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동위원소로 신약개발 ‘시간·비용↓’

8일 국가RI신약센터 개소…6년간 938억원 투입 결실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해 임상 전 신약개발 중단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첨단 임상기법이 앞으로 국내에서도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원자력의학원은 6년간 약 938억원을 투입해 구축한 국가RI신약센터 개소식을 8일 개최했다. 개소식에는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을 비롯해 출연연·학회·협회, 관련업계 대표 등 약 200여명이 참석했다.

국가RI신약센터는 1만 7112㎡의 연면적에 지상 7층, 지하 2층 규모로 초감도가속질량분석기 등 연구장비와 방사성동위원소 기반의 비임상평가시설, 임상시험시설, 방사성의약품 생산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특히 초감도가속질량분석기는 사람에게 해가 없는 초극미량의 방사성동위원소(C-14)가 포함된 신약후보물질을 사람 대상 임상시험에서 혈액이나 소변, 대변의 방사성동위원소를 통해 측정하는 기기로서 신약후보물질의 인체 내 흡수, 분포, 대사, 배설 등을 알아내는 첨단 임상시험 기법에 활용되고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센터의 초감도가속질량분석기의 가격은 약 27억원으로 국내에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서울대 등 5대 내외 정도가 있으며, 순수 신약개발 목적으로 사용되는 곳은 국가RI신약센터가 유일하다. 실제 유수의 국내 제약기업들의 수요가 있다는 것이 관계자의 전언이다.

현재 국가RI신약센터에는 최근 의학원과 관련 공동연구를 수행하거나 센터의 첨단 인프라를 활용하는 신약개발 전문기업들이 입주하고 있으며, 올 하반기부터는 본격 가동될 예정이다.

이번 개소로 의학원은 의약품의 합성‧영상평가‧독성평가 및 전임상 시험, 임상 연구까지 연계한 원스톱 지원 체계를 신약개발 기관에 제공해 신약개발 기간 단축 및 비용 절감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의학원 김미숙 원장 역시 기념사에서 센터 개소 의미에 대해 신약개발 지원과 방사성 의약품 검사·생산에 방점을 두고 말했다.

김미숙 원장은 “글로벌 신약 개발은 국가 미래 산업이며 인간의 삶에 있어 그 중요성을 말할 필요가 없다”며 “국가RI신약센터의 개소를 통해서 지금까지 국내에서 매우 제한적으로만 가능했던 C-14 표지물질을 이용한 약동학 평가를 제공함으로써 신약 개발 과정을 단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존에는 제약회사가 해외로 가서 약동학 평가를 받아야 했다면 이제는 가능한 한 이곳 센터에서 보안을 유지하면서 손쉽고 값싸게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따라서 관련 전문가를 육성해 효율적 시스템을 구축하고 제약회사, 출연연, 대학 등과 제휴해 국내 신약 개발 역량 강화와 효율성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방사성의약품 생산 및 판매, 독성평가를 지원해 국내 시장 수요에 대응하고, 희귀·난치병 치료용 의약품 공급을 지원하는 협업의 장으로도 활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김 원장은 “의학원이 가지고 있는 방사성의약품 R&D성과들과 국가RI신약센터의 인프라를 바탕으로 그동안 수입에 의존하던 치료용 방사성의약품을 개발하고 상품화해 난치성 암환자들이 시기를 놓치지 않고 치료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며 “제약업계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사각 지대에 있는 질환들이 많다. 센터를 본격 가동하면서 치료용 방사성의약품의 안전성 평가와 법적 규제를 하나씩 풀어나가고 빨리 환자에게 적용함으로써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