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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서울의료원 故 서지윤 간호사, '태움' 진상 밝혀질까?

유가족 "어머니는 식사 제대로 못 해, 큰 누나는 정신과 치료 중"

직장 내 괴롭힘으로 사망한 서울의료원 故 서지윤 간호사(29) 사건의 진상을 밝혀낼 진상대책위원회가 금일 출범했다.  

서울의료원 직장 내 괴롭힘에 의한 故 서지윤 간호사 사망사건 시민대책위원회(이하 시민대책위)는 12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유가족 추천 전문가 및 노동시민사회 전문가 10명으로 구성된 진상대책위원회(이하 진상대책위) 발족을 환영하고,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양한웅 시민대책위 공동대표, 故 서지윤 간호사 유가족, 현정희 의료연대 본부장,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 최원영 간호사, 김경희 의료연대 서울지부 새서울의료원 분회장 등이 참석했다. 

양한웅 시민대책위 공동대표는 금일 진상대책위 발족을 기점으로 故 서지윤 간호사 죽음에 대한 진상이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고 했다.

양 대표는 "故 서 간호사가 사망한 지 두 달가량 지났다. 시민대책위가 요구한 진상대책위는 금일 박원순 서울시장으로부터 위촉장을 받았다. 정말 만시지탄이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서울아산병원 故 박선욱 간호사도 얼마 전에 산재 판정을 받았다. 간호사를 죽음으로 몰고 가는 태움 적폐는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고 말했다.  

양 대표는 "부족한 인원으로 환자 생명을 다루는 간호사의 노동 환경이 이제는 개선돼야 한다. 금일 진상대책위 발족을 기점으로 故 서 간호사 죽음에 대한 진상을 밝혀내는 데 박원순 서울시장도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시민대책위와 유가족은 진상이 드러날 때까지 모든 힘을 다할 것이다."라고 했다. 

故 서지윤 간호사 유가족도 책임자 처벌 및 제대로 된 진상조사 실시를 요구했다. 

故 서 간호사의 동생은 "유가족은 매일 같이 힘든 날을 지낸다. 어머니는 식사도 제대로 못 하며, 큰 누나는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며, "2주 전 어머니가 내게 전화했다. 누나가 꿈에 나왔다는 것이다. 꿈에서 어머니는 왜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냐고 누나에게 울며 매달렸다."고 했다.

이어 "사망 일주일 전 누나는 '정말 죽고 싶다'는 내용의 카톡을 동료와 주고받았다. 이제 유가족은 바람이 없다. 진상대책위를 통해 책임자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유가족은 기다리고 있겠다. 우리는 누나의 사망에 대한 진상조사가 확실하게 해결될 때까지 싸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현정희 의료연대 본부장은 진상조사에서 외압이나 강압이 단 한 번도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 본부장은 "진상대책위가 정말 제대로 된 조사를 진행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된다. 그간 수많은 간호사가 죽어도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진 적이 없었다. 이번 조사에서 중요한 것은 간호사가 왜 죽을 수밖에 없었는지를 정확히 밝혀내는 것이다."라면서, "금일 출발하는 진상조사는 병원에서 일하는 수많은 간호사에게 희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 본부장은 "오늘 출발하는 진상대책위 조사를 두 눈 똑똑히 지켜볼 것이다. 서울시는 진상조사에 필요한 모든 배려를 다 해야 한다. 그래야만 故 서 간호사가 저세상에서라도 편안하게 눈을 감을 수 있다."며, "철저한 진상조사와 향후 과제까지 도출해주기를 진상대책위에 다시 한번 요청한다."고 했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 최원영 간호사는 3년 전 서울의료원 행정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때 제대로 된 조사를 했다면 故 서 간호사는 살아있었을 거라고 했다.

최 간호사는 "사람들은 힘들면 '사직하면 되는데 왜 죽느냐'고 쉽게 말한다. 그들은 과로로 자살하는 사람의 심리 상태를 이해하지 못한다."며, "일 년 전 故 박선욱 간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때 제대로 조사했다면, 3년 전 서울의료원 행정직원이 자살했을 때 제대로 조사했다면 지금쯤 故 서지윤 간호사는 살아있었을 것이다."라고 흐느꼈다.  

최 간호사는 "병원은 바뀌지 않는다. 나는 너무 두렵다. 故 박선욱 · 서지윤 간호사와 내가 아는 누군가가 똑같은 선택을 할까 싶어 너무 두렵다. 내가 일한 중환자실에는 2월에는 3명, 3월에는 6명의 간호사가 사직했다. 그 빈자리가 제대로 채워졌는지도 의문이다."라면서, "나는 많은 의료사고를 안다. 하지만 내 동료를 생각하여 그 모든 것을 말할 수 없다. 그 죄책감을 나는 평생 안고 갈 거다. 환자에게도 미안하고 그런 환경에서 교육받는 후배간호사에게도 미안하다."고 말했다.



자유발언 후 김경희 의료연대 서울지부 새서울의료원 분회장이 기자회견문 전문을 낭독했다. 다음은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진상대책위원회 구성! 이제부터 시작이다
서울시에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한다

서울시 산하 서울의료원에서 근무한 故 서지윤 간호사는 지난 1월 5일 자신의 장례식장에 '병원 사람들은 조문을 오지 말라'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에 직장 내 괴롭힘에 의한 사망이라는 의혹이 일었고, 같은 달 22일 노동 시만사회 단체들은 유가족과 노동 시민사회단체 전문가를 포함한 철저한 진상조사 실시, 책임자 처벌, 박원순 시장 사과와 김민기 서울의료원장 사퇴,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서울의료원 직장 내 괴롭힘에 의한 故 서지윤 간호사 사망 사건 시민대책위원회'를 꾸렸다.

하지만 서울시는 자체감사를 하겠다고 얘기하며, 유가족과 시민대책위가 요구하는 제대로 된 진상조사를 차일피일 미뤄왔다. 시민대책위는 매일매일 서울시청 앞 피케싱, 서울부시장 면담 등 우리 요구를 알리면서 2달여 만에 우리 요구인 유가족 추천전문가와 노동시민사회 전문가로 구성된 진상대책위원회가 오늘 출범했다. 

직장 내 괴롭힘은 눈에 드러나지 않는 문제여서 무엇보다 명확하고 객관적인 진상대책위가 꾸려져 명확한 원인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 조금 전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이 참석한 가운데 10명의 진상조사위원회에게 위촉장을 전달했다. 더 늦기 전에 故 서지윤 간호사가 사망한 원인을 밝히게 된 것은 정말 다행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늘 생명과 안전을 말하며 서울시가 인권도시로 나가는데 훌륭한 길잡이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서울시는 말만이 아닌 책임 있는 행동으로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을 당부한다. 故 서지윤 간호사의 진상대책위가 그동안 사라진 기록과 기억을 끝까지 추적하고, 사건의 진슬을 명명백백히 밝힐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재가 될 때까지 태워 괴롭힌다는 태움을 비롯하여 간호사들의 직장 내 괴롭힘은 매우 심각하다. 고인과 유족의 억울한 마음을 풀고 다시는 똑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철저한 진상규명과 가해자 및 처벌자 처벌이 이뤄져야 하며, 재발방지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앞으로 시민대책위는 진상대책위가 고인을 죽음으로 몰아간 정확한 원인을 밝히고, 외압 없는 철저한 조사가 이뤄지도록 끝까지 함께 연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