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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낙태죄 폐지 결정 앞둔 헌법재판소, '여성 건강' 위시해야

임신갈등법 마련 시급…트라우마 극복 위한 상담 절차 규정해야

오는 4월 낙태죄 위헌 여부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을 앞두고, 법조계는 국가가 낙태 범위를 사회적 합의로 도출하여 안전하고 건전한 방향으로 임부를 지원할 의무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25일 오후 1시 30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낙태죄 대안 마련, 무엇이 쟁점인가'에서 법무법인(유) 로고스 배인구 변호사가 '낙태죄 위헌소송의 쟁점과 전망' 주제로 발제했다. 



◆ 자기낙태죄 · 의사낙태죄 조항은 임부의 자기결정권 침해?

오는 4월 헌법재판소(이하 헌재) 결정을 앞둔 '2017헌바127 위헌소원'의 청구인은 산부인과 전문의로, 2013년 11월부터 2015년 7월 3일까지 69회의 낙태를 했다는 이유로 기소됐다. 

청구인은 1심 재판 중 형법 제269조(낙태) 제1항 및 제270조(의사 등의 낙태, 부동의 낙태) 제1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을 했다.

청구인은 자기낙태죄 조항에 대해 △태아는 생명권 주체가 될 수 없고 △여성의 자기운명결정권 · 건강권과 신체의 완전성 및 모성 보호 권리, 평등권을 침해하며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해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의사낙태죄 조항에 대해서도 "일반인에 의한 낙태는 의사에 의한 낙태보다 더 위험하고 불법성이 크지만, 해당 조항은 의사에 의한 낙태를 가중처벌해 평등 원칙을 위반하며, 직업의 자유도 침해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법원은 "헌재는 이미 형법 제270조 제1항 및 그 판단의 전제가 되는 형법 제269조 제1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는 이유를 들어 청구인의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을 기각했다. 이후 청구인은 2017년 2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배 변호사는 이 사건의 쟁점을 "자기낙태죄 및 의사낙태죄 조항이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라고 강조했다.

이어 "법원에 등장한 낙태 사건 대부분은 경찰 · 검찰 조사가 아닌 전 남편과 전 남친에 의해 인지된 사건이었다. 이 외에는 대부분 처벌되지 않고 숨어 있다. 일부에서는 '처벌되지 않는 낙태를 왜 국가는 처벌하려 하며, 법률은 왜 있는 것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암수범죄라는 이유만으로 낙태죄가 폐지돼야 한다면 이외 더 많은 죄가 폐지돼야 한다. 이 논리를 낙태죄와 결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제269조 제1항에서는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2백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배 변호사는 "법률가들조차도 낙태죄가 문제있다고 말한다. 현재 낙태를 전면 허용하는 국가는 캐나다밖에 없다. 그런데도 캐나다 낙태 건수는 우리나라의 10분의 1 수준이다."라면서, "낙태는 행위 주체를 누구로 인정하느냐가 아닌 사회경제적 환경으로 결정된다."고 말했다. 

모자보건법 제14조(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 한계)에서는 낙태 시 '배우자' 동의를 받게끔 규정하고 있다. 

배 변호사는 "동 조항으로 나쁜 배우자가 등장했다. 검찰이나 법정까지 오는 낙태죄 대부분은 전남편 혹은 남자친구 협박에 의한 것이다. '내가 동의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낙태할 수 있냐'를 가지고 전 아내, 여자친구, 의사를 협박한다."며, "헌법에서는 부녀가 낙태 책임을 지는데 모자보건법에서는 배우자 동의를 받으라고 한다. 즉, 모자보건법과 형법은 체계가 맞지 않는다. 이를 바로 잡으려면 남편 혹은 태아 아버지로 추정되는 사람에게 최소 형사상 책임을 묻거나, 배우자 동의를 받는 조항이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모자보건법 제28조(형법의 적용 배제)에서는 이 법에 따라 낙태한 자와 수술한 자는 형법 제269조 제1항 · 제2항 및 제270조 제1항에도 처벌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해당 규정은 위법성이 조각된다. 낙태죄 위법성이 조각되기 위해서는 모자보건법 제14조 제1항에서 정한 사유 및 배우자 동의가 존재해야 하고, 의사가 낙태 수술을 시행해야 하며, 임신한 날로부터 28주 이내여야 한다. 

◆ 독일 연방헌재 "정당화된 낙태는 있을 수 있다"

'2017헌바127 위헌소원'의 선례가 되는 2012년 헌재 결정을 보면, 4명은 자기낙태죄 및 조산사 낙태죄 조항이 위헌이라고 판단했으나 나머지 4명은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당시 헌재는 '태아는 생명권의 주체이며, 낙태를 처벌하지 않을 경우 지금보다 더 낙태가 만연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위헌 측은 "태아는 생명을 전적으로 모체에 의존하며, 국가가 생명을 보호하는 입법적 조치를 취함에 있어 생명의 발달 단계에 따라 보호 정도 · 수단을 다르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태아가 임신 12주까지 고통을 못 느낀다는 의학계 의견을 인용했다.

