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K 양성 비소세포폐암(NSCLC)
치료에서 순차투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1차 치료제로 우선 고려해야
할 대상은 1세대 약물이었다. 효능은 2세대에 견줘 떨어지지만, 순차치료에서 먼저 투여될 경우 우수한 경과를
이끌어냈다. 특히 건강보험은 이런 방식의 순차 투여를 보장하고 있다.
일본 국립 규슈암센터 타카시 세토 교수는 20일 서울 드래곤시티에서 열린 제45차 대한암학회 학술대회 런천심포지움에서 이 같이 밝혔다.
세토 교수는 “ALK 양성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1차치료에는 여러 표적항암제가 사용되고 있다”며 “크리조티닙(제품명:잴코리, 제약사:화이자), 알렉티닙(알레센자, 로슈), 세리티닙(자이카디아, 노바티스) 등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1세대인 크리조티닙은 2011년
미국에서 ALK 양성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에 허가됐다. 이후 2014년 PROFILE-1014(3상∙개방형)에서는 1차 치료제로 사용돼 항암화학요법보다 우수한 경과를 이끌어냈다.
구체적으로 무진행생존기간(PFS) 중간값은 크리조티닙군 10.9개월, 항암화학요법군 7개월이었다. 객관적 반응률(ORR)은 크리조티닙군 74%, 대조군 45%였고, 1년
생존율 역시 크리조티닙(84%)이 대조군(79%)보다 높았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미국∙유럽에서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승격됐다.
다만 이후 등장한 2세대 약제(알렉티닙∙세리티닙
등)는 혈액-뇌장벽(BBB)을
투과하는 등 1세대보다 우수한 약효를 보이고 있다.
세토 교수는 “직접 참여했던 J
Alex 연구에서 알렉티닙은 크리조티닙과 약효가 비교∙분석됐다”며 “이
연구는 일본에 거주하는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앞서 치료 받은 경험이 없었다”고 안내했다.
이어 그는 “그 결과, PFS 중간값은
크리조티닙군(104명) 10.2개월, 알렉티닙군(103명)은
아직 중간값에 도달하지 않았다. 3∙4 등급
이상사례 발생률과 부작용으로 투여를 중단한 비율은 크리조티닙군에서 더 많았다”며 “그러나 가장 중요한 지표인 전체생존기간(OS)은 두 그룹에서 모두
중간값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알렉티닙은 또 다른 후향적 연구에서도 우수한 효과를 보였다. 이 연구는
일본 미에대학 Esteban Gabazza 교수가 이끌었다.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61명을 대상으로 알렉티닙과 크리조티닙의 효능이 비교∙분석됐다.
결과에 따르면, 반응률은 알렉티닙군(28명) 80.8%, 크리조티닙군(31명)
66.7%였다. 치료 실패까지의 시간(TTF)과 PFS 모두 알렉티닙군에서 더 연장된 것으로 조사됐다. OS 중간값
역시 알렉티닙군이 크리조티닙군보다 길었다.
하지만 이 연구에서 가장 우수한 경과는 1차로 크리조티닙을 투여 받고, 2차로 알렉티닙을 투여 받은 그룹에서 나타났다. OS와 TTF에서 알렉티닙 단독투여군보다 뛰어난 결과를 남겼다.
세토 교수는 “크리조티닙은 차세대 ALK 표적치료제에 비해 G1202R을 비롯한 이차적 ALK 내성 변이의 발현율이 낮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순차치료(sequential
treatment)가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치료 전략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특히 한국은 크리조티닙을 1차로
투여해야만 2차에서 다른 ALK TKI 제제에 대한 급여가
가능하다”며 “이를 고려하면 크리조티닙으로 치료를 시작한
뒤 다른 제제를 순차투여하는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현재 급여 적용중인 1차 치료제는 크리조티닙, 알렉티닙, 세리티닙이다. 크리조티닙 1차 투여자는 2차에서 알렉티닙, 세리티닙, 브리가티닙(제품명: 알룬브릭, 제약사:다케다) 등의 선택권이 있다. 반면 알렉티닙과 세리티닙 1차 투여자는 2차에서 항암화학요법의 선택권만 존재한다.
이날 행사에서 좌장을 맡은 가톨릭의대 강진형 교수는 치료제 선택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강 교수는 “결국 ‘어떤
약을 먼저 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라며 “1차 치료제를 선택할 때는 실패 시 다음 대안이 있는지도 잘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알렉티닙의 경우 내성 관련 이슈가 있다. G1202R 발현률이 높은 편”이라며 “후속 치료제가 이를 잡아줄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마땅치 않다. 또 다른 2∙3세대인 브리가티닙, 로라티닙(로브레나, 화이자) 없이는 충분한 조절이 힘들다”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처음부터 강력한 약을 사용하면 효과는 좋지만, 향후 내성으로 후속치료가 굉장히 복잡해 질 수 있다”며 “1차에서 크리조티닙으로 적당히 억제하고, 차세대 표적치료제를 순차
사용하는 방법이 합리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