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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녹지국제병원 허가한 제주도, 어떻게든 책임 피할 수 없다

공공병원 전환 시 손해배상 및 외교 문제 발생 방지 가능

수많은 논란을 양산해온 제주 녹지국제병원 사태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여 해결할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개원이 불투명해진 현 상황에서 제주도는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에 휘말릴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에 오는 3월 4일로 예정된 개원 허가 만료 전 제주도 · 정부가 공공병원 전환 등의 방침을 마련하여 더 큰 분란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제주영리병원 철회 및 의료민영화 저지 범국민운동본부가 19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제주 영리병원 철회와 공공병원 전환을 위한 국회 토론회'를 개최했다.



국내 1호 영리병원으로 불리는 제주 녹지국제병원은 의료서비스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취지 하에 2005년 대두했으나 의료영리화를 우려하는 이들의 반대에 부딪혀 순탄치 않게 흘러갔다. 추진 과정에서는 수많은 문제 · 의혹이 제기됐으며, 지난해 10월 숙의형 공론조사에서 제주도민 58.9%가 반대해 결국 불허 권고가 내려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권고를 뒤집고 12월 5일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외국인 관광객만을 대상으로 한 조건부 개설 허가를 내렸다. 이 같은 원 도지사의 결정이 범사회적 문제로 불거지면서 건강보험 붕괴를 우려한 시민단체 등은 허가 철회를 강력히 촉구했고, 국내 자본의 우회투자 의혹 · 사업계획서 졸속 승인 등의 문제를 제기하며 정부 · 제주도에 허가 책임을 물었다.

이날 '제주지역 보건의료의 상황과 제주공공의료 확충의 필요성' 주제로 발제에 나선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제주 영리병원 도입 과정의 문제를 제기하며 외국인 전용 조건부 허가에 따른 녹지국제병원의 행정소송이 이미 예견된 결과라고 했다. 

우 위원장은 병원 설립을 위한 공론조사 시작 전 녹지국제병원이 이미 제주 헬스케어타운 사업시행자인 JDC(Jeju Free International City Development Cente,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에 병원을 인수해 달라고 요청한 사실을 언급하고, "녹지국제병원은 병원을 운영할 의사가 없음을 이미 밝혔다. 국토부는 이 같은 사실을 묵인했거나 JDC가 보고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주 영리병원 사태에 중앙정부가 직접 개입해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우 위원장은 △영리병원을 허가한 원 도지사의 책임 △박근혜 정부 당시 보건복지부의 사업계획서 승인 △문재인 정부의 외국인 전용 유권해석 △국토부의 무리한 사업 시행 등의 문제를 거론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영리병원을 불허하고 비영리병원으로 전환하라는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이하 공론조사위) 결론을 따라야 한다고 했다.

나영명 보건의료노조 기획실장은 '제주영리병원 허용의 문제점과 공공적 전환의 방향' 발제에서 "녹지국제병원은 자진해서 병원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각종 운영비 · 부대비용을 포함한 배상까지 요구할 것이다. 제주도는 녹지병원이 개원하지 않으면 청문절차로 가겠다고 하지만, 결국 손해배상청구에 휘말리는 것은 물론이며 소송에서 패하면 그야말로 영리병원이 확정되는 것이다."라면서, "제주도는 어떻게든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며, 의료체계의 공공성이 훼손되는 위기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나 실장은 보건복지부가 책임의료기관을 지정하여 의료취약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한 만큼, 녹지국제병원을 의료취약지인 서귀포 지역을 책임지는 공공의료기관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노인질환센터 △보훈병원 · 요양원 등 주민에게 꼭 필요한 공공의료기관으로 전환할 이유가 충분하며, 현 시설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했다. 또한, 사업포기 의사를 밝힌 녹지국제병원을 공공병원으로 전환하면 손해배상 문제뿐만 아니라 외교 문제 발생도 미리 방지할 수 있다고 했다. 이를 위해 정부 · 제주도가 긴급 정책협의에 나설 것을 제안했다. 

