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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연명의료 중단 통한 존엄한 죽음…법이 되려 결정 방해

소견서 구비, 호스피스 입원 조건 등으로 호연 결정 지연

환자의 존엄한 죽음을 위해 도입된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오히려 호스피스 · 연명의료 결정(이하 호연 결정)을 방해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10일 발간한 보건사회연구에 실린 '호스피스 팀의 호스피스 및 연명의료결정참여 경험에 대한 사례 연구'에 따르면, 환자 · 가족 대부분이 호스피스 · 연명의료 결정 과정에서 혼란을 경험했으며, 법 · 제도상 문제로 호연 결정을 지연하거나 철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는 의사 · 간호사 · 사회복지사 등 9명으로 구성된 호스피스 팀을 대상으로 2016년 9월부터 2017년 6월까지 개별 심층면접을 통해 수행됐다.

면접 결과, 환자들은 늦은 협진 의뢰 및 말기 소견서 구비의 어려움으로 임종 임박 상태에서 호스피스 입원이 결정되며, 입원 기간이 짧은 탓에 죽음을 준비할 기회를 충분히 갖지 못했다.

호스피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담당의사가 작성한 말기 소견서를 함께 제출해야 하는데, 집에서 입원을 상담할 경우 소견서를 구하기 위해 응급실 입원을 강행하기도 한다. 비암성 환자는 전문의와 담당의사 간 의견이 다를 경우 입원 서류 구비가 더욱 어려워진다. 

또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기회를 갖지 못한 채 호스피스에 입원하는 환자도 상당수 존재했다.

참여자A는 "임종 전 환자 · 가족 간 의견이 일치하지 않으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지 못한 상태에서 심폐소생술을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젊은 환자의 경우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할 기회가 있어도 치료 기대를 버리지 못해 연명의료 결정이 지연되고 만다.

아울러 항암 및 연명의료 전문지식이 부족한 환자 · 가족은 전문가 도움이 부재하여 의료결정 지연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자B는 혈액종양내과 전문의가 항암치료 효과의 미비함을 설명해도 가족은 이를 새로운 진단으로 이해해 거절하지 못한다고 진술했다. 

연명의료와 항암치료 외에도 환자 및 가족은 환자의 심리 · 정서적 어려움, 가족갈등 상담, 임종실 돌봄, 장례 관련 계획, 퇴원 · 전원, 경제적 지원 등 비의료적 결정까지 내려야 한다.

특히, 호스피스 · 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하 연명의료결정법) 시행으로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면서 위급한 중환자나 임종이 임박한 환자의 호스피스 입원 가능성은 극히 희박해졌다. 

호스피스 입원을 결정해도 병동에 자리가 없으면 타 호스피스 기관으로 전원하거나 대기 명단에 올리고 집으로 퇴원해야 한다. 그러나 집에 가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급성기 병동 환자로 남아야 해서 결국 호스피스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남서울대 사회복지학과 한수연 교수는 "보건복지부는 상급종합병원을 비롯한 암 병동을 운영하는 종합병원 이상 기관을 대상으로 자문형 호스피스 팀과의 협진체계를 의무화하고, 자문형 호스피스 팀 운영을 지원할 정책적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모든 환자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정보를 얻어 작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죽음 문화 운동 활성화와 더불어 19세 이상 일반인 대상 생애주기별 죽음 교육도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 교수는 "호연 결정 과정에서 호스피스 팀의 생애말기돌봄계획 및 돌봄행위를 평가 영역에 포함해 관리하고, 돌봄행위에 필요한 호연 결정 상담 및 교육기술 등 실천 방안을 연구 ·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든 환자가 동일한 호스피스 서비스 혜택을 받지 못하는 점에 대해서는 "보건복지부와 정책 입안자, 시민단체 등은 연명의료결정법의 문제점을 알려야 하며, 의사결정이 어려운 환자, 무연고 환자, 집에서 임종을 원하는 환자 등 다양한 환자 조건을 고려한 호스피스 서비스 확대 방안을 법 개정안에 포함해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