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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원

삼성서울병원 간호사, 4가지 근무 유형 자율 선택

유연근무제 전격 시행, 인사 혁신 드라이브
도입 이후 근무 만족도 36%→67.8% 증가


한국 의료계에서 입원 병동 간호사의 일반적 근무 형태인 3교대 근무가 이제는 더이상 표준이 아닌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원장 권오정)은 간호사의 오랜 고민이자 주요 퇴직 원인이었던 획일적 3교대  근무제도를 탈피해 간호사 개인의 선호와 환자 치료 여건 등을 종합해 4가지 근무형태 중 하나를 자율적으로 매월 선택하는 유연근무제를 본격 도입했으며, 시행중인 병동은 86%(전체 56개 병동 중 48개 병동)에 이른다고 밝혔다. 

유연근무제 본격 시행에 앞서 6개월간 시범 운영한 결과, 기존의 3교대 근무를 선택한 간호사는 1%대에 불과해 유연 근무 제도에 대한 긍정적 기대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간호사들의 퇴직 원인 1순위로 늘 3교대 근무가 꼽혀온 것이 사실이다. 낮, 저녁, 야간조로 운영되는 3교대 근무는 생체리듬이 깨어지고 만성적인 피로에 시달리게 하며, 정상적인 가정생활이나 육아에 많은 어려움을 발생시키기에 삶의 질 저하 및 직무 부적응을 호소하다가 퇴직으로 이어지는 주요인이 되어 왔다.

이 같은 현실을 개선하고자 수년 전부터 야간 전담제도 등을 도입하는 등 개선활동을 벌여온 삼성서울병원은 간호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기존의 전통적 3교대 근무 이외에 ▲낮 또는 저녁 고정 근무 ▲낮과 저녁 혹은 낮과 야간, 저녁과 야간 번갈아 근무 ▲야간 시간대 전담 ▲12시간씩 2교대 등 총 4개 유형, 7가지 근무제 도입을 본격 구상했다.  

삼성서울병원 권오정 원장은 “중증 환자 비율이 높은 상급종합병원으로서 숙련된 간호사의 건강한 일상은 본인의 행복과 함께 환자 안전, 치료 성과 향상과도 직결되기에 근무 형태 개선에 대해 지속 고민했다”고 도입 사유를 설명했다. 

삼성서울병원은 새로 구상한 제도 도입에 앞서 작년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3개월씩 1차 390명, 2차 900여명을 대상으로 본인이 직접 근무제도를 선택하도록 시범 운영을 시행했다. 

그 결과, 부서별 상황에 따라 달랐지만 전통적인 3교대 근무자는 1%대로 줄어든 반면, 야간이 없는 고정 근무 30%, 야간전담이나 12시간 2교대만 하는 비율이 50%에 달하는 등 간호사들의 근무가 안정화돼 생체리듬이 깨지는 고충이 많이 해소됐다. 

세대별로도 신세대는 자기계발과 휴식을 선호해 12시간 2교대나 2Shift(야간포함) 근무제를 선호했고, 중간세대는 결혼과 가정, 수면 건강을 고려한 고정근무제(1, 2 Shift) 선호도가 높았고, 기성세대는 야간근무 없는 고정근무제(1, 2 Shift)가 높아 육아를 위해 안정적인 주간 근무를 선호하는 등 세대별로도 상황에 따른 근무형태 선호도가 달랐다. 

또한 유연근무제 도입에 따른 개인별 만족도 효과도 뚜렷했다. 

유연근무제에 참여한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스스로 근무제를 선택함으로써 오는 자존감 상승과 예측 가능한 일상 유지 등 장점을 실감하는 경우가 많았다. 

유연근무제 시범사업에 참여한 간호사들은 “가족들 전체가 안정되는 느낌이다. 아이들이 출퇴근 시간을 늘 물어보았는데, 유연근무제 이후 제가 낮 또는 저녁근무를 고정으로 했더니 아이들이 더 이상 물어 보질 않게 됐다”라며 만족감을 표시했고, 다른 간호사도 “3교대를 하면서 늘 시차 적응을 해온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잠을 잘 자니까 일도 열심히 하고 덜 피곤하고 멍한 느낌도 덜한 것 같다”고 건강 유지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답변했다. 

