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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서울의료원 故 서지윤 간호사 위한 눈물의 추모식 거행

조사 녹취해 상급자에게 보고…악의적 소문 유포까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비극적인 선택을 한 서울의료원 故 서지윤 간호사를 애도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서울의료원 직장 내 괴롭힘에 의한 故 서지윤 간호사 사망 사건 시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15일 오후 4시 서울의료원 정문 앞에서 '故 서지윤 간호사 사망 100일 추모제'를 열어 서울시 · 서울의료원에 제대로 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날 추모식의 사회를 맡은 김경희 의료연대 서울지부 새서울의료원 분회장은 "故 서지윤 간호사는 간호행정 부서로 옮긴 지 20여일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런데 서울시 · 서울의료원은 이 사건을 감추기에 급급했고, 70여 일이 지나서야 겨우 진상조사위원회(이하 진조위)를 꾸렸다. 오늘은 서 간호사가 사망한 지 100일째 되는 날이지만, 여전히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첫 발언에 나선 양한웅 대책위 공동대표는 "서울시는 진조위를 만들기만 하고, 그냥 내버려 두는 것 같다. 우리는 세월호에서 많은 경험을 했다. 철저한 방해로 진실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서울의료원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양 대표는 진조위에 응하는 간호사들이 조사 내용을 녹취해 상급자에게 보고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양 대표는 "녹음한다면 누가 진실을 얘기할까? 조사 대상자인 간호사들도 똑같은 피해자다. 녹음은 상급자에게 '내가 이 말 했다'고 공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반인권적 행위이자 진조위에 대한 협박이며, 故 서지윤 간호사를 모욕하는 일이다. 서울의료원 김민기 원장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규탄했다.

이날 추모식에는 고인의 남동생인 서희철 씨도 참석했다. 

서희철 씨는 "사건 당일, 큰 누나가 대성통곡하며 작은 누나가 죽었다고 전화했다. 근무 중인 내가 서울에 급하게 도착했을 때 이미 누나는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아침에 누나 시신을 발견한 큰 누나의 정신적 충격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만큼 클 거다. 어머니는 지금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 하고 눈물만 흘린다."고 말했다.  

서희철 씨는 "우리 누나가 사망한 후 병원을 찾아갔으나 병원장을 만날 수 없었다. 심지어 병원장은 누나의 죽음을 은폐 · 왜곡하고 있다."며, "누나는 항상 밝고 장난기가 많았다. 그런데 병원은 누나가 우울증 때문에 죽었다며, 조직 문화가 아닌 개인 책임으로 치부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서희철 씨를 포함한 유가족은 서울시 · 서울의료원이 진상조사에 성실히 임해 책임자 처벌 및 2차 피해 발생 대책 마련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서희철 씨는 "가장인 어머니는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아무 일 없듯 정상 출근했다. 자식이 죽었는데 일해야 하는 어머니 마음은 말로 표현이 안 된다."라면서, "누나가 죽은지 100일이 지났으나 진상조사는 되지 않았고, 병원 측이 어떻게 입막음을 했는지 간호사 면담조차 안 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서울의료원에서 30년간 간호사로 재직한 우상정 간호사는 3년 전 서울의료원에서 부서 이동 후 자살한 총무과 직원을 언급했다. 

우 간호사는  3년 전 자살한 행정 부서 직원과 故 서지윤 간호사가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부서 이동 직후 자살했고,  병원은 사건을 철저히 은폐하려 했으며, 우울증이 원인이라는 악의적인 소문이 돌았다는 것이다.

우 간호사는 "30년간 서울의료원 간호사로 일하면서 많은 것을 봤다. 서울의료원은 진실을 얘기하며 건강한 문제를 제기한 직원에게 비정상적인 인사 발령을 내거나 악의적인 소문을 낸다. 부당한 지시, 보이지 않는 차별, 상사의 괴롭힘 등 집요하고 잔인하게 집단으로 괴롭힌다."고 말했다. 

△'고작 20일인데 힘들면 얼마나 힘들까?' △'유족은 조용히 있는데 대책위는 왜 시끄러운지?' △'故 서지윤 간호사 사건으로 환자가 줄어 임금이 안 나올 수 있다' △'서울시 병원 평가에서 저평가를 받아 기관 성과급이 안 나올 것' 등 故 서 간호사의 죽음에 대한 악의적인 소문도 재생산된다고 했다.

우 간호사는 "서울의료원 간호사 모두 너무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동료 간호사 죽음에 대한 서울의료원 태도에 절망하며 사직이 이어지고 있다."며, "김민기 병원장에게 묻고 싶다. 언제까지 간호사를 이윤 · 실적을 내는 부품으로 생각할 것인지? 서울의료원은 병원장의 개인병원이 아닌 시민 혈세로 운영되는 공공병원이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3월 12일 진조위 발족에 앞서 유럽 순방 중인 서울시장을 대신한 부시장은 유가족 및 대책위 대표와의 면담에서 '면밀히 검토 · 조사해 원인을 규명하여 고인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2월 7일 약속한 바 있다.

이날 조사 경과를 보고한 김진경 진조위 운영위원장은 "진조위가 꾸려진지 한 달이 지났지만 제대로 된 인터뷰나 설문조사조차 제대로 이뤄진 게 없다. 단 한 명의 간호사도 인터뷰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운영위원장은 "서울시와 서울의료원은 껍데기뿐인 진조위를 꾸렸다."며, "시민대책위에서는 제대로 된 진상조사로 책임자를 처벌하는 그 날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