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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사명감만으로는 할 수 없는 일

오래된 필수의료 문제, 그렇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문제 해결에 대한 사명감이 필요하다

최근 필수의료라는 말이 많이 들리고 있다. 하지만 필수의료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아직 합의되지 않았다. 어떤 진료과의 어떤 치료까지를 필수의료로 볼 것인지도 불명확하다.

다만 필수의료는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것과 밀접한 필수적인 의료라고 볼 수 있겠다. 특히 위중한 상황에서 공적으로 반드시 보장돼야 할 의료서비스를 우리는 필수의료라고 부르고 있다.

최근 서울아산병원에 근무하던 간호사가 뇌출혈로 인해 쓰러졌는데도, 수술할 의사가 없어 전원 중에 숨지는 사건이 있었다. 물론 필요한 수술이 고난이도의 수술이긴 했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병원에서도 수술할 수 있는 의사가 단 2명밖에 없었고, 그 2명의 공백으로 인해 환자가 사망했다는 사실은 국민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정부도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 필수의료의 대표적인 진료과 의사들을 순차적으로 만나 의견을 듣고 지난 25일에는 필수의료 확충 추진단을 발족하기도 했다.

필수의료 문제의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면, 이는 당장 최근의 문제라고는 보기 어렵다. 한때(30여 년 전) ‘내외산소’라고 하는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과의 지원율이 상위권에 속한 적도 있었지만, 출산율 감소와 과도한 업무량 등으로 계속해서 지원율이 감소, 현재 해당 과들은 전공의 지원율이 정원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 됐다. 예고된 비극이었던 것이다.

최근 방송된 ‘필수의료인력 실태보고’라는 이름의 공영방송 프로그램을 시청했다. 프로그램이 특정 과 전문의 부족, 지역 의료 불균형 등 의료계의 현주소를 잘 다뤘다고 생각한다. 특히 새벽 수술 등 과도한 업무를 견디지 못하고 개원을 택하는 ‘필수의료’ 진료과의 의사들이 늘고 있는 부분을 소개한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방송에 출연한 흉부외과 전문의 출신의 한 의사는 50살까지 대형병원에서 심장수술을 담당하다가 현재는 개원한 병원에서 혈관수술을 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한 명의 전문의가 되기까지 많은 사회적 비용이 들어갔고, 자신이 개원을 하게 되면 그것들이 소멸되는 것을 알았지만, 50이 넘은 나이에도 밤낮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계속된 수술로 언제까지 건강하게 이 일을 할 수 있을지 몰라 고민 끝에 개원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의사는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사람이다. 하지만 의사도 역시 사람이다. 계속된 과도한 업무와 그에 대한 합당한 인정과 보상이 없는 상황에서 일을 계속할 수는 없다. 단지 사명감만으로 의사의 생명을 갈아 넣어서 환자를 살리라고 할 수는 없다.

방송에서는 여러 번 이런 의료 불균형 문제를 “시장 구조에 흘러가듯 맡길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냥 그대로 두어서 해결되는 문제도 있지만, 이 문제는 그렇지 않다는 것에 동의한다.

필수의료 인력 부족 문제에 대해 더 많은 분석과 논의가 필요하다. “생명과 직결된 일을 한다는 것에서 오는 부담감을 안고서 다른 의사들보다 더 고생하지만 특별히 더 돈을 주지도 않는다. 그래서 지원율이 감소했고 적어진 인력만큼 남은 사람들이 더 고생을 하게 된다”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이 문제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공감과 소통과 합의가 필수적일 것이다.

의사들에게 돈을 많이 준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고, 사명감으로만 감당하라고 할 문제도 아니다. 이것은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인식을 갖고 사회 각 구성원들이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개선할 수 있는 부분부터 개선해나가야 한다. 예를 들어 흉부외과 심장수술의 경우, 위급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8명 이상의 의료 인력이 참여하게 되지만, 수가 인원으로 산정된 인원은 4~5명에 불과하다고 했다. 실제 수술에 참여한 인원만큼의 합당한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 

다양한 현장의 이야기를 듣고, 큰 로드맵을 그릴 뿐만 아니라 산적한 과제를 하나씩 고쳐나가야 한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역설적으로 문제 해결에 대한 우리 모두(의사, 정부, 국민)의 사명감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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