많은 당사자를 전수조사해서 탈원화할 길을 만드는 게 우리가 갈 길이다."라고 말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최준호 법제이사는 이번 개정안의 △정신질환에 대한 정의 △비자의입원 요건 △사법입원제에 대한 오해를 해소하고자 했다.

최 법제이사는 "현 정신건강복지법은 중증 정신질환자를 대상으로 많은 복지를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복지 수혜 대상이 좁은 범위로 돼 있으면 많은 이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없다.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알코올 중독이다. 알코올 중독과 같은 정신질환은 망상 · 환각 · 사고 장애 · 기분 장애의 정의에 포함되지 않아 수혜 대상에서 벗어난다. 이번 개정안은 이를 고치려는 것이지 '정신질환의 정의를 넓혀서 전부 입원시키려는 게 아니냐'는 일부의 주장은 분명한 오해다."라고 설명했다.

비자의입원 요건과 관련해서는 "자 · 타해 위험성에 대해 여러 나라에서 인신구속이 되는 비자의입원을 인정하지만, 치료의 필요성이 있는 경우 대단히 많은 제한점이 있다. △치료를 받지 않았을 때 악화할 우려 △환자가 병식이 없을 때 △대안이 없을 때 등 여러 기준을 가지고 제한적으로 요건이 마련된다."며, "외래치료명령제는 강제입원보다 훨씬 순화된 치료 방법으로 제시된 것이며, 치료영역을 넓히거나 환자의 자유를 제한하려는 건 절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번 개정안의 의의가 선의로 치료하는 의사가 위법한 행동으로 매도당하지 않게끔 합리적인 판단 하에 명백한 기준을 마련한 것이라고 했다.

사법입원의 중기심사에 대해서는 "사법입원제 도입이 의사 · 보호자에게 지워진 과도한 책임을 벗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정작 환자에게 어떤 이득이 돌아가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은 조기심사와 중기심사이다. 조기심사는 형법에 의해 진행되기 때문에 환자가 범법자로 취급당할 우려가 있다."라면서, "중기심사는 가정법원이 관할하며, 의사가 우선으로 해당 환자 상태를 점검할 수 있다. 이 편이 환자에게 좀 더 낙인 · 상처가 없을 거라고 생각해서 우리가 중기심사를 찬성하게 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권준욱 건강정책국장은 이번 개정안 논의 과정에서 관련 정부 부처의 의견을 전부 모아서 근거 중심으로 다양한 의견이 집약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권 국장은 "사법입원은 법원이 관련돼 있어 법원의 공식 의견을 알아보는 상황이다. 현재 △신규 비자의입원 수는 4만여 건 △연장심사 건수는 7만 건에 이른다. 이에 따른 국선변호인 · 호송 인력 · 시스템 구축 등의 인프라가 필요하다.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이하 입적심)에 대한 평가도 필요하다. 입적심 가동 후 전체 입원 규모의 감소가 2%도 채 안 되는 수준에서 이뤄졌다. 현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파악하는 게 필요하다. 입적심은 정신질환자와 그의 가족 · 인권전문가 등을 위원으로 포함하는데 만일 입적심이 사법입원제도로 전환될 경우 정신질환자 인권이나 여러 평가 절차에 있어 기존 법 정신이 유지될 수 있는지를 논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면조사가 왜 20% 수준으로 이뤄지는지,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지 등을 평가하고 현황을 좀 더 파악한 상태에서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권 국장은 "5년 주기로 실시하는 정신질환 실태조사의 주기를 좀 더 줄이고, 단기간의 연구 용역을 통한 실태조사의 재정립도 필요하다."면서, "정신질환관리 예산은 사실 전체 보건 예산의 1.5%도 채 안 된다. 이 중 218억은 자살예방 예산이며, 요양시설지원예산도 포함된다. 보건복지부에서 진정 희망하는 것은 정신재활시설에 대한 중앙정부의 보조금 집행이다. 중앙정부 예산이 나가질 않아 지자체에서도 정신재활시설은 관심 밖의 사업이 된다. 정신질환시설 자체는 훨씬 활성화되고 질 개선도 이뤄질 부분이 있다고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커뮤니티케어와 관련해서는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되도록 가까이에서 제공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 건강생활지원센터의 모델 개발을 위한 용역을 진행 중이다. 절차보조인 사업도 6억 원의 예산으로 두 군데에서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 해당 사업이 끝나면 아마 내년 이후에 예산 확보를 통해 국고사업으로 전환될 예정이다."라면서, "정신의학계에서 아동 · 청소년 시기부터 정신건강에 대한 중재사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는데 그에 대한 연구 사업이 전북의대 · 전남의대 교수 등에 의해 끝난 상태다. 이와 관련하여 내년도 예산을 확보하는 논의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정신보건 분야는 R&D도 중요하기 때문에 투자가 계속 진행될 것이다."라면서,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 논의체에 다양한 의견을 담을 예정이며, 당장 5월 이후부터 내년도 예산 확보를 위한 노력이 시작되므로 그 과정에서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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