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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국내 바이오의약산업, 측면전략 필요..생산분야 육성이 해답”

인천대 이찬근 교수 "국내 CMO 분야 국제적 경쟁력 갖춰..공급재 국산화로 지원해야"

글로벌 시장에서 바이오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국내 제약계의 바이오신약 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다만 과학을 기반으로 하는 글로벌 신약 개발은 긴 호흡을 요구하고 있다반면 국내 바이오의약품 생산분야는 이미 세계적인 수준을 갖추고 있고 가시적 성과도 거두고 있다. 이에 따라 생산분야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는 허를 찌르는 측면전략이 될 것이라는 견해다.


국내 생산기반 클러스터를 '바이오의약품 글로벌 생산기지'로 키우기 위해서는 공급재의 국산화가 필수적이었다. 중국의 원가경쟁력에 대응하기 위한 필수과제라는 분석이다.  


국립인천대 무역학부 이찬근 교수는 최근 국회 토론회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이 교수의 발표를 일문일답으로 재구성했다.


Q. 바이오의약산업의 지형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나.


A. 과학과 실험실 기반에서 생산기반' 메인스트림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 의약품의 시장수요 증대와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 규제기관의 까다로운 인증절차에 따른 것이다. 특히 바이오의약품산업은 기존 화학합성의약품과 달리 생산기술의 특수성을 가지고 있어 스케일업이 쉽지 않다. 또 현장에서 생산 과정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되면서, 관련 인력 확보도 어려워지고 있다. 하버드대 Gary Pisano 교수는 오늘날 바이오의약품산업에서 약의 특성에 맞는 공정개발은 신약발굴 이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Q. 글로벌 제약사들은 주요 바이오의약품을 어떻게 생산하고 있나.


A. 주로 아웃소싱하고 있다. 소량 생산이 가능한 일회용 플라스틱 배양기가 등장하며, 대규모 배양기를 직접 보유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신약은 자체 생산하고, 기존 블록버스터 제품은 위탁생산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의 위탁생산 비율은 현재 15%에서 향후 50% 수준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위탁생산(CMO) 분야의 사업성이 커지고 있다.


Q. CMO는 개발도상국 사업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다.


A. 앞서 저마진 개발도상국비즈니스의 통념을 가지고 있었지만, 바이오의약품 분야의 CMO는 다르다.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GMP)과 지식재산(IP) 요건을 만족해야 하고, 우수한 생산인력이 필요한 선진국 비즈니스다.


Q. 어느 나라에게 기회가 될 전망인가.


A. 한국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에서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수율경쟁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CMO 분야에서는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보유한 수율관리, 청정관리, 공정개발 능력이 다른나라에 견줘 차별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상시적 지진으로 생산능력 확장에 한계가 있다. 싱가폴은 작은 섬나라로 생산인력 공급에 제한이 있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내수시장 위주다. 선진국 규제장벽이 존재하고 IP보호 불신 등을 이유로 다국적 제약사들이 위탁을 기피하는 실정이다.


Q. 한국의 CMO 능력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A. 인천의 송도가 생산기반 바이오의약품 클러스터로 급 부상하고 있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이 세계최대 바이오의약품 생산을 이끌고 있다. 송도 바이오클러스터의 생산능력은 연 56만ℓ 수준으로 샌프란시스코(44만ℓ), 싱가포르(27만ℓ)를 상회한다. 지난해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올린 매출은 15158억원에 이른다. 이 밖에도 송도에는 GE/Merk(배양기), Saint Gobain(플라스틱), Ajinomoto(배지) 등 세계적 공급업체도 진출하고 있다. 입주 기업은 총 70여개로 집계됐다. [편집자주: 셀트리온 1공장은 연 5만ℓ, 2공장은 연 9만ℓ 생산능력을 갖췄다. 20만ℓ 규모의 3공장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1공장 3만ℓ, 2공장 15만ℓ, 3공장 18만ℓ 등 연 36만ℓ 생산능력을 가지고 있다. 현재 4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Q. 송도 바이오클러스터가 국내 제약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예상한다면.


A. 신약 개발벤처와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임상과 공정개발의 동시적 진행으로 신약개발 기간의 단축도 이끌 수 있다. CMO가 위탁개발(CDO) 혹은 신약개발로 진출하는 유기적 확장도 기대된다.  


Q. 송도가 바이오의약품 글로벌 생산기지로 발전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는.


A. 송도는 이미 대규모 생산체계를 갖췄기 때문에 공급재에 대한 수요가 안정적이다. 다만 공급재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생산차질, 불합리한 가격 등이 향후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중국의 2000여개 바이오의약품 회사는 현재 내수시장에 주력하고 있지만, 향후 해외시장 개척도 노리고 있다. 중국회사와의 가격경쟁에 대비하려면, 공급재를 저비용∙고품질로 국산화해야 한다.


Q. 업계에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A. 관련 업계 종사자는 국내 바이오의약품 업체들은 글로벌 생산체제 구축을 염두에 두고 있다바이오의약품 공급재의 국산화는 이들의 해외진출을 위해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국내 생산의 중심은 2세대 항체의약품, 바이오시밀러 및 위탁생산이다. 따라서 공급재 국산화 정책도 이 분야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Q. 공급재 국산화를 위한 정책적 제안을 한다면.


A. 고객사의 외국산 선호와 규제당국의 생산인증 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임상단계부터 국산 공급재 투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초기 공정개발에 대한 R&D지원이 요구된다. 공급재에 대한 규제 가이드라인을 선제시해 미래 불확실성을 낮추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는 업체의 제품개발 욕구 역시 자극할 수 있다이 밖에도 국제인증 컨설팅 비용 지원, 국내 인증기관 창설, 그리고 중소기업인 교육 지원 등도 고려해야 한다.


Q. 국내에서는 바이오의약품 분야를 신약개발 관점에서 주로 접근하고 있는데.


A. 국내에서는 과학기반 발전전략이 지속 시행됐다. 신약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정공법이라고 하겠다. 정부가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제약사가 신약개발에 성공하는 시나리오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토종 다국적제약사의 출현도 기대했다.


하지만 이런 전략의 한계는 뚜렷하다. 지난 20여년간 30개 국산신약이 탄생했지만 해외 시판된 제품은 4개에 불과했다. 아직은 전주기를 감당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한 실정이다. 정공법은 조금 더 긴 호흡으로 밀고 나갈 필요가 있다.


동시에 생산기반 발전전략을 주목해야 한다. 이는 허를 찌르는 '측면전략이다. 민간주도로 경쟁적 우위를 구축한 바이오시밀러 및 위탁생산분야의 강점을 살리고, 이를 토대로 글로벌 생산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전방위적 가치사슬 생태계 견인효과도 함께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