나 실장은 "정부 · 제주도가 함께 책임지는 형태여야 한다. 문재인 정부 · 제주도가 정치적인 이해득실을 따지며 책임을 미루고 싸우는 대신, 국민을 위한 공공의료 확충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해야 비로소 영리병원 사태에 대한 실마리가 풀릴 수 있다. 이를 위해 정부 · 제주도는 병원 개설 시한 만료 전인 3월 4일 전에 긴급회동을 열어 국민이 바라는 해법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에는 △참여연대 이찬진 변호사 △더불어민주당 조원준 보건복지전문위원 △영리병원 철회 제주도민운동본부 홍영철 상임대표 △노동자연대 장호종 활동가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오성일 서기관 등이 참석했다.

참여연대 이찬진 변호사는 "법은 외국 의료기관이 내국인 상대로 진료할 수 있도록 열어놓고 있다. 현재 제주특별법은 외국인 · 내국인 진료를 같이 상정하고 있어 법률을 무조건 개정해야 한다. 영리병원을 전면으로 금지하는 법 개정은 잘 안 될 수도 있으니, 현재 발의된 외국인 전용으로만 개설할 수 있는 법안부터 통과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즉, 제주도의 퇴로를 우선 고민하고 다음 절차로 공공병원 전환 논의가 가능하도록 해법을 찾자는 조언이다.

더불어민주당 조원준 보건복지전문위원은 "현 정부는 영리병원 허용 계획이 없다. 내국인 진료를 제한하는 법 조항을 개정하면 된다. 다만, 녹지국제병원에 대해서는 소급될 수 없다."며, 트라우마치유센터 등 노조가 제안한 방안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고, 공공적 전환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검토할 의향이 있다. 다만, 법률 문제 등이 결정되지 않는 현재 시점에서 결론을 말할 수 없다."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조 위원은 정부 · 제주도 간 정책협의 제안에 대해 "적극 동의한다. 하지만 향후 복잡하게 전개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대응책을 모두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영리병원 철회 제주도민운동본부 홍영철 상임대표는 제주 영리병원을 국토부 소속 JDC의 총체적인 실책으로 규정하고, '제주도는 영리병원의 성지가 될 수 없다'는 결연한 의지를 표명했다. 그는 "3월 4일 이전에 정부 · 제주도 간 공통 인식이 형성돼야 한다."며, 공공병원 전환과 같은 방침을 우선 마련해야 3월 4일로 예정된 개원 시한 만료 뒤에 찾아올 분란을 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동자연대 장호종 활동가는 문재인 정부의 책임을 강하게 거론했다. 영리병원 문제만이 아니라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규제 완화 정책을 다시 추진하는 문재인 정부의 역주행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장 활동가는 "JDC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현 정부와 논의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정부 책임을 강하게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범국본이 재가동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문재인 정부의 역주행 때문이었다. 3월 4일 개원시한 만료 전 강력한 행동이 필요하다. 범국본에서 영리병원 계획을 완전히 좌절시키고 그다음으로 공공병원을 논의하는 게 현실적이다."라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오성일 서기관은 행정의 일관성 · 신뢰 문제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오 서기관은 "시민단체 · 전문가 우려를 깊이 이해하고 있고, 영리병원 확대 시 발생할 의료비 상승 문제 · 건강보험 체계 문제 · 계층 간 불균형 문제 등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복지부 입장에서는 기존 행정에 대한 신뢰 문제도 있다. 정부는 정책의 일관성 · 신뢰성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법적으로도 복지부는 사전 승인권자이며, 개설 허가권자는 제주도에 있다."고 했다. 

사업계획서 승인 문제에 대해서도 "사업자로서 적격했다고 판단했고, 국내 보건의료체계 영향이나 응급체계에서 위법하다 볼 수 없었다. 제주특별법은 제주도 자치의 영역이기 때문에 정부가 법적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오 서기관은 "김광수 의원이 최근에 발의한 법안은 조건부 허가의 적법성을 고려해서 내국인 진료 제한을 명확히 하겠다는 것"이라면서, '제주도와 협의할 의향이 없느냐'는 질문에 대해 "내가 답변할 사안은 아니다. 복지부에 의견을 전달하겠다. 제안 내용이 충분히 고려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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