또한 1차 시범 사업 시 드러난 문제점 개선을 위해 인력 공백 시 즉각 지원하는 베테랑 간호사들을 선발해 ‘에이스(ACE) 팀’(Acknowledged Care Expert Team)을 구성한 것도 제도 정착에 크게 기여했다. 

그동안 간호사들은 동료의 갑작스런 사직이나 병가, 조퇴 등 인력 공백이 발생하면 본인 스케쥴이 모두 변경돼 계획된 여행은커녕, 육아 등 가정 대소사로 인한 휴가조차 쓰기 어려워 아픈데도 참고 출근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수많은 경험을 쌓아 어디에서든 최고의 실력을 발휘하는 고참 간호사로 이뤄진 에이스팀이 구성되면서 비상 상황시 지원조직을 믿고 휴가를 갈 수 있게 돼 삶의 질 향상도 가능해지고 있다. 현재 병동 9명, 중환자실 2명으로 구성된 에이스팀원들은 각 병동에서 결원이 발생하면 곧바로 현장에 투입, 환자 안전과 치료의 질을 유지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이처럼 병동 유연근무제 도입 이후 간호사들의 근무 만족도 역시 대폭 상승했다. 시범사업 전 약 36% 가량만 본인의 근무 형태에 긍정 반응을 보였지만, 이후에는 67.8%로 두 배 가까이 상승했기에 앞으로 전면 도입에 따라 더 나은 직원 행복을 통해 환자 행복도 더불어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미순 간호부원장은 ”유연근무제는 간호사들의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근간”이라며 “간호사들이 직접 선호하는 근무형태를 선택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지속 가능한 제도로 정착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커 더욱 안전하고 건강한 근무환경을 만들어 변화에 앞장서 나가겠다”고 전했다.

한편, 삼성서울병원은 간호사 유연근무제 이외에도 지난 2019년 개원 25주년 새 비전 ‘미래 의료의 중심 SMC’ 선포와 함께 조용하면서도 확실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병원의 모든 직원들이 환자를 돌보는 전문가라는 의미에서 ‘케어기버’ 개념을 도입해 모든 직종이 해당 분야의 전문가라는 자긍심을 갖게 했으며, 이에 케어기버가 제대로 환자를 돌보기 위해서 전문 역량을 갖춰야 하는 만큼 직급 중심에서 역량 중심 인사로 전환하고, 직원들의 역량을 다섯 단계로 나누는 역량등급제도를 도입했다.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가 자리 잡도록 호칭도 직급을 부르는 대신 ‘선생님’으로 통일했다. 또한 ‘명의를 넘어 명팀으로’라는 슬로건 하에 매년 ‘최고의 명팀’을 시상, 모두가 전문가라는 케어기버 정신을 현장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도 지속 진행중이다. 

이와 더불어 케어기버들이 환자를 제대로 돌보고 그들에게 행복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케어기버가 먼저 행복하고 에너지가 충분해야 한다는 취지로 ‘우리의 행복이 곧 환자의 행복입니다’ 등 7가지 ‘우리의 약속’을 직원 의견을 모아 도출한 뒤 적극 실천하고 있다. 

또 1개월을 마음껏 쉴 수 있는 ‘리프레쉬’ 제도도 시행하고 있으며, 출퇴근 시간 자율선택제. 재택근무 등 다양한 제도 개선으로 케어기버 모두의 몸과 마음이 건강한 병원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아울러 코로나19로 인한 원내 감염 최소화를 위해 작년 9월부터 ‘스피드 게이트’ 시스템을 전 출입구에 도입해 환자 안전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고, 모든 외래진료와 검사 이후 마지막에 수납하는 논스톱 결재 시스템인 ‘PAY Thru’ 제도를 국내 최초 시행하는 등 환자 진료 편의를 위한 개선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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