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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학회

“패혈증, 묶음치료 빠를수록 사망률 낮지만 수행률 매우 낮아”

묶음치료 수행률, 1시간·3시간·6시간 이내 각각 5.8%·28.1%·43.1%
한국형 패혈증 가이드라인·묶음치료 평가체계 등 개발 나서

묶음치료 수행이 빠를수록 패혈증 사망률을 줄일 수 있지만 국내 패혈증 묶음치료 수행률은 매우 낮은 수준이라는 지적과 함께,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패혈증 진료지침 제작 필요성이 제기됐다.

대한중환자의학회와 질병관리청은 9일 온라인으로 ‘2021 패혈증의 날 기념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제2기 패혈증 환자 관리 개선을 위한 심층조사(패혈증 과제) 수행방향과 국내 패혈증 실태 및 대책에 대해 소개했다.

먼저, 서울아산병원 임채만 교수는 질병관리청과 한국패혈증연대(KSA)가 수행한 지난 2년간의 패혈증 등록 사업 결과를 소개하며 “이를 통해 우리나라 패혈증의 역학적·임상적 특성을 파악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번 조사 결과, 응급실 방문 10만 건 당 619건의 지역발생 패혈증(COS)과 입원 10만 건 당 137건의 병원발생 패혈증(HOS)이 발생했다. 병원발생 패혈증은 더 젊은 환자에서 발생하며 중환자실 입실율, 고비용 의료자원(침습적 기계환기, 고유량 비강캐뉼라, 지속적 신대체요법 등) 이용 빈도 및 사망률이 더 높았다.

또 패혈증 환자 88%에서 항생제 사용이 적절했던 것으로 평가됐지만, 이는 여전히 10명 중 1명은 초기 항생제 사용이 부적절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패혈증 묶음치료 수행률은 여전히 낮았으며, 수도권과 비수도권,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사이에 차이가 있었다. 1시간, 3시간, 6시간 이내 묶음치료 수행률은 각각 5.8%, 28.1%, 43.1%로 1시간 이내 수행률은 병원발생 패혈증이 더 높았고, 3시간과 6시간 이내 수행률은 지역발생 패혈증이 더 높았다.

지역발생 패혈증과 병원발생 패혈증의 사망률은 각각 26%와 34%였다.

임 교수는 “전체 패혈증 사망률은 약 28%이며, 이전 국내 연구에 비해 감소하는 추세이나 여전히 외국에 비해 높은 수준”이라며 “패혈증이 많은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고 있다는 데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여러 사건이 있을 때에만 패혈증이 공중의 관심을 받다가 시간이 지나면 다시 잊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패혈증은 치명률이 매우 높지만 관리가 가능한 질병”이라며 “특히 묶음치료 수행이 빠를수록 패혈증 사망률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패혈증 묶음치료 수행률은 매우 낮은 수준.

실제 각급 병원에서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패혈증 묶음치료 수행이 왜 어려운가를 설문조사한 결과, ‘의사의 패혈증 인지가 늦다’고 응답한 비율은 COS에서 35%, HOS에서 41.6%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1시간 이내 묶음치료 수행에 대한 교육 부족으로 묶음치료를 수행하지 않음’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각각 35%와 25%, ‘항생제가 현장에 구비돼 있지 않아 1시간 이내에 항생제를 투약할 수 없음’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14%와 16.6%로 나타났다. ‘의사 인력 부족으로 인해 묶음치료 처방이 늦다’고 응답한 비율은 HOS(16.6%)가 COS(7%) 보다 높았다.

이에 대해 삼성서울병원 서지영 교수는 “1시간 이내에 패혈증 묶음치료 수행률을 높이면 패혈증 사망 위험이 줄어든다”라며 “이를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전자의무기록에 기반한 자동화된 패혈증 감시 시스템 같이 패혈증에 빠진 환자를 조기 발견하는 시스템이 매우 중요하고, 병원발생 패혈증의 감시 및 치료에는 신속대응팀의 활동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또 서 교수는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패혈증 진료지침 제작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웃나라인 일본은 2014년 첫 번째 패혈증 진료지침을 낸 이후로 주기적으로 지침을 업데이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서 교수는 “우리나라 패혈증 환자에서 1시간 이내 묶음치료 수행률은 환자들의 예후에 중요한 요소임을 확인했다. 그러나 이 수행률을 끌어올리는 데에는 여러 장애요소가 있다”라며 “1시간 이내 패혈증 묶음치료 수행이 어려운 구조적 원인에 대한 전국적인 실태 조사를 실시하고, 패혈증 환자 진료체계에 대한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표준화 및 제도적 보완과 보상체계 마련을 통해 패혈증 환자의 전체적인 진료의 질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피력했다.

한편, 올해 7월부터 2024년 7월까지 3개년 사업으로 진행되는 제2기 패혈증 과제는 한국패혈증연대(KSA)가 수행한다. 1차 년도에는 패혈증 진료지침 개발위원회를 구성하고, 2차 년도에 패혈증 진료지침 개발 작업을 수행하며, 3차 년도에는 패혈증 진료지침을 완성하고 배포할 계획이다. KSA에 참여하는 병원은 19개소(상급종합병원 12개소, 종합병원 7개소)이다.

KSA는 이번 과제 수행을 통해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패혈증 가이드라인과 한국형 패혈증 감시 지표 ▲자동화된 패혈증 스크리닝 및 진단도구 ▲패혈증 묶음치료 수행률 평가 체계 ▲일반인/의료인용 패혈증 앱 ▲패혈증 적절성 평가 도구 등을 개발하고, 중장기적인 패혈증 관리 개선을 위한 정책 발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환류가 가능한 패혈증 데이터플랫폼을 확립하고, 응급실과 일반병실의 패혈증 묶음치료 수행률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비용효과적인 패혈증 묶음치료 요소 및 시행 전략을 수립하고, 예방 가능한 패혈증 사망 감소, 병원발생 패혈증의 역학적 실태 파악, 시급한 패혈증 임상연구 과제 발굴 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한중환자의학회 곽상현 회장은 “중환자의학회는 패혈증 연구 사업들을 적극 지지하고 많이 지원할 것”이라며 “질병관리청도 지속적인 지지를 부탁드리고, 앞으로도 더 많은 데이터를 쌓고 학회 발전을 통해 관련 심포지엄을 준비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