배 변호사는 "임신 12주까지를 규정하면 보호 범위에 11주 태아가 포함되지 않는 구체적 근거는 무엇이며, 11주가 수태한 날부터 77일까지를 뜻하는 것인지 등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낳기 전까지 얼마든지 낙태해도 된다면 왜 태어나자마자 살해하는 영아살해죄는 형법으로 처벌되는 것인지? 태어난 영아와 바로 그 직전의 태아를 우리는 왜 이렇게 구별하는지를 질문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유럽인권협약 제2조의 생명권 규정에도 유럽인권재판소는 태어나지 않은 아이의 생명권은 절대적이지 않다고 판시했다. 변호사는 "이는 전면 낙태를 의미하는 게 아니다."라면서, "태아를 국가가 보호하는 것이 가장 원칙이다."이라고 강조했다. 

1974년 6월 서독은 수태 후 13일 이상의 낙태를 처벌하면서도 12주 이내 임부 스스로의 결정으로 의사에 의해 낙태가 행해질 경우 상담을 거치면 처벌되지 않으며 12주 후에도 모체 건강을 위한 낙태는 허용하는 형법 개정안을 공포했으나, 그 다음해 독일 연방헌재는 '국가의 생명보호 의무는 모체의 태아에도 적용돼야 한다'며 동 규정을 위헌으로 판시했다. 

배 변호사는 "독일 연방헌재는 위헌이라고 판시했으나 결과적으로 12주 이내 여러 조건을 충족한 경우의 낙태는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으로 규정됐다."며, "동독은 낙태가 자유롭게 이뤄진 반면, 서독은 낙태가 녹록지 않았다. 통일 이후 헌법이 충돌하면서 동독과 서독에 공통으로 적용할 규정이 마련됐는데, 임부가 12주 이내 법률이 정하는 상담소에서 상담을 거쳤다는 증명서를 의사에게 제출하면 낙태가 위법하지 않다는 내용을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총리는 직권으로 이 조항이 위헌이라는 의견을 헌재에 보내면서 결정을 요구했다. 이에 독일 연방헌재는 이전 판결 근거와 동일한 여러 논거를 제시하면서 법 질서에 따라 정당화되는 낙태는 있을 수 있다고 판결했다.

나아가 독일 연방헌재는 상담에 대한 엄격하고 명확한 요건을 제시했다. 낙태 희망 시 적어도 3일 전 상담을 하고, 상담기관은 분만 설득 의무를 비롯해 상담기록 및 연례적인 보고서 제출 의무, 설립허가제도를 적용했다. 또한, 낙태시술 의료기관과 상담기관을 분리했다. 

◆ "국가는 안전하고 건전한 낙태로 유도할 의무 있어"

배 변호사는 "모든 사람이 모든 낙태를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 범위가 문제다. 모든 국민이 12주에 합의해도 어떤 생각으로 12주를 결정한 것인지가 중요하다."라면서, "미국은 낙태가 이미 합법화됐으나 시술 건수는 그렇게 많지 않다.  의사가 낙태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헌재 결정에 따라 굉장히 많이 달라질 것이다. 많은 이가 낙태에서 어느 정도 허용 한계가 인정된다는 것을 인지할 것이다. 이 때 어떤 생각과 가치관을 가지고 이를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 확장된 논의를 먼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낙태를 무조건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고 헀다.

배 변호사는 "낙태 허용 시 국가는 여성 건강을 위해 안전하고 건전한 낙태로 유도할 의무가 있다. 구체적으로는 임부와 그 배우자의 정신적 트라우마 극복을 위해 상담 절차를 의무 조항으로 규정하고, 상담이 형식적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감시 · 감독하는 기구가 필요하다. 특히 지정된 병원에서만 허용된 낙태시술을 할 수 있게 해 낙태 건수를 파악하고, 관련 환경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궁극적으로 낙태를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 변호사는 "임신이 갈등되는 경우 어떻게 개입하고 어떤 조건으로 그 갈등을 해결할 수 있을지를 다루는 법률, 일명 임신갈등법을 이제는 만들어야 한다."며, "독일 연방헌재 판시처럼 상담기관과 임신중단 결정기관을 분리하고, 낙태 시술을 한 병원이 모든 자료를 국가에 연례적으로 내도록 해야 한다. 더 나아가서 익명 출산을 위한 지원과 임부에 대해 경제적 · 정신적으로 지원하는 법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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