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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수술실 CCTV 의무화 “득보다 실이 커”

의료정책연구소, 환자·의료인 기본권 침해 등 지적

국회에 계류 중인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개정안들은 입법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도 적절하지 않고, 침해되는 사익이 얻는 법익보다 크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의 ‘수술실 영상정보처리기기 설치 의무화 득보다 실이 큰 법안-의료윤리강화, 자율규제 방향으로 흘러가야(임지연)’ 이슈브리핑 4호를 발간했다.


21대 국회 개원과 함께 불법행위(대리수술) 사전 예방, 의료인과 환자 사이의 정보비대칭을 이유로 한 사후 책임 소재 명확화(의료분쟁의 신속·공정한 해결), 환자와 보호자의 알 권리 확보를 위해 수술실 영상정보처리기기 설치를 의무화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연이어 발의(7월 24일 김남국 의원, 7월 31일 안규백 의원)되고 있다.


이번 보고서는 수술실 CCTV 설치·운영으로 초래할 기본권 침해 문제점과 촬영된 영상의 증거자료 활용에 대한 위험성을 검토하고, 발의된 관련 법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보고서는 발의된 개정안들의 문제점으로 네트워크카메라는 인터넷망을 기반으로 실시간 송·수신 할 수 있어 해킹 및 유출의 위험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영상정보처리기기를 보안성이 높은 CCTV로 제한하지 않은 점과 정보주체자인 의료인의 동의를 영상정보처리기기 운영 요건으로 제한하지 않아 의료인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영상정보처리기기 설치비용 부담 근거 조항이 마련되지 않은 점, 민감한 신체 부위 수술 시 촬영 범위 및 영상물의 임의조작 금지, 영상정보의 보존 기간 및 영상물 폐기 등 민감성이 높은 개인정보 유출을 방지하려는 조치와 환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보호하기 위한 입법 장치가 함께 마련되지 않은 점 등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개정안들의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CCTV 설치 의무화 보다는 ▲수술실 출입자에 대한 규제 강화 ▲의사단체의 자정 노력을 통한 해결 ▲전문가평가제 활성화 및 자율규제기구 설립 추진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임지연 연구원은 “수술실은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공간이지 환자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환자의 생명을 해치기 위한 공간이 아니다. 그 어떤 의사도 환자에게 위해를 가할 의도가 없다”며 “그렇기에 환자의 생명권을 보호하기 위해 의료인의 인격권, 사생활,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직업 수행의 자유 등을 침해하는 수술실 영상정보처리기기 설치 논의는 시작될 수 없는 주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리수술 또는 유령수술 등의 방지를 위한 감시기능은 이미 각 병원이 자체적으로 갖추고 있는 모니터링 기능으로 문제 발생 시 얼마든지 확인이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의료인의 자유 및 프라이버시를 제한하는 침익적 수단인 수술실의 영상정보처리기기 설치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수단의 선택에 있어 적합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는 “의협은 수술실 출입자 명부 작성, 출입 시 지문인식 의무화, 수술실 입구 CCTV 설치를 비롯해 윤리교육 강화, 전문가 자율규제 방안을 제안했다”며 “그런데도 공익을 위해 수술실에 영상정보처리기기 설치를 의무화하려면 반드시 의료인의 자유의사와 자유의지에 의한 동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술실 영상정보처리기기 설치 찬/반에 대한 근본적 논의를 떠나 발의된 법안들은 촬영 대상, 촬영범위, 촬영된 영상물의 임의조작 금지, 영상물 보관 기간, 영상물 폐기 등 정보주체의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법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결론이다.


끝으로 임 연구원은 “필요성, 실효성 등에 대한 고려 없이 정치적 이슈를 위한 목적으로 수술실 영상정보처리기기 설치를 도입할 경우 의료인은 표준절차대로 의료에 임하게 될 것이고 이와 같은 위축진료는 소극적 진료를 초래해 의료의 질을 저하시킨다”며 “이에 공공의 이익을 목적으로 법안이 만들어질 때에는 침해되는 사익과의 법익의 균형성을 면밀히 살핀 후 그 실효성과 기본권 침해 여부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